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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관람이 예상되는 5월 영화&드라마 라인업

로맨틱 코미디부터 공포까지. 본방사수와 N차 관람을 예약해둔 5월의 영화와 드라마는?

On April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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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여자
우리 딸들의 ‘인생 영화’

<네버 레얼리 썸타임즈 올웨이즈>는 올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고등학생 ‘어텀(시드니 플래니건 분)’이 엄마 몰래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뉴욕에 간다. 아이 아빠 대신 친구이자 사촌인 ‘스카일라(탈리아 라이더 분)’가 동행한다. 하루면 될 줄 알았던 과정이 2박3일이 걸리면서 아이들은 무일푼으로 뉴욕 거리를 방황한다. 엘리자 히트맨 감독은 이 작품을 “조용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주인공은 말이 거의 없고 비밀스럽다. 대본도 길지 않을 거다. 하지만 여성 관객들은 주인공이 구술하지 않은 엄청나게 많은 감정과 생각, 사연을 읽을 수 있다.

다행히 어텀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다. 매사에 진지하고 과묵한 어텀과 달리 친구 스카일라는 밝고 시원시원한 행동형 인간이다. 어텀의 상태를 알아낸 스카일라는 즉각 어디선가 돈을 훔쳐 낙태 여행 경비를 마련한다. 이후 두 사람은 연속해 조마조마한 선택을 한다. 나이 든 관객에게선 “보호소에 가서 쉬렴! 엄마한테 전화를 해! 그 남자를 따라가면 안 돼! 거기서 잠들면 안 돼!” 같은 잔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편으로 그 또래 소녀에게 가족을 실망시키는 것,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 내밀한 경험을 터놓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들은 그 모든 선택을 넉넉히 이해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낙태라는 심각한 소재를 다루지만 한편으로 성장기의 보편적 감각을 환기하는 노스탤지어를 담고 있다. 어텀과 스카일라는 비밀과 불안을 껴안은 채 무거운 슈트케이스를 끌고 뉴욕을 떠돌아다닌다. 그들이 지금껏 속했던 세계는 저 멀리에 있고, 새로운 세계는 인파와 소음으로 가득할 뿐 편히 쉴 곳이 없다. 소년들의 성장담에 스쳐 가는 여자가 있듯 이 소녀들의 성장담에도 스쳐 가는 남자가 있다. 그는 스카일라에게 호감을 보이고 도움을 주려 한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남자들의 호의가 무엇을 전제로 하는지 소녀들은 이미 슬프도록 잘 안다. 그들이 남자 때문에 더 큰 곤경에 처하는 대신 영악하게 그를 이용해 상황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모던한 면이 드러난다.

난해한 제목은 극 중 한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빈도를 측정하기 위해 제시하는 ‘전혀 그렇지 않다/거의 그렇지 않다/가끔 그렇다/항상 그렇다’라는 선택지의 영어 버전이다. 뉴욕 병원은 낙태 수술 전 필수 과정이라며 상담을 시행한다. 상담사가 섹스 파트너의 폭행·강요·학대 여부를 물으며 건조하게 반복하는 ‘네버(Never)/레얼리(Rarely)/섬타임즈(Sometimes)/올웨이즈(Always)’라는 문구에 어텀의 감정이 북받친다. 영화는 태아의 생물학적 아버지나 그와 어텀의 관계에 대해 많은 힌트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는 배우 시드니 플래니건의 표정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누가 이 아이를 연민하는 대신 태아를 죽였다며 돌을 던지겠는가. 과감한 연출, 멋진 연기다. 그 밖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당신은 친한 친구의 비밀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들 것이다. 여자들이 우정의 징표로 털어놓는 몸에 관한 말들, 거기에 담긴 죄책감과 두려움, 그 순간에 은밀하게 퍼져가는 신뢰와 연대감, 그 모든 게 여기 담겨 있다. 여성 성장 영화의 새로운 전설로 남을 작품이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 <톰보이>

    성 역할이 뚜렷하게 나뉜 사회에서 ‘미카엘’이란 이름으로 소년 행세를 하는 소녀 ‘로레’가 겪는 성장담을 그린다.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테디상 수상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5월 중 개봉 예정

  • <헌티드 파크>

    놀이공원에 놀러 간 ‘사키’와 친구들이 괴담의 금기를 어긴 뒤 저주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일본 최고의 공포 수작으로 손꼽히는 <링> <주온> 시리즈의 제작진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5월 중 개봉 예정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으로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뉴요커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분)’와 영화에 푹 빠진 대학생 기자 ‘애슐리(엘르 패닝 분)’, 새로운 인연 ‘챈(셀레나 고메즈 분)’의 운명 같은 만남을 담았다. 5월 중 개봉 예정

  • <파도를 걷는 소년>

    한국 최초 서핑 소재의 영화로 제주 청년 이주노동자 2세 ‘김수(곽민규 분)’가 서핑을 접하면서, 인생의 파도를 넘나드는 ‘무작정 서핑 입문기’를 담았다. 사회적 이슈와 서핑을 결합한 접근이 흥미롭다. 5월 중 개봉 예정

TV

  • tvN <오 마이 베이비>

    결혼은 건너뛰고 아이만 낳고 싶은 솔직 당당한 육아지 기자와 뒤늦게 그녀의 눈에 포착된 세 남자의 로맨스를 그린다. 장나라는 극 중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낳고 싶은 육아 전문지 기자 ‘장하리’ 역을 맡았다. 고준은 난공불락 독신주의자 포토그래퍼 ‘한이상’ 역을, 박병은은 싱글 대디이자 가장 편한 남사친 ‘윤재영’ 역을, 정건주는 탐나는 청춘 만화 비주얼의 신입사원 ‘최강으뜸’ 역을 맡았다. 어느덧 믿고 보는 시청률의 여왕으로 자리 잡은 장나라의 저력이 또 한 번 발휘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세 라이벌인 ‘연상남, 남사친, 연하남’의 상반된 매력도 관전 포인트다. 5월 6일 첫 방송

  • MBC <꼰대인턴>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 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을 그린 코믹 오피스물이다. 배우 박해진, 김응수, 한지은, 박기웅 등이 출연했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역도요정 김복주> <백일의 낭군님> <킬잇> 등을 연출한 남성우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박해진의 첫 코미디 연기는 물론, 박해진과 김응수의 유쾌한 브로맨스가 관전 포인트다. 5월 중 방송 예정

  • JTBC <쌍갑포차>

    신비한 포장마차의 까칠한 이모님과 순수 청년 알바생이 손님들의 꿈속에 들어가 맺힌 한을 풀어주는 판타지 카운슬링 드라마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황정음이 ‘쌍갑포차’의 이모님 ‘월주’ 역을 맡아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정음을 비롯해 육성재, 최원영 등 개성파 배우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5월 20일 첫 방송

  •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다음 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동시 연재되며 누적 조회 수 1억 3,000만 회를 기록한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이별의 상처와 ‘홀로(Alone) 문화’로 인해 사랑의 감정이 퇴화된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매개로 사랑을 찾아가는 유쾌한 로맨스를 그린다. 송승헌, 서지혜, 이지훈, 손나은, 예지원, 박호산, 고규필 등 배우들이 함께 한다. 5월 4일 첫 방송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박주연
사진
각 영화 스틸컷, tvN, MBC, JTBC 제공
2020년 05월호
2020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박주연
사진
각 영화 스틸컷, tvN, MBC,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