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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몰랐다니,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정치의 거울로 삼는다.

On April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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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전쟁, 쿠데타, 군인 출신 대통령이 먼 나라나 까마득한 과거 얘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히틀러와 그 일당도 어느 날 갑자기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순진한 시민들을 전쟁에 내몰았겠거니 상상했다. 그러다 나치가 합법 정당 활동을 통해 성장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후 무너진 독일 경제와 민족, 국가 자존심의 대안으로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충격을 받았다. 넷플릭스 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그중 한 청년의 후회를 그린다.

주인공 ‘휴 레것’(조지 맥카이 분)과 ‘폴 폰 하트만’(야니스 니뵈너 분)은 친척이자 친구다. 그런데 나치가 주요 정치 세력으로 부상하던 시절 폴이 그에 동조하면서 사이가 틀어진다. 휴는 반인권 정당에 열광하는 폴을 비난한다. 폴은 획기적인 국가 재건 영웅이 등장했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재앙을 걱정하며 반대하는 휴가 답답하다. 투표로 뽑은 지도자, 시민들이 부여한 권력이니 잘못을 하면 시민들이 제어할 수 있을 거라고 폴은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실수로 탄생한 히틀러 정권은 민주주의를 걷어차고 독재국가를 건설한다. 시간이 흘러 독일의 영토 확장 의지가 만천하에 확인된 1938년, 영국 총리 ‘체임벌린’(제레미 아이언스 분)과 히틀러가 뮌헨에서 평화 회담을 연다. 영국 고위 공무원이 된 휴, 독일 외교관이 된 폴이 재회한다. 폴은 휴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히틀러는 완전히 미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평화회담은 사기다. 체임벌린을 만나서 설득할 기회를 달라.” 신념은 바뀌었지만 폴은 여전히 급진적이고 휴는 온건하다. 폴은 신념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휴는 전쟁이 터진다는데도 자기 권한 밖의 일이라며 나서길 주저한다. 각각 강한 추진력이 있지만 나쁜 신념에 빠지면 위험한 부류, 상식과 정의에 충실하지만 악을 막는 강단은 부족한 부류다. 당시 독일과 유럽 동맹국들의 상태를 상징하는 구도다.

결국 체임벌린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폴은 급진적 해결책을 시도한다. 폴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유대인 친구가 고문당하고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히틀러를 지지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괴로워한다. 영화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에게 경고를 보내면서도 희망을 심어둔다. 영웅주의가 실패한 자리에서 좌절하지 않고 천천히 싸울 것을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조명을 비추는 것이다. 너무 단순하고 동화 같은 연출이 아닌가 싶지만 울림은 있다. 국가, 민족, 계급, 성별 등 수많은 전선에서 혐오와 싸우고 있는 현대인에게 시의적절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에도 이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CREDIT INFO
이숙영(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지은
사진
각 영화 스틸컷
2022년 04월호
2022년 04월호
이숙영(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지은
사진
각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