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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야만 깨닫는 건강의 소중함

On October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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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야만 비로소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정말 싫어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강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평소 부모님이 채소 잘 챙겨 먹어라, 끼니 거르지 마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운동해라라고 그토록 얘기해도 잔소리로 치부하며 귓등으로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딘가 슬슬 아프기 시작하거나 끝내 크게 아프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어질 때쯤 핑계를 대며 미뤘던 운동을 하러 나가고, 다리를 다치고 나서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최근에는 장염에 시달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행위가 굉장히 행복한 일임을 절실히 체감했다. 그래서 다시 튼튼한 위장으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기 위해 유산균과 각종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 먹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아프지 않고도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바로 건강검진 이후다.

몇 년 전만 해도 건강검진을 하면 크게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기에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중 아픈 날은 열 손가락 안에 꼽혔고, 걸리는 질병이라고는 감기 또는 장염 정도였다. 누구나 한두 개쯤 있는 충치도 없어 치과는 스케일링할 때만 방문했다. 심지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도 없다. 이토록 타고나길 튼튼한 신체를 가진 덕분에 재작년 건강검진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의사 앞에 앉았다가 처음으로 건강 상태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공복 혈당 수치가 높은 편이라는 말에 아차 싶었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 1층 카페의 바닐라라테에 맛을 들여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 하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렸을 때는 아이스크림이나 달달한 간식을 아무리 먹어도 멀쩡하더니 나이가 드니 내가 먹은 것들이 몸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이 정말이었다. 이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어진 문진에 대답하며 또 한 번 내가 몸을 방치하고 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운동은 일주일에 몇 번 하나요?” “한두 번이요.” “술은 일주일에 몇 번 마시나요?” “5일 정도 마시는 것 같아요.” 의사의 질문에 대답하며 내 몸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몸에 해로운 습관을 모두 모아 꾸준히 하며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후 약속 자리에서 마시는 술은 어쩔 수 없더라도 혼술은 최대한 줄이고 그 시간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당이 든 음료와 음식도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때의 다짐을 온전히 지키고 있느냐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그날의 결심은 금세 잊고 지키려고 했던 건강한 습관도 몇 달 안 가서 흐지부지됐다. 몇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작심삼일도 열 번 하면 한 달이고,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니까. 다시 커피와 술을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요며칠 하지 않았던 운동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 자극적인 음식도 피해 최근 연약해진 위장에 휴식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언젠가 또 병원에서 내 몸에 미안해하는 순간을 마주하기 전에 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문하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문하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