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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배우

캐릭터 소화력 갑, 연기 클래스가 남다른 남자배우들

이병헌, 한석규, 하정우, 박정민…. <우먼센스>의 시각으로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를 움직이는 남자 연기파 배우를 엄선한 '요즘, 남자 배우' 시리즈! 총 스무 명의 남자 배우 중 주어진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하는 남자 배우 7인엔 누가 있을까?

On March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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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박해수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는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로 소속 배우 박해수를 꼽았다. 소속 배우에 대한 당연한 애정과 홍보겠지만, 그 기저에는 그의 연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손 대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요즘 박해수의 이름이 자주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실 13년 전부터 극단에서 활약하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온 연기파 배우다. 그의 연기력이 처음 발현된 건 2016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였다. 충직한 무신 '이지란' 역을 맡았는데 한 장면이었지만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충분했다. 그러더니 신원호 감독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 '제혁' 역을 거머쥐었다. 전에 없는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무명 찾기의 달인 신원호 PD의 촉은 이번에도 통했다. 아무도 모르던 박해수는 이 드라마로 기대주가 됐고, 지난해에는 영화 <양자물리학>으로 신인상까지 받았다. 그는 지금 대세다.


후배 연극배우들에게 어떤 선배 배우이고 싶나?
연극을 10년 넘게 했다. 무명 생활이 그만큼 길었다는 말이다. 연극하는 후배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후배들이 잘 따라올 수 있는 본보기가 돼주고 싶다. 희망이 되고 싶달까. 내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주인공을 맡는 것, 이 모든 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영화 <양자물리학>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양자물리학> 시사회 때 오랜 친구들, 친한 감독님들, 가족들, 친척들까지 다 불렀다. 거의 명절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고 떨렸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울컥하더라.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고, 끝까지 믿어준 가족들에게 고마워서 말이다.

올해 영화 <야차>(가제)와 <사냥의 시간>이 개봉하고, 드라마도 두 편이나 방송된다. 배우로 인정받은 후 달라진 것이 있나?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에 주변에서 삶에 엄청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하더라. 신원호 감독님은 "너 이제 떡볶이 못 먹어"라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아직도 떡볶이를 잘 먹고 있다. 나의 인생 자체가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계속 연기할 뿐이다. 그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기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다행인 건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달려왔다는 거다. '박해수의 배우 인생' 그 길 끝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게 계속 나를 연기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 10년 후에는 좋은 배우이자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 케미 남신 이선균

    이선균은 연기 변신의 달인이다. 어떤 작품에선 다정다감한 실장님이 됐다가, 어떤 작품에선 시도 때도 없이 버럭하는 무서운 상사가 됐다가, 또 어떤 작품에선 이제껏 본 적 없는 악질 중의 악질이 되기도 한다. 윤은혜, 공효진, 아이유 등 이선균과 호흡을 맞추면 그 여배우는 그해 최고의 배우가 된다. 아무튼 이선균은 자기에게 씌워진 프레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걸 벗어나기 위해 매번 도전하는 배우다. 그러다가 인생작을 만났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이선균의 연기엔 이견이 없다. 40대 중반 아저씨의 현실 고민을 담담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목소리와 눈빛은 밀도가 높았다. 그의 꽉 찬 연기는 안방극장을 울렸다. 배우 이선균의 스펙트럼은 그렇게 또 한 번 재정비됐다.

  • 우리의 강하늘

    강하늘은 촌스러운 배우다. 순박하고 어수룩한 성격이 매력적이다. 드라마 <미생> 다음에 <순수의 시대>라는 영화를, 영화 <동주> 다음에 <실종느와르 M>을, 예능 <꽃보다 청춘> 다음에 영화 <재심>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다음에 연극 <환상동화>를 선택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촉이 이끄는 대로 할 뿐이다. 그렇게 지난 시간을 각기 다른 장르와 캐릭터로 채워온 결과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만개했다. 충청도 사투리 연기며, 극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능력이며, 선배 배우 공효진과의 케미며,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었다. 그는 지금 가장 핫한 배우이자, 다음 작품이 예측 불가능하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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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클라쓰

