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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자들의 삼각관계 해결법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 요즘 여자들의 선택은 다르다.

On October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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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인>은 한 남자와 아이를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던 두 여자가 남자를 제거하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통쾌한 내용이다. 여기에 강인한 레즈비언 캐릭터가 그들을 조력하면서 여자들의 연대를 그린 드라마라고 호평받았다. 개인적으로 남자 하나 때문에 여자들끼리 머리채 잡는 흔한 드라마보다 ‘희수’(이보영 분)와 ‘자경’(옥자연 분)의 결말이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이용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녀들끼리 내통한다는 건 영화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속임수다. 가까이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가씨>가 있다. 고 이은주의 유작인 영화 <주홍글씨>도 남자 주인공의 아내와 정부 사이에 과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 <디아볼릭>이 있다. 소설 <악마 같은 여자>가 원작이며 1955년 프랑스에서, 1996년 미국에서 영화화됐다. 주요 인물은 3명이다. 바람둥이, 그의 아내 그리고 정부. 소설에서는 남자가 정부와 짜고 ‘아내’를 죽인다.

영화에서는 아내와 정부가 짜고 ‘남편’을 죽인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살아 돌아다니면서 살인자들은 공포에 빠진다. 평소 정부와 아내가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사람들은 쑥덕댄다. 하지만 남편에게 학대당하고도 반항 한번 못 하는 소심한 아내를 그나마 보살피는 게 정부다. 남편은 폭력적인 데다 아내 집안의 재력으로 높은 지위까지 꿰차서 아무도 그를 거역할 수 없다. 그가 아내를 학대할 때 정부만이 나설 수 있다. 그럼 그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는 왜 연적을 도와 애인을 살해하려는 걸까? 그게 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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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할은 프랑스판에서는 ‘세기의 배우’라 불린 시몬느 시뇨레가, 미국판에서는 영화 <원초적 본능>(1992) 개봉 이후 인기 상한가에 오른 샤론 스톤이 맡았을 정도로 극의 핵심이다. 두 작품의 결말은 다르다. 정부의 결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판은 스릴러 장르의 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는 명성과 달리 지금 보면 인물들의 심리가 캐리커처처럼 단순하다. 미국판은 무게감이 떨어져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에피소드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다만 1990년대는 대중문화에서 페미니즘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던 시기고, ‘센 여자’ 캐릭터가 잘 먹혔으며,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처럼 여자들이 연대하는 얘기도 인기였기 때문에 미국판엔 요즘 정서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프랑스판의 남성 탐정을 영화 <미저리>(1990)의 캐시 베이츠로 바꾸고 여자들의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두 작품 공히 아내와 정부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할 레즈비언 연인 관계를 암시만 하고 넘긴 건 아쉽다. 하지만 아내를 속이려다 연민하게 되는 샤론 스톤의 역할은 곱씹어볼 여지가 있다.

프랑스판 <디아볼릭>은 영화가 끝난 후 스포일러 방지 문구를 삽입한 최초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니 결말은 생략하겠지만 죽이고 싶은 남자가 있을 때(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두 작품을 한번 비교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결말이 더 통쾌한지, 여자가 도와야 할 건 누구인지.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2021년 10월호
2021년 10월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