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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의 남주들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TV조선 역대 드라마 시청률을 경신하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절필 선언 후 돌아온 ‘먹히는 막장’의 대가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다.

On March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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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와 함께 한국 막장 드라마계의 양대 산맥으로 거론되는 임성한 작가가 절필 선언을 깨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선택한 스토리는 ‘불륜’. 역시나 자꾸 보게 되는 업그레이드된 막장이다.

임성한 작가가 6년 만에 내놓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30·40·50대 매력적인 3명의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들이 예상하지 못한 불행을 마주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이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임성한표 막장 드라마의 인기는 상당하다. 지금까지 11개의 드라마 중 실패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는 임성한의 복귀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TV조선 드라마 최초로 ‘수도권 기준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방송된 8회분은 분당 최고 시청률 10.6%를 찍기도 했다.

직접 키우지 못한 친딸을 며느리로 삼는다거나(<하늘이시여>), 배다른 여동생의 약혼자를 빼앗아 복수하는(<인어아가씨>) 등 자극적인 소재는 매번 달라지지만, 임성한 작가 작품의 공통점 하나는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 부잣집 아들로 능력 있으면서, 약간 느끼하지만 남성답고 믿음직한 캐릭터의 남자 주인공들 말이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은 뉴 페이스들보다는 임성한 작가의 픽을 받은 남자 주인공들이 다시 중용됐다는 점 정도다.
 

성훈, 이태곤, ‘신인급’ 중년 문성호까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주연 성훈에게 임성한 작가는 ‘고마운 존재’다. 그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신기생뎐>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게 많은 배우였다. 그는 <신기생뎐>에서 기본적인 발성, 발음, 눈빛 연기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의 낙점으로 <신기생뎐> 주연을 맡았고, 드라마는 최종화에서 시청률 28.3%를 기록하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성훈도 배우로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각종 드라마 주연을 꿰차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은 성훈은 임성한 작가와 10년 만에 재회, 이번 작품에서 30대 변호사 ‘판사현’ 역을 맡게 됐다.

임성한 작가가 자신이 선택한 신인 배우를 다시 본인 드라마에 등장시키는 것은 그의 패턴이기도 하다. <하늘이시여>와 <보석비빔밥>으로 임성한 작가와 함께했던 배우 이태곤도 합류했다. 병원장이자 사랑꾼 남편 ‘신유신’을 연기했다. 그 역시 임성한 작가에게 선택받기 전까지는 무명이었지만 <하늘이시여>에서 부잣집 자제로, 사랑 앞에 순수하면서도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한 덕에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성훈부터 이태곤까지, “임성한 작가에게 선택받으면 배우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전 작품들이 대부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남자 배우들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이번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제법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대거 주연으로 캐스팅됐지만 여전히 ‘무명’ 중 낙점된 인물은 있다.

바로 조연 ‘서반’을 연기하는 배우 문성호(50세)다. 그는 지난 2015년 출연한 SBS 드라마 <가면> 외에는 드라마 출연 경험이 전무하다. 그 때문에 연기력 논란도 제기되지만 극에서 맡고 있는 역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특히 극 후반부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미스터리한 역할이다. 판사현(성훈 분)의 아내 ‘부혜령’(이가령 분)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담당 부장으로 준수한 외모와 틈이 없는 성격을 소유한 인물이다. 항상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 탓에 모두 그의 존재를 궁금해하지만, 정작 일할 때와는 다르게 럭셔리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훤칠한 키에 선 굵은 외모… 남주의 공통점

특히 임성한 작가 드라마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공통점이 있다. 훤칠한 키에 선이 굵은 외모, 다재다능한 능력까지 갖춘 이들이기 때문. <인어아가씨>의 김성민(180cm), <하늘이시여>의 이태곤(185cm), <신기생뎐>의 성훈(185cm), <오로라공주> 오창석(182cm), <아현동 마님>의 김민성(183cm). 모두들 체격 조건이 훌륭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이국적인 느낌으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현재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조연으로 출연 중인 문성호도 키 184cm로 훤칠한 피지컬과 이국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다.

