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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의 요즘

배우 김현숙과 비워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On June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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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자라컬렉션, 톱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돌이켜보면 그녀는 늘 평범의 범주를 약간씩 벗어나 있었다.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라고 외치는 KBS2 예능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가 그랬고, 예쁘지 않고 뚱뚱해 구박을 받을 때도 있지만 움츠러들지 않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도 그랬다. 김현숙은 두 캐릭터를 통해 ‘이게 그냥 난데 어때?’라는 태도로 주체적인 여성을 그렸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사내맞선>의 ‘여의주’도 비슷하다. 극 중에서 여의주는 GO푸드 레토르트 식품개발 1팀 부장으로 동기를 제치고 초고속 승진을 한 커리어 우먼이다. 여주인공 ‘신하리’(김세정 분)의 상사로 강단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능력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현숙은 ‘부장’, ‘초고속 승진’이라는 특징에 맞춰 캐릭터를 설정해 <사내맞선>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사내맞선>이 11.4%의 시청률로 종영했어요. 극본을 맡은 한설희 작가와는 <막돼먹은 영애씨>로 만난 오래된 인연이죠.
한설희 작가가 직접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제안했어요. 여의주의 출연 분량은 적지만 제가 맡아줬으면 좋겠다며 대본을 한번 읽어봐달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처음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거절했는데, 박선호 감독님까지 설득하는 바람에 합류하게 됐어요. 그 후엔 어떻게 하면 극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전체적인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존재감은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여의주라는 캐릭터를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요?
여 부장은 동기 중에 가장 빨리 부장 자리에 올라간 능력 있는 여자잖아요. 결단력이 있을 것이고, 팀원들을 살뜰히 챙기는 부드러운 면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장 위치에 있으면 ‘꼰대’처럼 행동할 수도 있는데 팀원 의견을 100% 존중하죠. 여 부장만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해 믹스매치 스타일링을 하기로 했어요. 재킷에 캐주얼한 팬츠를 매치하고, 컬러풀한 의상에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안경을 화려한 안경 줄까지 달아 여 부장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만들었죠.

말투나 목소리 톤에도 신경을 쓴 것 같았어요.
대본에 만화적 요소가 많아 의도적으로 조금 더 높은 톤으로 말했고, 조금은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말투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두 주연배우의 톤이 생각보다 더 높아 준비했던 것보다 좀 더 높은 톤으로 조정했죠. 대사는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여 부장과 커플로 출연한 ‘계빈’ 차장 역의 임기홍 배우와 알던 사이라 호흡이 잘 맞아 애드리브로 대사를 주고받기 편했죠.

출연 전 고민했던 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많은 것을 쏟아부었네요.
결정하기 전까진 신중하지만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아요. 시청자들에게 변명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결정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극이 전하는 바와 각각의 장면이 지닌 목표를 달성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내맞선>의 여의주라는 캐릭터가 제겐 어려웠어요. 서사를 보여줄 기회가 적어 고민이 많았죠.

엄청난 노력파군요.
연극배우로 무대에 처음 올랐던 때부터 그랬어요. 무대 체질이라 무대 위에선 날아다녔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까진 수없이 고민하고 긴장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요.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해요. 13년 동안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했는데, 늘 새로운 시즌의 첫 촬영 전날엔 잠을 자지 못했어요. 컨디션을 조절하려면 자야 하니까 불을 다 끄고 눈을 감고 있어도 생각이 멈추질 못했어요. 머릿속으로 첫 촬영 현장의 리허설을 하는 거죠.

지금은 드라마 시즌제가 익숙해졌지만 2009년 당시만 해도 한 드라마가 시즌제로 진행되는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17개 시즌이라니, 대단합니다.
그땐 제가 늘 촬영장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밤새 촬영하고 메이크업을 덧칠한 다음에 다음 날 촬영 스케줄에 바로 들어가기도 했어요. 물론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현장에 가면 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에 즐거웠고 보람찼어요. 지금도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즐겁다면 어떤 현장에서도 활기차게 촬영에 임할 수 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피곤하고 힘들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것 같아 컨디션 조절을 하고
마인드컨트롤도 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니까
제 마음을 스스로 돌보고 위안하고 보듬어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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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톱·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엄마는 나에게 정말 소중해”

김현숙은 2014년 동갑내기 비연예인 남편과 결혼했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해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020년 성격 차이로 6년여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김현숙은 한 방송에서 “순간적으로 이혼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결혼 생활 동안 켜켜이 쌓여온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이혼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 후 그녀는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를 통해 8살 아들 하민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최근 하민이와 양양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봤어요.
원래 부모님이 계신 밀양에 갈 계획이었는데 급하게 양양으로 행선지가 바뀌었어요. 낮에는 호텔에서 함께 수영을 하고 밤엔 30분 정도 각자 시간을 가졌어요. 제가 하민이에게 “산책하고 오자”고 했더니 쉬고 싶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죠. 워킹맘이라 혼자 있을 시간이 없어 속으로 노래를 불렀어요.(웃음) 그리고 돌아와서 저는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모니터했고, 하민이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TV도 보면서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가 좀 크니까 이런 여행도 가능하더라고요.

