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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방황 끝낸 정치가 이광재 ‘권력’보다 ‘담론’을 좇고 싶다

올해 초에 특별사면된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강원원주시갑에 출마해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요즘 이 의원의 행보를 보면 단지 ‘잃어버린 10년’을 복구한다는 차원을 넘어 보인다. 차기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르내리는 이유다.

On August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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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용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 준비 중"

Q 지난 7월 국회 질의 과정에서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 표현 때문에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사과하셨어요.
그분들이 말하기 전까지 몰랐다는 것이 제가 무지했던 것이죠.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의 특징을 보면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가려면 다양성과 포용성을 안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Q (원주 지역구에서에서 만났으니) 원주를 위해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뭡니까?
원주에 와보니 32평 아파트가 1억 7,000만원, 1억 9,000만원 하는 거예요. 살 만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일자리와 교육(교육이 제일 중요하죠), 의료, 문화가 없으면 집값이 싸도 만족도가 떨어지는 거죠. 만족도를 높이려면 제대로 된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요. 기업은 좋은 대학과 교육 시스템이 없으면 올 수가 없거든요.

지금 법률을 대대적으로 개정해 좋은 기업이 올 수 있는 인센티브를, 또 대학교 내에 기업이 올 수 있는 구조로 바꾸려는 거죠. 아울러 여주나 원주에서 판교까지 가는 데 30분 걸리거든요. 판교의 IT와 원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만나면 중소도시로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국회상임위 중 기재위와 예결특위를 동시에 맡아 지역 예산 마련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라는 것이 항상 중요한 것인데. 지역구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또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요. 꿈은 거창해야 하지만 꿈을 이루는 것은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원주에서 좋은 도시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Q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 분과위원장을 맡았지요?
지난 10년 동안 '여시재' 싱크탱크를 운영하며 미국·중국·러시아 등을 다니면서 새로운 문명이 오고 있다고 느꼈어요. 농업 문명은 중국이, 산업 문명은 서양이 주도했는데 디지털 문명은 한반도가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지털로 선도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상당히 절박하게 생각하죠.

앞으로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이 틀림없어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인구가 40억 명이니까. 여기서 기독교와 가톨릭, 불교, 유교가 혼합된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거든요. 여기서 우리가 새로 디지털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하면 새로운 길이 생기는 것 아닌가. 확실히 산업문명과는 질을 달리하는 거예요.


Q 예산에서 특히 뉴딜 펀드를 얘기했어요. 적어도 100조원이라는데.
코로나19 사태로 V자 위기에 처했다고 해요. V자를 넘어가려면 어떤 경우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죠. 제가 발견한 것은 1년의 국민 세금이 500조원이고, 1년에 금융자산에 돌아가는 것이 8,000조원이에요. 우리가 갖고 있는 금융자산이 1경 8,000조원이 있어요. 세계적인 자본이 축적돼 있는 거죠.

국민 세금으로 V자를 다 넘는다는 것은 너무 아깝고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민간이 도전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도전하는 데 위험 부담이 크잖아요.

과거보다 중산층이 많이 붕괴됐어요. 민간에 세금이나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줘서 민간 자금을 최대한 끌어올려 버블이 일어날 정도로 디지털·그린·바이오 헬스 3대 분야에 퍼붓는 겁니다. 그러면 새로운 동력이 일어날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국민에게 '재형저축' 같은 것을 만들어주자. 최근 동학개미운동이라고 주식에 몰려 있잖아요. 동학개미운동 주체에 관해 조사한 것을 보면 대부분이 40대 여성이라는 거예요. 결국은 우리가 재형저축 같은 것을 만들어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뉴딜펀드를 생각한 거죠.


Q 여기서 '재형저축'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요.
자금시장법상 100% 원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불법이에요. 그렇지만 안정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안정성을 만들려면 약간의 공기업이 참여할 필요가 있어요. 또 약간의 기대 이익, 최소 이익을 어느 정도는 설정할 필요가 있겠고, 최소 이익을 만들려면 세금을 3억원까지, 분리과세 세율을 5% 하면 약 3% 언저리쯤 됩니다. 이게 최소 수익이란 말이죠. 내가 환급받을 수 있느냐. 만약 우리가 1조원이 있으면 20배, 20조원을 돌릴 수 있을 것 아니에요. 금융기법을 활용하면 훨씬 더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돼 국민이 볼 때 이익을 얻으면서 함께 동참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는 거죠.

강원도 태백에서는 풍력 단지 사업을 했어요. 1,300억원 정도 규모의 사업이었는데 재무적 투자자는 15%, 금융기관은 2~5%, 1,000만원씩 낸 지역 주민들은 7% 정도로 해서 상품이 다 팔렸어요. 이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전기로 된 사업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국가가 하는 일이니까 그냥 하자는 것은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잖아요. 예측 가능성을 높여 국민에게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이죠. 주식도 장기 보유하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확실하게 주자는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80%가 부동산이에요. 미국은 부동산 40%, 주식·채권 40%인데, 저는 이게 맞다고 봐요.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고 우리에게는 부동산 소득, 즉 월세만이 아닌 배당소득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삶의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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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개발 시대에서 M&A 시대로 넘어가는 거거든요. M&A 시장에서 여성 참여를 넓히면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압니다.
우선 제가 강원도 평창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여기까지 온 데에는 교육의 힘이 정말 컸어요. 그런데 이게 결국 계층 사다리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 'SKY' 대학의 경우 입학 70%가 상위 20%의 자식들이에요. 소득 격차는 교육 격차를 낳고, 교육 격차는 소득 격차를 낳는 구조가 지속되면 이 사회는 희망이 없는 거죠. 그래서 이걸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지식과 지능이 AI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거예요. 앞으로 10년 뒤면 AI 지능이 500~1,000쯤 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AI 지능이 이러한데 우리는 다들 지능이 120, 130이면 살아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디지털 인프라는 마치 상하수도와 전기를 쓰듯이 무한정 세계 최대의 지식을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싶어요. 이런 면에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봐요.

