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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오빠들

<강철비 2> 정우성이 대통령 역할로 참고한 인물은?

이정재와 정우성은 영원하다.

On Septembe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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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영화 <비트>를 시작으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시자들> <신의 한 수> <나를 잊지 말아요> <아수라> <더 킹> <강철비> <증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지난해엔 영화 <증인>(2019)으로 2019년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제39회 황금촬영상 연기대상,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휩쓸었다. 이른바 '청춘스타' '비주얼의 정석'으로 살아온 그가, 40대를 기점으로 연기파 배우로 또 다른 건재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증인> 홍보차 가진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이런 말은 한 적이 있다.

"'청춘스타'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스타'라는 말이 주는 좋은 것들에 매몰되면 제가 사라질 것 같아서요. 스타는, 현상일 뿐이고 타인이 제게 주는 것이지 제 것은 아니잖아요. 어떤 수식어도 저를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저는 제 내면을 대중에게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노력이 쌓이면 어느 순간 제 모습이 완성되겠죠."

최근엔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분했다. 사실 영화 속 '대통령' 역할은 연기파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즉, '잘해야 본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 영화다. 천만 영화 <변호인>과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정우성은 전쟁 위기 속,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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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배우로 정점

출연을 고민했다고 들었다. 스토리는 허구이고 풍자적이며 또한 장르적 특성도 새로웠는데, 그 안에 깔려 있는 내용이 진지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서 출연을 고민했다. 왜 이런 영화에 굳이 나라는 배우를 얹히려고 하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결과물을 보고 만족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더불어 지난 역사 속의 우리 그리고 우리의 과거 상황이 복합적으로 떠밀려와 울컥했다. 몰입해 봤다.

대통령 역할이다. 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나?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고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정상회담을 이루었던 지도자들의 타당한 고민,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닌 지도자의 모습을 확장시켜 연기했다.

연기하면서 한국의 상황이 무기력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화나고 답답하게 느꼈던 부분도 있었다. 한데 그게 우리의 입장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이해도 하게 됐다.

대통령, 해보니 어떤가?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떠나서, 공직에 있는 사람 모두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공심(公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키려고 해야 한다. 공심을 버리고 사심에 치우치고, 사심이 공심인 척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 공심은 국민 전체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연기다. 감정선을 어떻게 잡았나? 우리 민족에 대한 연민을 포인트로 잡았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한데 그 상황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과거에 대해 외면을 하고 지나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든 제일 고통받는 건 국민이다. 그 연민이 대통령이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감정이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덕목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 같은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확신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인내심, 그리고 설득력이다. 그 인내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뚝심도 필요하다. 백 년을 내다보는 혜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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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라는 배우는 정치적 소신을 말하는 배우다. 그 이미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 때문에 이 역할에 부담을 느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 글쎄, 내가 정치적 표현을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어떤 발언을 했을 때 그게 정치적 발언이라고 규정짓는 시선이 오히려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째든 우리의 삶은 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가 잘못 뽑은 정치인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 우리 모두는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말할 자격이 있다. 말해서 좋은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그게 정치라면 정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다.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영화가 나왔을 때 '대통령이 정우성이라고? 외모가 복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전히 훈훈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웃음) 기분이 좋다. 좋은데 외모가 우선시되면 안 된다. 한 배우를 평가하는 건, 그 사람의 생각과 지나온 시간이 섞여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기분은 좋다.

유연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아끼는 동료이자 후배다. 책임감이 있는 친구다. 그 책임감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시간적인 노력과 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것도 두루두루 잘하는 좋은 배우다.

영화 <보호자>를 통해 첫 장편 연출을 맡았다. 영화가 잘 나왔다고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웃음) (영화 <보호자>는 자신에게 남은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메가폰을 잡은 정우성을 비롯해 김남길, 박성웅 등이 출연한다.) 그 소문, 내가 낸 거다. (웃음) 어쨌든 적성에는 맞는 것 같다. 얼마나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지만 완성도에 집착했다. 그게 감독의 일 아닌가. 시시각각 바뀌는 현장의 컨디션을 적절히 조율하며 충실히 해내려고 했다. 지금은 후반 작업 중이다.

개인적으로 <강철비> 시리즈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어떤 영화는 개봉 후 생각지도 못한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지나봐야 많은 의미가 합쳐져 하나의 의미로 정립될 것 같다. 그럼에도 배우는 또 다른 작품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도 절대적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올해로 연기한 지 24년이 됐다. 청춘스타에서 어느덧 연기파 배우로, 잘생긴 배우에서 어느덧 신뢰감이 느껴지는 배우 혹은 사람이 됐다. 되돌아보면 어떤가? 어느 역할이 잘됐다고 해서 그 역할에 연연하거나 갇히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평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나라는 사람을 완성하는 과정은 죽을 때까지다. 배우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받는 사랑이 세상에서 오는 거라면 세상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세상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모든 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2> 스틸컷
2020년 09월호
2020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2>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