올해 하민이가 초등학생이 됐죠.
하민이를 단순히 어린아이로만 봤는데 하나씩 살펴보니까 제 생각보다 할 줄 아는 게 많아요. 동네 친구와 형, 누나, 동생뿐 아니라 엄마를 배려할 줄 알고 엄마와 대화를 나눌 줄 알더라고요. 양양에서 제가 실수로 다쳐 손바닥에서 피가 났어요. 제가 “하민이가 아니라 엄마가 다쳐서 다행이다”라고 했더니 “엄마는 나한테 정말 소중해. 다치면 안 돼”라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따뜻한 말을 한 번씩 건네서 제가 의지하기도 해요. 물론 저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어떤 노력이요?
체력 관리?(웃음) 엄마도 사람인지라 피곤하고 힘들면 한 번 낼 짜증을 두 번 내게 되는 것 같아 컨디션 조절을 하고 마인드컨트롤도 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니까 제 마음을 스스로 돌보고 위안하고 보듬어주려고 해요.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에요. 육아에 소홀한 것 같은 느낌.
워킹맘은 대부분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있잖아요. 아이에게 100% 올인하지 못한다는 미안함 같은 거요. 지나고 보니 누가 어떤 상황에서 아이를 키워도 완벽할 순 없더라고요. 또 제가 일 욕심이 많아 더 그래요. 데뷔 후, 하민이를 임신하고 출산한 기간 중 5개월을 제외하곤 쉰 적이 없거든요.

워커홀릭이군요.
홀어머니 아래 3남매가 자랐는데, 실질적으로 제가 가장이라서 늘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게다가 연예인은 프리랜서니까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하잖아요. 나를 찾아주면 언제든지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내게 원하는 것을 캐치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오랜 꿈 중 하나가 유럽 여행인데, 보통 유럽 여행은 몇 주 동안 길게 가니까 그사이에 작품 제안이 들어올까 봐 가지 못할 정도로 일을 중심으로 살아왔어요. 그렇게 열심히 활동해 번 돈으로 가족들이 생활하고 집의 빚을 해결했죠.

번아웃이 온 적은 없어요?
몇 년 전에 크게 사기를 당했어요. 제 직업이 프리랜서다 보니까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어 욕심을 부렸던 게 화가 됐죠. 그리고 얼마 후 저를 위로해준다고 다가온 지인에게 또 한 번 사기를 당했어요. 불행이 한 번에 몰아온다고 하잖아요. 힘든 일이 연이어 일어나니까 인생이 버거워지면서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의 후폭풍은 늘 거대하죠.
당시 많이 지쳤고 모든 게 원망스러웠어요. 제가 원하는 건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인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죠. 결국 제가 내려놓았어요. 제가 아무리 원해도 상대는 변하지 않으니까 제가 변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저 모든 것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생각만 하며 버텼어요. 그런데 그 일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제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다른 삶을 살게 됐어요.
 


힘든 일을 연속으로 겪은 뒤, 삶을 돌아보니 제가 가엾더라고요.
일에 치여 살았고 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돌보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어요.
그때부터 내 감정의 심연으로 들어가서 나를 먼저 살피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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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역경이 전화위복이 됐군요.
‘아, 내가 다르게 살아야겠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자’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됐죠. 힘든 일을 연속으로 겪고, 이혼을 한 뒤에 제 삶을 돌아보니 제가 가엾더라고요. 마음의 여유 없이 일에 치여 살았고 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돌보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내 감정의 심연으로 들어가서 나를 먼저 살피려고 노력해요.

인간 김현숙은 어떤 것을 좋아하나요?
음…. 자연에서 멍때리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요즘엔 일부러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나요. 예전엔 쉬는 날이라도 스케줄이 생기면 소화했는데 이젠 과감하게 포기하죠. 자연과 가까워지면 몸의 피로가 풀리고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돼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더라고요. 또 애주가라서 맛있는 음식을 안주 삼아 반주를 하는 것도 좋아해요. 아직까진 노력하는 단계예요. 제 변화가 하민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며 계속 노력해야죠.

하민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길 바라나요?
스스로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 알았으면 해요. 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돌아보니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때로는 인생에 풍파를 맞았을 때 흘러가는 대로 인정하고 비워내는 것도 필요해요. 스스로 행복해질 줄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을 만나도 헤쳐나갈 힘이 있다고 믿어요. 따라서 저 또한 제가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려고 해요. 배우로서 하고 싶은 작품에 출연하고, 워킹맘이나 싱글맘이란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고 자책하기보다는 ‘잘하고 있다’고 저 자신을 칭찬하며 자존감을 높이려고 해요. 자존감이 높으면 삶이 편해져요.

하민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요?
인생의 길라잡이 같은 엄마요.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편안한 엄마. 엄마는 언제나 하민이의 편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든든한 버팀묵 같은 존재가 돼야죠. 지금은 어떻냐고요? 하민이는 엄마가 소리만 지르지 않으면 좋겠다고 해요.(웃음)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이상욱
스타일링
이다연
헤어
서진이(rue710)
메이크업
유정하(rue710)
2022년 06월호
2022년 06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이상욱
스타일링
이다연
헤어
서진이(rue710)
메이크업
유정하(rue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