외형적인 이미지만큼이나 극 중 캐릭터들도 유사하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꽃미남 스타일과 정반대인 오히려 여자를 지켜줄 법한 남성미를 지닌 ‘상남자’들이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 바르면서 전문직에 종사한다.

그러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순수하다. 재력이 있고 다른 이들에게는 까칠하지만 속은 소탈하고 따뜻하며, 좋아하는 여성에게는 온갖 장애물을 이겨내고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완벽한 남자들이다.

주연을 맡는 남자 배우들이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훌륭한 체격 조건에 이국적인 마스크, 거기에 여자들의 워너비 같은 극 중 캐릭터까지. 임성한호(號)에 승선하는 것은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었다.
 

시청률을 고려한 취향

이 모든 게 ‘시청률’을 고려한 임성한 작가의 취향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임성한 작가는 2018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막장 논란에 대해 “신내림이나 겹사돈은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재다. 불륜 소재도 일상에 널렸다. 그런데 막장이라고 한다”며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물에서 사람이 공중으로 뜨고, 손에서 거미줄 나오는 비현실적인 얘기는 황당하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막장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에 대해서도 “어찌 됐든 시청률이 가장 중요하다. 수백 명의 스태프가 달려 있다”고 얘기했다.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오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등장하는 것 모두 ‘시청률’을 위한 장치였다는 설명이었다.

남주들의 일관된 캐릭터도 그런 맥락에서 낙점된 것이 아니겠냐는 추론이 나온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같이 일을 하지 않은 경우 막장이라고 비난할 수 있어도 함께 일한 팀 입장에서는 논란과 별개로 늘 ‘성공’을 안겨다주는 확실한 작가 아니겠냐”며 “비슷한 캐릭터의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도 ‘성공 패턴’으로 판단한 임성한 작가의 개인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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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드라마의 여주 계보

주연 중 한 명을 신인으로 기용하는 것은 임성한 작가의 특징인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여자 주인공에 낙점된 이가령이 바로 그러하다.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신기생뎐>의 임수향, <오로라공주>의 전소민 등 모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거나, 오랜 무명 생활을 경험한 중고 신인이었다가 임성한 작가의 낙점을 받고 스타가 됐다. 특히 젊은 주연의 경우 가급적이면 인지도 있는 배우를 발탁하지 않는다. <인어아가씨> ‘은아리영’ 역할 캐스팅 당시 장서희를 놓고 임성한이 MBC 고위층 간부들과 갈등을 빚은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번 작품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이가령이 주연으로 발탁했다. 주로 CF 모델로 얼굴을 알렸던 이가령은 임성한의 <압구정 백야>(2015)의 주인공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이번 작품에서 선택을 받았다. 똑 부러진 아나운서 출신 라디오 DJ로 등장하는 이가령을 극 중 연하 남편으로 나오는 성훈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연기력 논란이 제기됐지만, 드라마 흐름에 맞춰 연기력도 올라오고 있다는 평이다.

여자 주인공들 역시 남자 주인공들만큼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의 임성한 작가 드라마 여자 주인공인 장서희와 이다해, 윤정희, 임수향의 경우 둥근 이마와 통통한 뺨 등 닮은꼴 외모다. 목소리도 비슷한 편이다.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전달력이 좋다.

캐릭터도 유사하다. 특히 여성 주인공들의 경우 형편이 좋지 않으나 자아가 강하고 상대방을 가르치려 든다고 느껴질 만큼 강한 말투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를 준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배다른 동생의 약혼자를 뺏거나(<인어아가씨>), 상처받지 않기 위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아현동 마님>)을 서슴치 않는다.

‘자아가 강한 여성’으로 대표되는 여성 주인공은 당차다 못해 당돌하다는 평을 받는다. 비상식적인 부유층 사람들, 특히 극 중 시어머니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공통된 흐름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서환한
사진
TV조선, MBC <오로라 공주> <인어아가씨> 홈페이지, MBC <아현동 마님> 방송 캡처, SBS 드라마 <신기생뎐> 홈페이지
2021년 03월호
2021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서환한
사진
TV조선, MBC <오로라 공주> <인어아가씨> 홈페이지, MBC <아현동 마님> 방송 캡처, SBS 드라마 <신기생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