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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책 추천

7월의 신간 도서 추천.

On July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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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책방
간신히 살아남아 여전히 빛나다

여성이 제 이름을 역사의 기록 속에 남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던 시기가 오래전이 아니다. '남존여비'를 심지어 '사상'이라고까지 여겼던 조선 시대는 멀지 않은 과거다. 여성 최초로 자기 이름의 단독 문집을 낸 허난설헌도 자신의 '세 가지 한'으로 '소천지(小天地, 즉 조선)에서 태어난 것, 여성으로 태어난 것,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을 꼽았을 정도다. 그 시대에 태어나 이름이 후세에 전해진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성취는 눈부시다.

그의 아버지는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초당 허엽이고, 오빠는 악록 허성, 하곡 허봉, 그리고 동생은 교산 허균이다. 남편은 안동 김씨 김성립이다. 그의 삶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모두 이름과 호를 갖고 있는데 반해, 여성들은 이름조차 없다. 허난설헌의 어머니는 '김광철의 딸 강릉 김씨'로 전해질 뿐이다. 심지어 11촌 아저씨뻘인 먼 친척인 허준도 기록에 남았으나, 어머니의 이름은 없다. 자식도 마찬가지. 아들 희윤의 이름은 전해지지만 딸은 이름이 없다.

이러한 기록의 구멍은 허난설헌이 이름을 후대에 남긴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반증한다. 허엽과 자식들의 뛰어난 글솜씨는 소문이 자자해, 그들을 '허씨 5문장'이라 불렀다고 한다. 허난설헌은 남자 형제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었다. 빼어난 미모에 천재적인 글솜씨와 그림 실력 덕이다.

운도 좋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억력이 좋았고, 오빠와 동생의 어깨너머로 배운 한문으로 훌륭한 글을 써냈다. 8살 때 쓴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梁文)'은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공주들도 한문을 배우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의 재능은 아깝게 묻힐 것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딸의 재주를 아낀 아버지가 직접 글과 그림을 가르쳤고, 여동생의 재능을 사랑한 오빠가 시인 이달에게 시와 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후 동생 허균이 그의 시를 모아 명나라에서 문집 <난설헌집>을 출간했다. 덕분에 그의 작품 중 213수 정도가 전해 내려오며 조선 중기의 대표적 문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그릇이 작은 남편은 그의 재주를 시샘해 멀리했고, 시어머니의 구박도 자심했다. 두 아이를 연이어 병으로 잃었고, 끝내 태중의 아이까지 사산했다. 아버지 허엽도 객사하고, 둘째 오빠 허봉은 이율곡을 탄핵했다가 귀양을 간 뒤 방랑하다가 그 또한 객사했다. 어머니는 여행 중 객사했고, 동생 허균 또한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았다. 오죽했으면 그의 시 213수 중에서 세상을 떠나 신선 세계로 가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시가 128수나 되었겠는가. 그에게 삶은 고해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문인의 호평을 받았던 그의 시는 여성이기에 수시로 평가절하됐다. 박지원은 "일반적으로 규중 여인이 시를 읊는 것은 본래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라고 혹평했고, 홍대용은 "비록 이 부인의 시는 경지가 높지만 그의 덕행은 그의 시보다 멀리 뒤떨어집니다"라고 폄하했다. 사생활을 흉보고 표절이라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는 "조선 시대에 아내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나로서 존재하려고 했던 사람"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성취는 여전히 빛난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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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박주연
사진
김재경
2020년 07월호
2020년 07월호
에디터
하은정, 박주연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