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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유튜브

옆집에 사는 웃긴 오빠들, 배꼽빌라

On June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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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숙제했으니까 나이트클럽 가게 해줘." 일명 '마마보이 실험 영상'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유튜브 채널 <배꼽빌라>. 지난 2018년 SBS 공채 개그맨 출신 김승진, 유룡, 이재훈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채널이다. 코믹함이 영혼까지 깃든 세 사람의 재치와 자유로운 포맷의 유튜브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재훈(이하 '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던 시기였어요. 유튜브를 하고 있는 지인과 같이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그 지인만 알아보더라고요. 그때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유룡(이하 '유') 어린 조카를 만나면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은 몰라도 유튜버는 알더라고요.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니 곧 시장이 커지겠구나 싶었어요.

김승진(이하 '김') 처음에는 셋이서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런데 진입장벽이 높아서 유튜브로 눈을 돌렸어요.


<배꼽빌라>라는 이름의 뜻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개꼴통'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는데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다가 귀여운 인상을 풍기는 이름이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이 모여 웃음이 연상되는 '배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빌라'는 승진이 형이 추천했어요. 어린 시절 빌라에 살아서 꼭 빌라를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빌라라는 단어, 서정적이지 않나요? 어릴 때 16평(약 52.8㎡)짜리 빌라에서 대가족이 함께 살았던 기억이 있어요. 남다른 추억도 있고 빌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어감이 좋아서 추천했어요.


유튜브 채널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요?
세 사람 전부 개그맨이니까 웃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맞아요. 일상에서 장난치는 걸 순서대로 배치해 여러 개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개그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마마보이' 실험 몰래카메라가 큰 화제였죠.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요?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전에 했던 개그들을 다시 돌려봤어요. 그러다가 '어? 이런 걸 했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게 마마보이였어요.

사실은 영상 업로드 날짜는 다가오는데 만들어놓은 게 없어 급하게 찍은 겁니다.

90만 명의 구독자를 얻은 비결이 궁금해요.
단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동료 개그맨들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어요. 방송을 하지 못해 유튜브로 간 거라는 인식이 강했죠. 그런데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각자의 색을 뽐내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방송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유튜브를 통해 웃긴 개그맨이라는 걸 알리게 된 분도 많잖아요.


수입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엄청난 부를 창출했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희도 많이 벌고 싶어요.(웃음)

누군가를 웃기면서 돈벌이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지만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일정하지 않아서 불안하기도 해요. 당장 내일부터 수입이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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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상의 샌드파이퍼, 티셔츠·데님 팬츠 모두 카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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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재킷·티셔츠 모두 샌드파이퍼, 데님팬츠 리바이스, 신발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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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룡 재킷·티셔츠 모두 마하그리드, 데님 팬츠 리바이스.

‘웃겼다’는 반응만큼 좋은 게 없어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영상을 봤는데 웃느라 배에 힘이 잘 들어갔다는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주목을 받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6개월이요. 심혈을 기울인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조회 수가 많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별생각 없이 찍었던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을 때도 있어요.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유튜브에는 정답이 없어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시청자가 어떤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는지 파악하고 의견을 반영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구독자 댓글이 있나요?
고된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저희 영상을 보고 웃음이 났다는 댓글이 기억나요.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하는 천성 때문인지 '웃겼다'는 반응만큼 좋은 게 없는 거 같아요.

저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배꼽빌라> 영상을 봤는데 웃느라 배에 힘이 잘 들어갔다는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남겨준 반응이 사실이든 아니든 재미있게 봤다는 표현이잖아요.


개그맨들이 유튜브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유튜버도 있을 거 같아요.(웃음)
초반에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우리 기준에 맞춰 웃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에서 인기 채널로 자리 잡은 <동네놈들>이나 지금 화제를 이끌고 있는 <피식대학> 친구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좋은 자극제가 되는 친구들이에요.


질투가 나진 않나요?

전혀요. 모두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개그맨들이 유튜브에 발을 들이더니 더 잘하네?' '몰랐는데 정말 웃기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기를 바라고요.

한 개그계 선배가 "남이 잘되면 축하해줄 수 있지만 정말 잘되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배가 아프다기보다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리고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어요. 우리도 '피식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수위 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웃음 코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는 표현도 오해의 여지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고요. 1년 전에는 통했던 농담이 이제는 무례함으로 느껴진다면 고쳐야죠. 시대에 맞춰 개그 방식을 달리하는 게 이 직업의 숙명인 거 같기도 해요. 방송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을 기준으로 수위 조절을 해요. 구독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음식을 길에 버리는 걸 개그 소재로 사용한 뒤에는 다시 주워 먹는 장면까지 포함해 불편함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요.


코미디 무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유튜브는 어떤 존재인가요?
터닝 포인트. 유튜브를 통해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보다 높은 인지도를 얻었고, 다채로운 개그 콘텐츠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됐잖아요.


<배꼽빌라>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방송국에서 코미디 무대에 서는 것. 개그맨으로서 코미디 무대가 없어진 게 정말 아쉬워요. 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시작할 때와 다름없는 목표예요.

저는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옮겨 구독자를 확장하고 싶어요. 또 재훈 씨와 마찬가지로 방송국으로 돌아가 역량을 펼치고 싶어요.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많거든요.

저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진 않아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지낼 거예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김연주
사진
지다영
2021년 06월호
2021년 06월호
에디터
김지은, 김연주
사진
지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