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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의 <대지>와 7월의 신간

On July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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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책방
펄 벅의 <대지>

펄 벅(1892~1973)은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장로교 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중국으로 갔다. 그 후 그는 1910년, 즉 18살 때까지 중국에서 자신을 중국인이라 믿으며 살았다.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할 때도 자신을 미국인이라 여기기 힘들어했던 펄 벅은 졸업 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결혼했고 남경 금릉대학과 동남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중국은 그를 중국인으로 품어 안지 않았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중국인들은 펄 벅의 가족을 공격했다. 1927년 국공내전 당시 국민당 정부군의 난징 공격 때도 그는 온 가족이 몰살당할 뻔한 위기를 겪는다. 마오쩌둥 정권은 그를 제국주의의 시각으로 중국을 왜곡한 작가라 선언하고 그의 입국을 막았다. 그가 고향이라 여긴 땅은 그의 고향이기를 거부했고, 그가 타국이라 여긴 미국이 평생 그의 이름을 따라다닌다.

그가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그의 대표작 <대지>가 중국인들의 삶을 그린 것이라는 사실은 경계에 선 그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청나라 시골 빈농인 왕룽이 마을의 황부자 댁 하녀 오란과 결혼해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왕룽이 죽은 후 세 아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아들들> <분열된 집>이 후속작으로 이어져 3부작인 <대지의 집>이 됐다.

그의 작품은 주로 중국과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데뷔작인 <동풍서풍>도 젊은 중국 여인인 궤이란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고,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우리나라 농촌을 배경으로 한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와 우리나라 혼혈아가 주인공인 <새해> 등을 썼다.

그는 작가로서뿐 아니라 사회운동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의 아내인 중국계 미국인 호미리를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64년 펄벅재단을 세운다. 제2차세계대전 동안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과 중국 혼혈아들의 입양을 주선하는 일을 주요 활동으로 하는 단체다. 스스로 자신의 한국 이름을 ‘진주’(펄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름)라고 지을 정도로 한국에 애착을 가졌던 그는 부천시에 지었던 소사희망원에 여러 차례 방문해 몇 달씩 머물며 아이들을 직접 돌보기도 했다.

그가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여성과 소수의 인권을 위해 싸우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다리를 놓으려 애썼던 사회운동가가 된 것과 그의 성장 과정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불행을 이겨내기 위해 글을 썼던 그는 글로 자신을 치유했고, 지적장애아인 첫딸을 낳고 겪었던 괴로움을 7명의 아이를 입양해 길러냄으로써 위로받았다. 그 덕분에 동양과 서양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양쪽에서 내쳐진 그는 양쪽을 잇는 영토를 얻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의지로.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 <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연극배우이자 개그맨 최영준의 수묵화 에세이다. 그가 그린 300점의 그림과 함께 수록된 글은 삶의 희로애락, 자연 등 지친 일상을 보낸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최영준, 김영사, 1만9천5백원

  • <안녕, 결혼 1~4권>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 결혼 생활에서 고충을 느끼는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물.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Lucy, 부크크, 2만3천~2만8천원

  •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의 모습과 사연을 기록해온 사진작가 ‘라미 현’의 사진 에세이집. 각국에서 만난 참전 용사들의 모습과 전쟁의 기억을 전한다. 라미 현, 마음의숲, 1만6천원

  • <맛있게 쓴 옥주부 레시피>

    개그맨 정종철의 집밥 레시피 북. 그의 SNS에서 최다 ‘좋아요’를 기록한 메뉴 100선의 레시피가 공개된다. 식사 메뉴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정종철, 중앙북스, 1만8천원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네이버책
2021년 07월호
2021년 07월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네이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