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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3인 대담(1)_친환경의 시작은 제철 먹거리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과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주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On November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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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대담자

자급자족 신 여사 (44세, 결혼 17년 차)
지구 지킴이 박 여사 (40세, 결혼 11년 차)
환경 힙스터 김 여사 (36세, 결혼 8년 차)

친화경의 시작은 제철 먹거리

박 여사(이하 ‘박’)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어요. 이번 겨울도 맹추위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여름은 찜통처럼 무덥고, 겨울은 매서운 추위에 눈도 많이 오고. 또 지난 8월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9월에는 태풍으로 인명 피해가 컸잖아요. 이런 기후변화가 다 지구온난화 영향이라고 하죠.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환경보호나 친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신 여사(이하 ‘신’) 맞아요. 어떤 일이든 직접 당사자가 되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실감하잖아요. 요즘 지구환경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생활이 완전 바뀌었어요. 첫째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요. 모든 엄마 마음이 그렇듯이 다 내 탓이라는 생각에 괴로웠죠. 직장 다니느라 모유 수유를 제대로 못 하고 분유를 먹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환경오염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먹는 것과 입는 것을 비롯해 모든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환경에 대한 책도 찾아보고 먹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됐죠. 친환경 실천이 먹는 것만 바꿔서는 안 되고 생활 습관 자체를 바꿔야 효과가 있겠더라고요. 가능하면 화학 성분을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순면으로 된 옷만 입히고, 플라스틱 제품과 화학 성분이 들어간 로션이나 샴푸를 안 쓰고 생활용품도 자연에서 얻은 것 위주로 사용했죠.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인데 다행히 커가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김 여사(이하 ‘김’) 제가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좋아하는 연예인 때문이에요. 학창 시절부터 이효리 팬이라 그의 패션과 생활 방식 등 모든 걸 좋아하고 동경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죠. 또 공효진, 류준열같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스타들을 덩달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항상 그들처럼 손수건과 텀블러를 사용하고, ‘용기내 챌린지(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유리 용기, 텀블러 등 다회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운동)’도 동참하고, 그린피스도 후원하고 있어요. 육식을 워낙 좋아해 고기를 포기하기는 어려워요. 대신 고기 먹는 횟수를 좀 줄이면서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유명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미친 경우네요. 처음부터 어렵고 힘들게 접근하는 것보다 이런 방법이 바람직하고 참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친환경을 실천하는 게 좀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잖아요. 일단 즐겁고 재미있게 시작하는 게 중요하죠.

맞아요. 그러다 조금씩 습관이 바뀌고,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는 거죠. 저 역시 유기농 식품과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유기농 식품은 농약이나 화학 성분을 일절 쓰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그만큼 토양 등 환경을 보호할 수 있죠. 웬만한 농산물은 그냥 물로 깨끗이 씻어 껍질과 뿌리까지 먹어요. 그 전에는 감자와 고구마, 참외 등을 먹거나 요리할 때 당연히 껍질을 까서 조리했는데 그냥 껍질째 먹으면 훨씬 고소하고 담백해요.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됐죠.

저도 요즘 식재료 본연의 맛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알맹이만 먹었던 사과, 포도, 참외 등도 그냥 껍질째 다 먹고 귤은 무농약 귤을 사서 껍질은 말렸다가 귤차로 활용해요. 수박을 정말 좋아하는데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살 때마다 고민했어요. 그런데 껍질 흰 부분을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고추장 양념에 무치면 노각보다 더 맛있고 식감도 좋아 밥반찬으로 딱이더군요. 별생각 없이 껍질부터 벗겨냈던 당근이나 무도 세척을 잘해 먹어요. 그러다 보니 매크로바이오틱(식품을 있는 그대로 섭취하는 것으로, 제철 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식습관) 요리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건강에 정말 좋다고 하니 한번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먹을 만큼 적당한 양을 만들어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어렸을 때 별명이 ‘국물순이’였을 정도로 탕, 국, 찌개 등 국물 요리를 엄청 좋아했어요. 그런데 사실 국물 요리를 하면 국물은 많이 버리게 되잖아요. 이런 국물이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국물 요리도 일주일에 한 번씩만 먹어요.

제철 음식을 그대로 먹으면 정말 건강에 좋아요. 딸아이 아토피가 좋아진 것도 제철 음식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저는 이제는 웬만한 건 자급자족해요. 처음에는 베란다에서 상추와 파 등을 심어 키웠어요. 그러다 작은 텃밭을 시작하게 됐고,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의 양을 심어 직접 수확했죠. 상추, 고추, 배추, 무, 방울토마토 등 식재료를 유기농으로 키우고 있어요. 좀 게으른 농부라 수확량의 반은 다양한 벌레가 먹어 치우지만 그만큼 안전한 먹거리이기도 하죠. 콩나물도 직접 길러 먹어요. 자주 먹는 반찬인데, 항상 비닐봉지에 포장돼 있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이렇게 직접 길러 먹으면 좋은 점이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줄어든다는 거예요. 사실 생협의 유기농 채소도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에 포장돼 있잖아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1월호
2022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