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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마약 게이트의 진실

배우 유아인에 이어 배우 이선균, 가수 지드래곤까지 연예계 ‘마약 의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마약을 했다’는, 일명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만 경찰은 “일단 수사 중인 것은 2명뿐”이라는 입장이다.

On November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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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을 겨눈 마약 수사의 시작은 ‘유통 과정’에서였다. 경찰은 마약 유통 과정을 수사하던 중 유흥업소에서 일한 20대 여성의 존재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서울 강남의 멤버십(회원제)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마약 유통 과정을 파고들었다.

경찰의 타깃이 된 것은 유흥업소에서 실장(일명 새끼 마담) 역할을 했던 20대 여성. 마약 관련 전과 6범으로, 올해 여러 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마약을 끊고 싶다”며 자수했다.

이 여성은 이선균을 협박해 3억 5,000여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현직 의사에게서 건네받은 마약을 이선균 등 유흥업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건넸던 것.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객이었던 지드래곤도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하는 등 고객들의 ‘마약 투약’을 경찰에 털어놨다.

전통적인 수사 방식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원래 마약을 판매한 유통책 1명을 검거하면 이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윗선을 수사하는 한편,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이들을 잡는 두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며 “만일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한 이들이 연예인이나 재벌 오너 자녀 등 VIP이면 구매한 이들에 대해 수사를 더 진행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주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수사는 이선균과 지드래곤 외에도 연예계를 겨눈 수사로 진행되고 있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방송인 출신 정다은과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 남양가 3세 황하나 등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했다.

이 중 마약 투약 의혹이 가장 먼저 언론을 통해 알려져 충격을 준 이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인 톱배우 이선균. 평소 반듯한 이미지에 몸값이 비싼 배우였던 이선균은 아내 전혜진 역시 최근 인기를 끌면서 ‘남부러울 것 없는 배우’라는 이미지였다. 아들과 함께 농구장을 찾은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는 등 화목한 가정을 꾸린 것도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었다.

“혐의 대부분 인정” 언론도 깜짝 놀라게 한 이선균

하지만 결국 경찰에 가장 먼저 출석해 포토 라인에 서게 됐다. 경찰은 이선균이 자택과 유흥업소가 아닌 곳에서 대마 등 2종류 이상의 마약류를 수차례 흡입·투약한 것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모발 등을 토대로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지난 10월 28일 1시간가량 간이 시약 검사만 받고 귀가한 지 일주일 뒤 다시 불러 추가 조사도 실시했다. 이선균은 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오늘 조사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경찰은 마약 수사에서 ‘투약’을 입증하는 정밀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유흥업소 실장에게 협박받아 3억 5,000만원을 건넨 것은 사실”이라는 점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잇따라 실시한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점은 변수다. 모발과 함께 다리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지만 감정 불가 판정이 나왔다. 다만 이선균 측은 검사 결과 음성인데도 불구하고 ‘마약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에서 “이선균은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받아왔다”고 밝혔는데, 이미 3억 5,000만원을 건넨 증거가 있기 때문에 갑자기 ‘마약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추론이다.

음성이 나왔지만 이선균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사를 정리해보면 이선균 측은 ‘유흥업소 실장에게 속아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협박을 받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적극적 마약 투약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이미 진술한 부분이 있어 말을 번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어 경찰은 물론, 검찰도 기소하겠지만 향후 법원에서 이선균이 실제로 마약을 투약한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하면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당한 지드래곤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는 이선균과 다르게 빅뱅 출신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드래곤은 2011년 일본 한 클럽에서 대마를 흡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드래곤의 행동 패턴 등을 들어 투약 의혹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지드래곤이 몸을 꺾는 모습 등 독특한 몸짓을 근거로 들어 ‘마약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됐다.

다시 불거진 마약 투약 의혹 보도에 “마약을 한 적이 없다.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던 지드래곤. 그는 지난 11월 6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자진 출석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뒤 첫 조사였는데, 지드래곤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드래곤은 취재진이 설치한 포토 라인에 서기 전 스트레칭을 하거나 취재진의 질문에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는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면서 “그걸 밝히려고 이 자리에 온 거니까 지금 사실 긴 말 하는 거보다는 빨리 조사를 받겠다”고 답했고, “오늘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는데, 어떤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다가 끝났다. 장난이다”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은 지드래곤이 왜 수사를 받는지 설명했다. 머리카락을 제외한 다른 체모를 대부분 없앤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손톱을 확보해 마약 정밀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경찰의 이 같은 설명은 체내 마약 성분을 지우는 이른바 ‘몸 세탁’ 등 각종 의혹으로 불거졌다. 제모나 탈색을 통해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것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드래곤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김수현 변호사는 “온몸을 제모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 평소에도 제모를 한다”고 반박했다. 지드래곤의 친누나 권다미 씨도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 입건에 분노를 표출했다. 권다미 씨는 10일 “진짜 참다 참다 미친. 어지간히 해라. 진짜 XXXX. 아주 소설을 쓰네 XXX”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배경음악으로 지드래곤이 2009년 발표한 노래인 ‘가십맨(Gossip Man)’을 틀었다. 이 노래에는 “자 오늘 준비한 이야깃거리 나갑니다. 오늘부로 기자님들의 펜은 불이나. 실시간 검색 순위가 보이나. 많은 네티즌 손가락엔 무리가” 등의 노랫말이 담겼다.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유죄 몰이’에 반발한 지드래곤은 연합뉴스TV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출석 당시 태도가 조롱으로 보인다는 일부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경황이 없기도 했고 나 또한 사람인지라 긴장도 많이 했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다”라며 해명했다.

