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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와 함께 대~한민국!

월드컵으로 물들인 초겨울. 주안이가 축구에 푹 빠졌다.

On December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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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마음껏 즐겼다. 사실 이번 월드컵과 뮤지컬 공연 오픈 일정이 맞물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늦은 밤이 돼서야 귀가하는 날이 반복됐다. 그런 아빠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안이는 우리나라 대표 팀의 첫 경기가 열린 날 엄마에게 부탁해 치킨을 주문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귀가한 내게 “아빠! 빨리 샤워하고 치킨 먹으면서 축구 응원하자!”고 주안이가 말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주안이의 명랑한 목소리에 고단함이 씻겨 내려갔다. 아들의 당부대로 빠르게 씻고 치킨이 차려진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TV가 말썽을 부렸다. 평소 TV를 잘 시청하지 않았던 탓에 미리 점검하지 못했다. 10분 동안 씨름을 벌였다. 주안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빠 제발!”을 연신 외쳤다. 주안이의 간절함이 통한 듯 경기 시작 직전 TV를 고쳤다.

경기가 시작됐다. 소리를 질렀다가 탄식했다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2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경기가 끝났을 땐 자정이 넘었다. 아직 응원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주안이는 “아빠, 오늘은 잠이 안 올 것 같은데 어떡하지?”라며 걱정했다. 축구 경기에 대한 여운이 가시질 않은 거 같았다.

다음 날 학교에 다녀온 주안이가 집에 있는 운동화를 모두 꺼내 앞코를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한 켤레를 골랐다. “그래! 이거야!”를 외치고 그 자리에서 그 운동화를 신더니 당장 축구를 하러 나가자고 말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다며 사전에 운동화를 테스트해봐야 한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안이는 친구들이 축구화를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안이도 축구화를 갖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주안이가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축구화를 선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단다. 주안이의 발 사이즈에 맞는 축구화를 검색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기 전에 친구들과 축구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모든 아빠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제품마다 품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축구화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고, 주안이의 손에 들려줬다. 주안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큰일이네…. 산타 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선물을 받았어. 뭘 선물해달라고 할지 모르겠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안이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축구화를 신었다. 들뜬 아들을 데리고 집 앞으로 나가 1시간 가까이 축구를 했다. 날씨가 꽤나 쌀쌀했는데, 우리 둘은 땀에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왔다. 볼은 빨갛고 머리는 다 젖어 있는 서로를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통하는 게 하나 더 생긴 느낌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손준호 제공
2023년 01월호
2023년 01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