박서준은 청춘물에 최적화된 배우다. 드라마 <드림하이 2> <화랑> <쌈, 마이웨이>, 영화 <청년경찰>…. 그가 출연한 대부분 작품이 청춘물이었는데, 또 그걸 완벽하게 해낸다. 요즘 청춘들의 사랑과 고민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연기력이 한몫한다. 과하게 힘주지 않아도 그 마음이 전해진달까. 훈훈한 비주얼은 덤이다. 이번에도 그는 청춘물 <이태원 클라쓰>를 선택, 소신 하나로 이태원 접수에 나선 직진 청년 '박새로이' 역을 맡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청춘물에 특화된 배우라는 평가는 어떤가?
내 나름대로 나의 청춘을 표현하는 걸 즐기고 있다. 인간 박서준의 청춘을 작품을 통해 남길 수 있다는 면에선 좋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가 청춘물이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다. 원작 속 캐릭터 박새로이에게 매력을 느꼈고, '내가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참여를 결정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어색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됐더라. 교복이 안 어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지금 얼굴이 중학교 2학년 때 얼굴이라 괜찮겠다 싶었다.(웃음) 그러면서 내 성장기를 돌이켜보게 됐다. 고등학생 때 나는 어린아이처럼 말끝을 길게 끄는 말투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는 학생이었다.

주연배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나는 작품 속에서 활용되는 입장인데, 그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 흥행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기도 잘 맞아떨어져야 하고, 운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 역할을 맡아도 되는 배우인가에 대한 부담은 있다. 모든 건 연기로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영화 <사자>를 촬영하면서 만난 안성기를 '인생 선배' '아버지'라 부르더라.
젠틀하신 분이다.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한 분이기도 하다. 새벽마다 운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하실 수 있었던 이유가 완벽한 자기 관리 때문인 것 같아 자극이 된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웃으시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감명받았다. 안성기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 독보적 카리스마 정재영

    정재영은 영화만 하는 배우였다. 1990년 영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후 영화에만 출연했다. 첫 드라마가 2015년 <어셈블리>다. 25년 만이다. 그 후로 <듀얼>과 <검법남녀> <검법남녀 시즌2>에 출연했다. 어찌된 일인지 39편의 영화보다 4편의 드라마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겁고 강렬한 소재의 드라마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평가도 좋다. <검법남녀>가 특히 그랬다. 까칠한 법의학자 '백범' 역을 맡아 현실적인 캐릭터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영화판에서 다져진 내공과 연륜으로 묵직하게 극을 이끌었다. 정재영의 카리스마는 대체 불가다.

  • 대체 불가 주지훈

    배우는 결국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주지훈은 마약 스캔들 탓에 씌워진 '불량 배우' 프레임에 갇혀 연기력이 빛을 보지 못한 배우다. 실제로 주지훈과 몇 개의 작품을 같이 했던 한 동료 배우는 그를 두고 '안타까운 배우'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연기력을 갈고닦았다. 독기를 품은 것이다. 그리고 논란 6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영화 <간신>에서 야심으로 가득한 간신 캐릭터 연기는 물론이고 파격적인 노출 연기와 베드신까지 완벽 소화해내면서 가능성과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지금 봐도 그 역할은 주지훈이 아니면 안 됐다. 이후 <가면> <아수라> <신과 함께> 시리즈, <킹덤>까지. 아무튼 주지훈만 가능한 그의 영역이 있는 건 확실하다.

  • 불변의 조인성

    조인성의 연기엔 그만의 '쪼'가 있다. '조인성'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 제스처가 있다. 일찌감치 '생활 연기의 달인'이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랬다. 조인성은 드라마의 한계와 갈증을 영화에서 풀기도 했다. <비열한 거리> <쌍화점> <더 킹> <안시성>은 그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다. 다양한 역할을,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여전히 '멋짐'의 대명사인 그를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이예지
사진
영화 스틸컷, 드라마 스틸컷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이예지
사진
영화 스틸컷, 드라마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