또 제모설에 대해서는 “지난해 앨범 활동 후로 거의 1년 반 이상을 모발 탈색이나 염색을 전혀 한 적이 없고, 결백을 하루빨리 입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발이나 손톱, 발톱까지 임의 제출을 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탈색이나 제모로는 마약을 숨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자 국제법독성학회장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모발에서 검출 안 되면 손톱이나 발톱 등에서도 검출할 수 있다”며 “몸 세탁을 한다고 (마약 성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입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앞서 구속 기소된 유흥업소 실장으로부터 확실한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흥업소 실장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초 지드래곤이 업소 화장실을 다녀온 뒤, 이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가 발견됐는데 그 직후 지드래곤의 행동도 이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입건했기에 더 정밀한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11월 6일 자진 출석한 지드래곤으로부터 소변과 모발, 손톱 등을 임의 제출받았고 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소변 감정은 5~15일, 모발과 손톱은 통상 10~20일 뒤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 이르면 11월 중순, 늦어도 11월 말에는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선균과 달리 정밀검사 결과에서도 음성이 나오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약 사건 변호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통상 마약은 함께 투약한 이들이나 판매한 이들과 주고받은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음성이 나왔더라도 휴대전화 속 문자나 통화 기록, 위치 기록 등으로 얼마든지 입증할 여지가 있는데 경찰이 이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선균, 지드래곤을 엄벌해야 한다”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아직 구체적인 혐의가 확정된 게 아니라 지켜봐야 한다”며 “제가 그분들을 매도할 상황은 전혀 아닌 것 같다”고 신중하게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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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선균의 다리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겼으나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과수는 “(체모) 중량 미달로 (마약류)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여전히 ‘진술’로 내사 진행 중인 경찰

경찰은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흥업소 실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이선균, 지드래곤 외에도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와 연예인 지망생 한서희, 작곡가 정다은 등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이다. 내사는 입건하기 전, 첩보를 토대로 확인하는 수사 과정인데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입건하지 않고 종결되기도 한다.

경찰은 이선균 외에 황 씨, 한 씨, 정 씨가 유흥업소 등에서 마약류를 구입해 투약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이를 입증할 핵심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중 한서희와 정다은은 이미 마약 투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정 씨는 2009년 코미디TV 예능 <얼짱시대>에 출연해 배우 강동원 닮은꼴로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후 2016년과 2021년 마약 투약 혐의로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서 복역했고, 현재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차 구속된 상태다.

한서희는 2018년 빅뱅 출신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적발돼 언론에 이름을 알렸다. 한 씨 역시 지난 3월 징역 6개월의 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인데, 지난해 7월에도 소변에서 메스암페타민 양성반응이 나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 씨와 한 씨는 한때 연인 관계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부활의 리더인 가수 김태원의 일침이 주목받고 있다. 김태원은 지난 11월 5일 유튜브 채널 <김태원클라쓰>에 ‘김태원의 걱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연예계에 불고 있는 마약 광풍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198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고, 1991년 같은 혐의로 또 입건된 바 있는 김태원은 배우 유아인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에 대해 “이번에 어떤 친구 잡혔던데 그게 1987년도 딱 내 모습”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선균, 지드래곤 관련 경찰 수사에 대해 “너무 안타깝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만 자꾸 걸린다”며 “요즘 마약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못 말려. 고등학생, 중학생이면 이미 말을 안 듣는 나이”라고 경고했다.

김태원은 대마초 등 마약이 주는 호기심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대마초는 피우면서 앉아서 대화만 나눠도 재밌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주 실없는 이야기들이다”라며 “1970년대 중반에 뭐 너무 엄청난 분들이 다 잡혀 들어가는 걸 보니 ‘코스’라고 생각했다. 뮤지션은 그런 건 줄 알았다. 모순된 자기 합리화였다”고 반성했다.

이어 “연예인 10명이 걸리면 사적인 사람들은 1만 명이 걸린 거다. 연예인은 잡지 겉표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이걸 하면 완전히 매장을 시킨다. 안 하면 된다. 내가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유다. 내가 마약, 대마를 하면 기를 수 없다”고 전했다.

아직 입건된 것은 2명이지만, 언제든 마약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선 검사는 “마약은 대부분 혼자 하지 않는다. 성관계가 목적이거나 몽롱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전자의 경우 함께 투약한 이들이 무조건 존재한다”며 “이선균 등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이 함께 투약한 연예인에 대해 진술을 털어놓는다면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연예계 전반에 대한 마약 수사 광풍이 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12월호
2023년 1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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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