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TAR

STAR

배우에서 감독으로 성공적 변신! <보호자> 정우성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4명을 직접 만났다. 누군가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첫 번째 주자는 감독으로 데뷔한 정우성이다.

On August 29, 2023

/upload/woman/article/202308/thumb/54350-520529-sample.jpg

신인 감독 정우성

배우 정우성이 드디어 해냈다. 영화감독이 됐다. 단편영화는 종종 연출해왔지만 장편영화는 처음이다. 흔한 말로 ‘뒷백’ 없이 혈혈단신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가 영화배우로 데뷔한 해가 1994년(영화 <구미호>)이니 29년 만에 꿈을 이룬 셈이다. 스스로도 “이 도전을 잘 마무리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감독 정우성의 첫 영화는 올해 8월 15일 개봉한 <보호자>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자 주연으로 참여했다.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정우성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남자 수혁 역을 맡아 배우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 <보호자>가 궁금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정우성이다. 청춘의 이름인 <비트>, 한국 버디 영화의 효시인 <태양은 없다>, 지극한 순애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새로운 액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변호사의 고뇌를 그린 <증인>, 절친한 동료인 이정재가 연출한 <헌트>까지 정우성은 데뷔 이후 줄곧 톱 배우였다. 그런 그가 감독으로 선택한 첫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보호자>는 좋은 배우로서 그가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그의 취향을 감독으로 펼쳐 보이는 첫 번째 영화다. 감독과 주연을 겸했기에 <보호자>에서 그는 ‘레디-액션-컷-오케이’까지 모든 과정에 자신의 인장을 새겼다. 정우성은 배우로서 체득한 노하우로 동료 배우들이 가장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디렉션을 줬고, 누구보다 오래 한국 영화의 현장에 있었던 베테랑다운 애정과 실력으로 스태프에게서 최선을 뽑아내고자 했다. 감독이자 주연으로 선보이는 <보호자>는 베테랑 배우 정우성의 30번째 영화이자 신인 감독 정우성의 첫 번째 영화다.
그를 만나 감독 데뷔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감독으로서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하필 여름 극장가에 쟁쟁한 경쟁작이 많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지 궁금하다.(웃음)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모르겠다.(웃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매력이 다 다르다. 결국 관객들의 선택이다. <보호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간절하거나 초조한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으니까. 최대한 담담히, 사부작사부작 해나가겠다.

<보호자>는 국내가 아닌 해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사실 그때는 안 떨렸다. 해외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박장대소도 하고, 소리도 많이 질렀다. 유쾌한 관람이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첫 공개될 때는 엄청 긴장되더라. 너무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들다가 오히려 (기자) 시사회가 끝나니까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세세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작품에 배우로서 출연 제안을 받고 응한 상태였다. 나와 잘 알고 지내는 송대찬 PD(영화 제작자, 영화 프로듀서)가 신인 감독과 손잡고 제작을 맡았다고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하기로 한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면서 ‘그럼 내가 연출도 해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이뤄졌다. 송대찬 PD와 나는 영화 <감시자들>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현장에서 얼마나 성실한지, 영화에 대한 자세가 얼마나 남다른지 잘 알고 있는 후배였기에 그를 믿고 선택한 부분도 있다.

연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뭔가? 분명 계기가 있었으니 기회가 왔을 때 용기 있게 도전했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생긴 마음이었다. 배우로 데뷔할 때부터 이야기를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 내 성향을 주변에서 알게 되면서 내레이션을 쓸 기회도 있었고, 그게 적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갔다. 워낙 상상하는 걸 좋아하니 내가 출연하는 영화와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스토리를 생각하고 작업해 제안해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겁 없게 “나중에 연출도 해보고 싶다”는 말을 주변에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조바심은 없었다.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영화를 선보일 때와 배우로서 선보일 때 어떻게 기분이 다른가?
많이 다르다. 나를 믿고 따라와준 후배들에 대한 책임도 감독의 몫 아닌가. 내가 생각했던 이 영화만의 독특한 톤앤매너가 잘 나왔는지,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불안함도 있다.

감독으로서 현장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현장을 즐겼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현장에서 디렉터 체어에 앉아 있을 때 ‘어? 적성에 꽤 맞네’ 싶기도 했다.(웃음) 덧붙여 이 작품에서 나는 배우와 감독 역할을 동시에 했다. 피로도가 컸다. 그런데 내 촬영분이 없는 날엔 그 무게감이 깃털처럼 가볍기도 했다. 어려웠던 점은 모든 스태프와 관계자는 그동안 내가 배우로서만 대했던 대상들이지 않나. 배우의 경우 동료로서 친근감이 있지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감독으로서 새로운 내 얼굴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또 시간이 흘러 신뢰의 감정으로 연결돼야 하지 않나. 무게감이 느껴지던 시간들이었다.

