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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사춘기가 뭐예요?

10대가 되는 주안이. 난 이 사실이 무척 아쉽다.

On January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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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된다는 사실이 이상하다. 내가 10대에서 20대가 될 때 느꼈던 짜릿함과 흥분보다, 또 20대에서 30대가 되면서 느꼈던 책임감보다 더 오묘하다. 그래서 지난 12월엔 주안이에게 반복된 질문을 많이 했다.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2021년이 되면 어엿한 10대가 되는 주안이가 왠지 아쉬워서다. 나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주안이 역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할아버지!”라고 받아친다. 에전엔 "똑같이 좋아" 하고 새침하게 대답했던 주안이다.

그렇게 귀여웠던 ‘어린이’가 이젠 나보다 풍부한 상식을 가지고 고차원적인 질문도 서슴없이 한다. 요즘 주안이는 우주에 관심이 많다.

“아빠, 화성이랑 목성 중에 어느 행성이 더 크게?” “태양의 온도는 몇 도일까?” “태양계를 넘어선 탐사선이 있을까?” “빛의 속도가 빨라? 마하가 빨라?”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은 주안이에게 한바탕 질문 소나기를 받고 나면 어느새 ‘주안이 선생님’과 ‘아빠 학생’이 된다.

이렇게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SBS 예능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했던 주안이의 모습을 보면 지금처럼 잘 자라준 주안이가 기특하고 고마우면서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주안이의 성장은 나에게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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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생신 파티를 준비하는 주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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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표 계획 중인 주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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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가 엄마에게 만들어준 반지와 자동차 그림.


어느 날엔 주안이가 사춘기에 대해 질문했다. “아빠! 사춘기가 뭐예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사춘기는 마음의 변화가 많이 생기는 시기야.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그 시기에는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더 좋을 거야. 또 엄마 아빠가 하는 말과 충고가 귀찮고 잔소리로 들리면서 짜증 날 수도 있고, 주안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하기 싫어질 수도 있어.” 주안이가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아빠! 나는 절대로 사춘기 안 할 거야. 약속할게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주안이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이성을 잃고 주안이의 볼을 꼬집을 뻔했다. 그래서 주안이의 대답을 녹음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주안이는 녹음하지 않아도 약속을 꼭 지킬 자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며칠 뒤, 문제집 푸는 걸 자꾸 미루는 주안이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더니 이 녀석이 짜증을 냈다.

나는 주안이에게 슬쩍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 문제집을 다 풀고 나오는 게 아닌가! 나는 이 모습들을 마음으로만 기억해야 한다는 게 참으로 아쉽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큰 기쁨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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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주안이.


물론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랐으면 싶다가도 지금 모습 그대로 머물렀으면 싶다. 이 오묘한 감정의 조합은 오롯이 부모만 느끼는 게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아들의 감정 변화와 아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아빠의 감정 변화, 그 안에서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교감으로 쌓아가는 관계의 형성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코로나19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아들아, 10대에는 더 잘해보자!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1년 01월호
2021년 01월호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