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리터리 예능이 등장했다.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대결을 벌이는 서바이벌 예능 채널A·SKY <강철부대>가 그 주인공이다. 방송은 MBC 예능 <진짜 사나이>, 유튜브 <가짜사나이>에 이어 화제성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존의 군대 예능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예인들의 짧은 병영 체험, 고된 훈련 속 고통과 성장을 담아낸 정형화된 군대 예능의 포맷을 지워내고, 특수부대 출신 출연진의 넘치는 승부욕과 치열한 경쟁을 다룬다.
그래서일까? 시청률이 고공 행진 중이다. 첫 회는 2%대를 기록했지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4회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첫 번째 탈락 부대가 나온 4회는 4.9%(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6.2%까지 치솟았다. 넷플릭스와 티빙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많이 본 동영상으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군대 예능의 재발견
최고의 특수부대를 찾아가는 <강철부대>. '특전사(특수전사령부)', '해병대수색대', 대테러 부대 '707(제707특수임무단)', 'UDT(특수전전단)', 대테러 초동조치 특수임무대 'SDT(군사경찰특임대)', 구조 부대 'SSU(해난구조전대)' 등 총 6개의 특수부대에 각 4명씩 총 24명이 치열한 미션을 거쳐, 다음 미션으로 진출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리얼리티 쇼다.
처음에는 <강철부대>를 두고 이전의 군대 예능과 다르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군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릴 수 있는 그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훈련 중 힘들어하는 인물의 서사, 팀워크를 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 등이 그것이다. <진짜 사나이>와 <가짜사나이>가 안고 갔던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군대 예능만의 클리셰에 피로를 느낀 시청자들 사이에선 "뻔할 것"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강철부대>는 예상을 엎었다. 고도의 정신력과 비현실적인 피지컬을 지닌 출연진이 몸 사리지 않는 격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고도의 전략을 세우는 순간까지 녹여내 "특수부대 출신은 남다르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웃음을 위한 희생양을 만들지 않는다. 출연진만큼이나 시청자도 진지해지는 대목이다.
군대 예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가혹한 훈련의 희화화나 가학성도 덜어냈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짜사나이>는 조교들이 출연자들에게 정신력 강화를 빌미로 지나친 비난과 조롱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약한 체력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린 출연진을 자극해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반면 <강철부대>는 군대란 조직의 문화보다 강인함, 팀워크 자체에 집중한다.
'캐릭터 맛집' 팬덤까지 생겼다
매회 부대원들의 자부심, 승부욕, 자발성이 드러나는 '건강한 대결'이 펼쳐지는 <강철부대>. 진흙 참호 격투에서 맨몸으로 얽혀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승부욕을 느낄 수 있고, 40kg이 넘는 타이어를 어깨에 메고 모래밭을 달리는 모습에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4회분에서 250kg에 달하는 고무보트를 합심해 머리에 얹고 모래사장을 달리는 '타이어 뒤집기' 미션은 의미가 남다르다. 탈락 부대가 확정된 상황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방송은 군인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위 '군인 아저씨'라는 편견 섞인 표현, 군대를 둘러싼 남성들만의 지나친 공감대 형성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던 이들도 <강철부대>를 통해 '군인'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진 건 진 거고, 해야 할 건 해야지." 패배가 확정된 이후에도 미션 이행을 위해 멈추지 않은 해병대수색대 예비역 팀장 오종혁이 남긴 말은 군인으로서 자긍심을 엿보는 것을 넘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차별도 없다. 특전사 출신 가수 박군(본명 박준우), 해병대 출신 가수 오종혁, 배우 안태환 등 낯익은 얼굴이 등장하지만, 방송은 알려진 이들을 중심으로 방송을 이끌어가지 않는다. 비연예인 출연진의 서사에도 집중해 똑같은 부대원이라는 의식을 심어준다. 오롯이 미션에서 두드러지는 성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주는 이들을 조명한다.
이러니 비연예인 출연진을 향한 시청자의 궁금증이 더 큰 상황이다. UDT 출신 육준서, SDT 출신 강원재, 특수부대 특전사 출신 김현동 등은 연예인 버금가는 비주얼과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송 이후 각 출연진의 SNS 팔로어 수가 2배, 많게는 4~5배까지 치솟으며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심지어 출연진 각각 SNS 팬 계정이 따로 생겼을 정도다.
이들에게 열광하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각종 SNS에서 출연자들의 일상과 미션 클립 영상이 확산하면서 20~30대의 인기를 끌었고,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방송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면서 40~50대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화제 예능답게 패러디도 등장하고 있다. 방송 초반임에도 개그맨 심문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공탄TV>에서 <강철부대> 패러디 콘텐츠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