연출 스타일에 큰 영향을 준 감독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어떤 한 대상보다도 ‘모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를 할 때부터 ‘어떤 배우처럼 될 거야’ 하는 건 막연한 이야기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 영화처럼 찍을 수 없고, 또 찍을 필요도 없다. 영화라는 건 결국 새로운 것이 없다. 다만 내가 그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

엔딩 크레딧에서 김성수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언급했는데 인상 깊었다(두 사람은 <비트>(1997)로 인연을 시작해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아수라>(2016) 등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성수 감독님은 내게 영화인으로서 좋은 선배다. 영화인으로 나를 처음 받아주고, 또 내가 수도 없이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다. 감독님에 대한 사랑과 애정과 존경은 굳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번 촬영 중에도 커피 차를 보내주며 늘 응원해주셨다.

3 / 10
/upload/woman/article/202308/thumb/54350-520528-sample.jpg

 

김남길, 김준한 등 좋은 배우가 출연했다. 캐스팅 비화도 궁금하다.
김준한 배우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어떤 작품이라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고 싶었다. 김남길 배우가 맡은 ‘우진’은 어려운 캐릭터다. 그래서 제안하기가 조심스러워 용기를 내어 김남길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그의 첫마디는 “독특하네요”였다. “제가 평소에 형 앞에서 하는 것처럼만 하면 되는 거죠?” 하며 다가와줬다. 그래서 덥석 잡았다.(웃음)

배우들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였고, 그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컸다. 배우들의 호연을 뽑기 위한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글쎄, 나만의 비결인지 모르겠는데 틀 안에 가둬두고 연기를 제안하지는 않았다. “이건 어때?”, “어떤 감정이 들어?” 여러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면서 함께 찾아갔다.

김남길 배우에게 “배려하지 말고 이기적으로 해”라는 디렉션을 줬다고 들었다. 그 의미가 궁금하다.
상대 배우와 연기할 때 약속된 동선 안에서 서로의 움직임이 있지 않나. 그 안에서 각자 해석한 대로 놀고 거기서 충돌하는 것조차 좋은 화면으로 나올 수 있는데, 김남길 배우는 상대 배우에게 기본적으로 배려가 깊고 다 맞춰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기적으로 하라는 말을 했다.

감독으로서 다음 계획이 있는가?
하고 싶은 게 많다. 오래전부터 생각해둔 작품도 있다. 여건이 가능해야겠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다시 도전할 것이다. 거창한 꿈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늘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그렇다. 도전의 기본은,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도전할 것이다.

얼마 전에 쿠팡플레이 예능 <SNL 코리아 시즌 4>에 출연한 모습을 재미있게 봤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볼 때 이것 역시 대단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웃음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내가 툭 내뱉은 말에 누군가 웃으면 기분이 좋다. 실없는 웃음이라도 좋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관객과 시청자들과 호흡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 기회가 적다. 그런 기회를 핑계 삼아 내가 즐겼던 것 같다. 콘텐츠마다 고유한 가치가 있다. 그걸 훼손시키고 싶지 않아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개그맨의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던 시간이었다.

걸어온 길을 보면 영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영화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내 존재 가치를 만들어주는 일이지 않나. 소중하다. 늘 좋은 영화에 대해 고민한다. 물론 그걸 잘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도전은 필요한 것 같다. 도전은 쓰고 아프지만 결국 반짝반짝 나를 살아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걸 경험해봤다. 도전에 대한 마음은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다.

첫 작품이니만큼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정우성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생각도 궁금하다.
올여름에 개봉했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3분의 1의 예산이었다. 그 안에서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도전을 잘 마무리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쉬움? 너무 많지만 지금(인터뷰 당시 개봉을 앞둠)은 말씀 못 드리겠다.(웃음) 경험해보길 바란다.

“모든 작품은 때와 인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로 출연 제안을 받고, 수혁의 감정과 액션에 동의하면서 영화 <보호자>의 여정이 시작됐다.
연출까지 하게 된 이유는 ‘이 이야기라면 내가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촬영 현장이 제일 재미있고 좋다. 그곳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러한 수많은 영화 현장을 겪으며 100명 이상의 스태프와 배우의 에너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이는 그 순간이 주는 기쁨을 <보호자>에서 누렸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3년 09월호
2023년 09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