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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떠나는 여행, 대전

새해를 맞아 주목할 만한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는 대전을 찾았다. ‘노잼’, ‘성심당의 도시’라는 기존의 키워드를 넘어 헤레디움, 대전시립미술관 등 현대미술의 중심 도시로 탈바꿈 중인 대전에서 이번 겨울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들을 소개한다.

On December 27, 2023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 2022, ⓒAnselm Kiefer, Photo Charles Duprat, 자료제공 HEREDIUM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 2022, ⓒAnselm Kiefer, Photo Charles Duprat, 자료제공 HEREDIUM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 2022, ⓒAnselm Kiefer, Photo Charles Duprat, 자료제공 HEREDIUM

황톳빛으로 물든 그림 속, 땅 위에 흩뿌려진 낙엽과 꽃잎의 형상을 통해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는 ‘가을’을 표현.

황톳빛으로 물든 그림 속, 땅 위에 흩뿌려진 낙엽과 꽃잎의 형상을 통해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는 ‘가을’을 표현.

황톳빛으로 물든 그림 속, 땅 위에 흩뿌려진 낙엽과 꽃잎의 형상을 통해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는 ‘가을’을 표현.

<안젤름 키퍼: 가을 Herbst >

2022년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예술 공간을 꼽으라면 ‘헤레디움(HEREDIUM)’을 들 수 있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의미를 담은 이곳은 1922년에 지어진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바탕으로 10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복원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가슴 아픈 일제강점기 역사의 증거인 동시에 문화예술 신(Scene)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2023년 9월부터 열리고 있는 <가을 Herbst>전은 전후 미술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안젤름 키퍼의 작품 총 17점을 선보이고 있다. 릴케의 시 ‘가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답게 전시 공간인 1, 2층 전체가 깊은 가을의 무게감으로 가득 차 있는데 커다란 캔버스에 자리한 낙엽, 나뭇가지 등은 묵직한 두께감의 물감과 뒤엉켜 마치 거대한 자연의 일부처럼 읽힌다.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 또한 순환하는 대자연의 일부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어두운 역사의 장소를 동시대 예술의 장으로 바꾼 것처럼 지는 것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일부러 대전을 방문할 만한 이유로 충분하다.
기간 ~2024년 1월 31일
관람료 성인 1만5천원/청소년 1만2천원/어린이 9천원
주소 대전시 동구 대전로 735 헤레디움
홈페이지 heredium.art

<미래저편에: 대전 1993/2023>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엑스포시민광장 아트센터, 이응노미술관은 서로 이웃하고 있다. 한 곳에 방문해 여러 공간과 전시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대전의 예술 중심지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대전 엑스포 30주년을 기념해 1993 대전엑스포 개최기념전 <미래저편에>를 복원해 <미래저편에 : 대전 1993/2023>전을 선보이고 있다. 당시 세계적인 축제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던 대전 엑스포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3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재현된 전시를 통해 그 시절이 중첩되듯 떠오를 수도 있겠다. 여러 이유로 이번 전시에 다시 선보이지 못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각각의 설명과 함께 자리를 비워 전시 복원에 최선을 다한 기획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 전시와는 별개로 대전시립미술관은 열린수장고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데, 작품이 보관되는 수장고가 궁금했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특히 오후 2~4시에 방문하면 백남준의 ‘프랙털 거북선’이 가동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기간 ~2024년 2월 25일
관람료 성인 1만원/대학생·청소년 8천원/어린이 6천원/7세 미만·65세 이상 무료
주소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155 대전시립미술관
홈페이지 daejeon.go.kr/dma/index.do

<빈센트 발 : ART OF SHADOW >

‘그림자의 마술사’라 불리는 것이 마땅한 빈센트 발의 전시가 서울에 이어 대전에서 열리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영화감독인 빈센트 발은 유쾌한 방식으로 사물과 그 그림자의 관계를 흥미롭고도 창의적으로 풀어낸다. 사물의 그림자에 일러스트를 더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협업에서 엿보이는 작가의 재치와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분에 보는 사람까지 함께 즐거워지는 전시다.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작가의 관점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전시이기에 어린아이와 동행해도 좋겠다. 영화, 만화 등으로 익숙하게 접해온 다양한 캐릭터를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고,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보게 될 수도 있다. ‘창작’과 ‘발견’ 사이에서 부단히 그림자학(Shadowology)을 발전시켜나가는 작가를 통해 숨겨져 있던 창작 욕구가 생겨날 수도 있겠다.
기간 ~2024년 2월 25일
관람료 성인 2만원 → 1만2천원(겨울방학 특가)
주소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169 대전엑스포시민광장 아트센터 미디어큐브동
홈페이지 booking.naver.com/booking/5/bizes/95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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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1930년대 후반, 비단에 수묵채색, 30×36cm

파리 사람, 1976, 종이에 수묵, 66.2×34.2cm,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Musee Cernuschi, Asian Arts Museum of Paris) 소장

파리 사람, 1976, 종이에 수묵, 66.2×34.2cm,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Musee Cernuschi, Asian Arts Museum of Paris) 소장

파리 사람, 1976, 종이에 수묵, 66.2×34.2cm,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Musee Cernuschi, Asian Arts Museum of Paris) 소장

고추, 1979, 종이에 수묵담채, 33×33cm

고추, 1979, 종이에 수묵담채, 33×33cm

고추, 1979, 종이에 수묵담채, 33×33cm

<이응노, 동쪽에서 부는 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

이응노 탄생 12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다. 특별한 기념전인 만큼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아라리오뮤지엄, 퐁피두센터,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 소장품과 개인 소장품 등 국내외에 소장된 이응노 작가의 작품 60여 점과 아카이브 9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작가의 화풍을 통해 유럽으로 이주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작품 ‘군상’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로 표현된 역동감이 너무나 강렬해 그 응집된 힘에 깊은 울림이 와닿는다. 더불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작품을 통해 작가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기에 이응노 작가를 처음 접하더라도 어렵지 않은 전시라 할 수 있다. 전시 관람료는 성인 1,000원으로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데, 대전 지역 거주자는 50% 할인이라니 5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예술 만찬’이 아닐까 싶다.
기간 ~2024년 3월 3일
관람료 성인 1,000원/청소년·어린이 600원
주소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157 이응노미술관
홈페이지 leeungnomuseum.or.kr

큐레이터 이혜민(@comme_haemin)

큐레이터 이혜민(@comme_haemin)

독립 전시 기획자이자 큐레이터. 크고 작은 어떠한 전시라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쏟는 무수한 노력과 어려움을 잘 안다. 규모와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가
풍부하고 유익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

CREDIT INFO
에디터
고유진
이혜민(큐레이터)
사진
각 미술관 제공
2024년 01월호
2024년 01월호
에디터
고유진
이혜민(큐레이터)
사진
각 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