세 번째로는 프랑스에서 왜 저출산이 일어나는지 이유를 따져보니까 애 하나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거예요. 강남 사람들도 가처분소득의 40%가 과외비예요. 그래서 프랑스는 보육부터 대학까지 모두 무료를 선언한 거예요. 그게 굉장히 효과를 거뒀거든요. 저는 계층 사다리, 디지털 선도, 저출산 세 가지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니 교육판 넷플릭스를 제안한 겁니다.

즉 EBS를 근본적으로 바꿔 교육판 넷플릭스를 만들자는 거죠. 강의료 1억원씩 하는 사람 1만 명이 모이면 1조원 아니에요? 1조원을 투자해 한국 사람들은 전부 공짜로 공부하는 거죠. 1만 2,000원 내고 넷플릭스 보듯 그렇게 공부하면 우리가 지식국가로서 앞서나갈 수 있어요.

또 국·영·수 암기를 하면 계층 사다리가 한 줄인데, 넷플릭스처럼 만들면 그물형 사다리가 생깁니다.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저출산 대책도 되고요. 제가 자원해 대정부 질의를 했는데, 다행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EBS와 교육 예산이 대대적으로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Q 여성 시대라고는 하나 아직도 여성 기업인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여성 시대가 온 것은 틀림없어요. 다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영업력이잖아요. 그런데 영업이 맨투맨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니까 그 부분을 도와줄 시스템적인 것이 필요한 상황이죠. 기술은 개발 시대에서 M&A 시대로 넘어가는 거거든요. M&A 시장에서 여성 참여를 넓히면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맥 경쟁이 아니고 실력 경쟁이 이뤄지면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소수자까지 오픈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질 것이라고 봐요.


Q 차기 대선주자로 여전히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교만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30대에는 정도전처럼 살고, 40대에는 이성계처럼 살 것이다.' 30대에 국회의원을 시작하고 40대 최연소 도지사, 또 힘든 나날도 겪고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과거에는 머릿속으로 자리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까 자리보다는 담론이 더 중요한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치꾼·정치인·정치가가 있는데 정치가의 길을 가야 되겠다고요. 세상 이치상 자리를 탐해서 잘되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Q 만약 본인이 (대선주자를) 마다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생각은 저도 많이 해보는데 무엇이 나를 더 가치 있게 할 것인가. 무엇이 더 한국사에 의미 있고 나한테 맞는 것인지를 의미 있게 생각해요. 가장 가까이에서 대통령을 봐왔지만, 박수를 받고 끝나는 대통령은 참 쉽지 않잖아요. 5년이라는 것이 허망함과 위대함 두 사이에 있는 거거든요. 대중의 지지는 순식간에 떴다가 확 떨어지잖아요.

기업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모읍니다. 그런데 정치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모으거든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인데 조금 모으면 기초의원이고, 많이 모으면 국회의원이고, 더 모으면 서울시장이고, 더 모으면 대통령이 되잖아요. 대통령은 몇백조원을 움직이고,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만, 어느 순간에 허망 없이 무너지거든요. 시지프스 신화처럼 끝없이 위대함을 향해 전진하는, 그러나 많은 사람이 굴러떨어지는 게 정치인의 운명인데. 결국은 위대함을 향해 도전하는 거죠.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도, 질문에 회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에요. 무엇이 진실로 본질적으로 국가를 앞으로 가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거죠. 푸코가 한 말이 있어요. "권력을 만드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담론이다." 이 말이 와닿더라고요. 저는 권력을 실제적으로 획득하는 것보다 담론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쩌면 제 욕심이 더 클 수도 있죠. 사람 중심으로 자꾸 몰려다니다 보면 비참한 일을 당하기 쉽잖아요. 설계도를 가지고 그림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싶어요. 10년 동안 방황하면서 나름대로 생긴 개똥철학이에요.


Q 21대 의정 활동에서 중점으로 두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저는 분명하게 담론을 낼 거예요. 정치의 목적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죠. 이는 소득을 높이는 것이고, 일·주거·교육·의료·문화 등에서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5종 세트는 모든 정치인의 평가 지표가 될 겁니다. 제가 얘기한 국민참여소득은 돈을 버는 거잖아요. 교육판 넷플릭스는 교육 비용을 줄이는 것이고요. 이제 주거에서 어떻게 비용을 줄일 것인지에 집중해볼 생각입니다.

CREDIT INFO
기사제공
여성경제신문
인터뷰
이창희
정리
양세정
사진
박철중
2020년 09월호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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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인터뷰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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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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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