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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논란 후 2년, <수리남>으로 돌아온 하정우

그가 고개를 숙였다. 컴백작의 제작보고회에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에 관해 아무런 언급 없이 임했던 게 다시금 논란이 되자, 이후 가진 대면 인터뷰에서 작정이라도 한 듯 고개부터 숙였다.

On October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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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논란’ 그 후 2년

2년 만이다.‘돌아온’ 배우 하정우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기자들과 직접 만난 건 2년 반 만이라고 했다. 불미스러운 일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인터뷰에 앞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제작발표회 때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그렇게 못 했다. 요즘 비대면 인터뷰가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대면 인터뷰 요청을 드린 건 직접 얼굴을 보고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대중에게 불편한 사건을 접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앞으로는 사려 깊게 살아가면서 모범이 되겠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하정우는 지난 2020년 8월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뒤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검찰 측은 하정우가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19회에 걸쳐 불법 투약했다고 발표했고, 이에 하정우 측은 흉터 제거를 위해 수면마취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차명으로 병원을 예약하고, 진료 기록을 9회에 걸쳐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추가됐다. 결국 1심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를 포기하며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엔 도를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코로나19가 심하던 시기라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걷기만 했다. 한강을 걸으며 내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봤다. 내 나이, 내가 겪고 있는 시간도 정확하게 알게 됐고, 좌표도 다시 세우게 됐다. 단순히 그 사건 때문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면서 이러저러한 많은 잘못을 해왔구나 하며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불편한 말들을 꺼릴 것 같았던 그는, 생각 외로 허심탄회하게 지난 2년을 얘기했다. 담담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년 만에 공식 활동을 시작한 하정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통해 성공적으로 컴백했다. 9월 16일 현재 넷플릭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전 세계 TV 시리즈 중 3위를 달리고 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목숨을 건 비즈니스에 뛰어든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 역을 맡았다. 어떤 상황도 긍정적으로 풀어가는 수완 좋은 캐릭터다.
하정우와 많은 작품을 함께 해온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하정우 외에도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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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 흘렀던 지난 2년

대면으로 인터뷰하는 게 꽤 오랜만인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도 3년 만에 진행하는 첫 대면 인터뷰라고 전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반 만에 대면 인터뷰하는 자리라 상당히 낯설고 어색하다. 생각해보면 데뷔 이후 쉴 새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래서인지 지난 2년이 상대적으로 아주 더디게 지나간 느낌이다. <수리남> 제작발표회 때도 무척 긴장했었다. 그렇게 떨어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당시 찍혔던 사진들을 보니 인상이 어색하더라. 나조차도 나의 그런 모습이 낯설다.

애초에 <수리남> 스토리를 윤종빈 감독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안다.
맞다,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제안했다. 영화적으로는 극적이고 매력적인 소재니까. 사실 처음에 윤종빈 감독에게 제안했을 때는 거절당했다. 이후 윤 감독은 영화 <공작>를 촬영했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성사가 된 것이다. 문득 시리즈로 찍으면 가능할 것 같아 다시 제안했다. (황)정민 형이 마약 대부 역할을 하면 영화와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의기투합했고, 하나하나 접근해갔다.

극 중 캐릭터 ‘강인구’는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사용한다.
생존 영어다. 교육기관에서 영어를 배운 게 아니라 미군 부대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어깨너머로 영어를 배운 친구다. 쉬운 단어를 요리조리 잘 섞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캐릭터다. 그래서 발음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편했다. 물론 내 모국어가 아니기에 반복해서 연습했다.

극 중 애드리브가 많다.
애드리브라기보다 윤 감독과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평소에 내가 자주 쓰는 말이나 농담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걸 그대로 썼더라.

강인구는 평범한 사람이다. 한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까지 수없이 간다. 어떻게 그 감정을 이해했나?
삶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싶다. 하다 보니까 거기까지 간 거다. 한 걸음 갈 때는 이게 위험한 일인지도 모르고, 거창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데 뒤돌아보니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강인구가 사건 하나하나에 빠지는 걸 생각하면서 연기해나갔다.

윤 감독과는 17년 지기다. 작품도 이번이 다섯 번째다(두 사람은 윤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등을 함께하며 충무로에 센세이션을 일으켜온 파트너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윤 감독이 연출한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내가 전공했던 영화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처음 해본 것이다. 그리고 <비스티 보이즈>를 같이 찍으면서 공부한 것들이 다시 한번 정립됐다. 영화적으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분명한 건 그는 매력적인 연출자고, 신뢰 가는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하정우의 연기 루틴은 뭔가?
어떤 연기를 하든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루틴을 똑같이 유지한다. 오열하는 연기를 하더라도 그 감정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그게 나에게 맞는 패턴인 것 같다. 모르는 척 쓱 들어가 집중해서 연기한다.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에너지는 어땠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배우이지 않나. 그 에너지, 그리고 영화에 임하는 자세는 실로 엄청나다. 정민 형은 모든 것이 릴랙스돼 있는 배우다. 액션을 찍다 보면 툭 쳐봐도 상대 배우의 운동신경이나 몸 상태, 감정이 느껴진다. 형은 마디마디가 다 릴랙스돼 있는 사람이다. 극 중에서 멱살을 잡고 목을 끌어 올리는 데도 전혀 힘들지 않더라. 상대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다. 사소한 것이지만 늘 연기할 때 마음을 써주고 배려해준다.  

“한강 걸으며 내 삶 돌아봤다”

‘프로포폴 논란’이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도 궁금하다.
당시엔 그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만 차리자 싶었다. 때가 되면 분명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나를 되돌아봤다. 열심히 사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내가 너무 느슨한 기준을 두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부족했다.

구설도 있고 사랑도 받았다. 어쨌든 하정우라는 배우는 오랜 시간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나와 영화 작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지 않나. 그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만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17년 동안 배우 일을 하면서 거창한 성과나 예술 작품에 대한 성취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영화를 했던 시간 그 자체가 내게 가장 의미 있다. 그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