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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TY

세막녀, 1988년으로 가는 시간 열차를 타다

<우먼센스> 창간 32주년을 맞아 1988년도 커버 메이크업에 도전한 세막녀. 1980년대 빈티지 원피스를 입고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거리를 활보한 세막녀의 이야기.

On August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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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7월, <우먼센스> 창간호를 들고 촬영팀을 만났다. 스튜디오 탁자에 놓여 있던 보랏빛 컬러 섀도와 짙은 갈색의 셰이딩 팔레트. 평상시 사용하던 메이크업 도구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담당 에디터가 말하는 이번 영상 콘셉트는 ‘<우먼센스> 창간호 커버 모델 메이크업 따라 하기’.

다시 한 번 <우먼센스> 창간호를 들여다보니 과한 셰이딩과 흙빛 아이섀도, 짙은 갈매기 눈썹이 눈에 띈다. 막상 메이크업을 시작하려니 평상시에 하지 않던 화장이라 두려움이 덜컥 몰려왔다. 그러나 에디터가 전달한 미션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1980년대 메이크업을 완성하라!’는 것. 피부 표현과 입술 라인은 그럴듯하게 완성됐지만, 고비는 짙은 눈썹과 보랏빛 섀도에서 시작됐다. 점점 멍이 든 눈처럼 퍼렇게 번져가는 눈두덩과 이마까지 치솟아버린 검정 눈썹. 여러 번의 수정과 NG 끝에 겨우 1988년도와 엇비슷한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두 번째 고비는 무표정이었다.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부동의 자세로 카메라를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웃음기 띤 얼굴을 보이면 “무표정하게 해주세요!”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예뻐 보이기를 포기한 채 카메라를 쏘아볼 듯이 노려본 후에야 OK 사인이 떨어졌다. 인위적인 표정으로 또렷한 이목구비만을 강조한 듯한 1988년도 커버는 자연스러운 연출을 중요시하는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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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도와 어울리는 풍경을 찾기 위해 서울 후암동으로 갔다. 오래된 동네인 만큼 흐드러지게 핀 담쟁이넝쿨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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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사이로 생명력을 뽐내듯 피어오른 여름 꽃과 봉긋 솟은 어깨 뽕을 자랑하는 자줏빛 투피스가 의외의 분위기를 풍긴다.


“야외 촬영 스케치에서 입을 옷들은 1980년대에 저희 엄마가 입었던 거예요.”

담당 에디터가 야외 촬영을 앞두고 건넨 3벌의 의상. 모두 에디터 어머니가 젊은 시절을 간직하기 위해 고이 모셔둔 1980년대 옷들이란다. 옛날 옷을 꺼내며 에디터는 옷에 담긴 사연을 들려주었다. 노란 땡땡이 의상은 어머니가 명동에 있는 직장에 처음 입사하고 백화점에 가 고른 옷, 어깨 뽕과 하얀색 칼라가 돋보이는 자줏빛 투피스는 어머니가 자신의 생일 선물로 골랐던 옷이었다고.

가장 특별한 사연을 가진 옷도 있었다. 바로 잔꽃무늬가 들어간 하얀색 원피스다. 이 의상은 어머니가 아버지와 연애할 때, 아버지에게서 처음 받았던 선물이란다.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사연을 머금은 채 장롱 한쪽에 걸려 있었을 옷들이 이번 촬영으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리쬐는 햇빛 탓에 기운이 빠지고 땀이 주룩주룩 흘러 세 번째 고비를 맞이했지만, 이유 모를 사명감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 이유는 지나간 시간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먼센스> 창간호 기념 영상을 통해 1980년대 여성이 돼 서울을 걸어보는 근사한 기회를 준 제작진 그리고 서슴없이 자신의 옷을 내주신 에디터 어머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빛바랜 옷처럼 오랜 시간을 머금은 채 달려온 서른두 살의 <우먼센스>에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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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소매와 칼라, 무릎을 살짝 넘는 기장과 봉긋한 퍼프소매가 눈에 띈다. 1980년대 데이트 선물로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장 잘나갔던 원피스라는 후문.

CREDIT INFO
에디터
정지윤
사진
김성아
2020년 08월호
2020년 08월호
에디터
정지윤
사진
김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