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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취재! 양준일의 자서전 미리 보기

<양준일 MAYBE_너와 나의 암호말>(모비딕북스)은 ‘시간여행자’ 양준일의 첫 번째 책이자 19년 만에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며 그가 세상에 처음 내놓는 작품이다. 지금부터 양준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On March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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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은 1990년대 '리베카'와 2000년대 'FANTASY'로 활동했지만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불운이 겹쳐 무대에 오래 서지 못했다. 활동을 중단한 후 생각지도 못한 팬들의 소환으로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50대가 돼서야 '파도처럼 덮쳐오는' 팬들의 사랑을 만끽하고 있다. 기적 같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히트곡 '리베카'를 부를 때마다 노래 속 '리베카'를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생각하며 무대에 선다고 말한다.

양준일이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여러 영적이고 철학적인 지도자의 이야기와 글이었다. 그 가르침은 그의 삶의 일부가 됐다. 그렇게 천천히 자기 안에서 소화시킨 진리와 진심을 책에 녹였다. 자신의 첫 자서전을 통해 춤과 노래를 좋아하던 미국에서의 어린 시절과 한국 사회에서 보낸 20~30대 시절, 힘들게 가족을 부양하던 최근까지의 삶을 공개한다.

외로움과 사랑, 진실, 용서, 행복, 평화, 영원…. 양준일의 '생각'들은 현자의 이야기를 옮기거나 허공에서 건져낸 잠언이 아니다. 삶의 아픔과 무게가 자신을 짓누를 때마다 'Maybe that's not it(아마도 이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희망을 지닌 'maybe'란 단어를 좋아한다. 책 제목도 그런 의미다.

영화 같은 삶, 그 삶에 대한 소신,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현재 진행 중인 꿈. 양준일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따뜻하다.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양준일이 직접 쓴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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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시간여행자'라고 불러주는 건 고맙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다.
모두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지 않나?
굳이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라이프 워커(Life Walker)'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시간 위를 걷듯 인생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
나를 향한 세상의 편견은 한국에서 활동할 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부터 편견은 내게 꽤나 익숙했다. 열 살 남짓 하던 시절, 단지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싸움을 거는 아이가 많았다. 나보다 키도 덩치도 큰 아이들이 싸움을 걸어왔지만 나는 그들의 집까지 쫓아가 싸웠다. 죽을 각오로 덤볐다. 맞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맞서지 못한다는 게 두려웠다.

#춤?선!
존 트라볼타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전율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존 트라볼타와 마이클 잭슨에게 몸으로 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중학교 때 팝핀(poppin)으로 춤을 시작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댄스까지 익혔다. 중학교 2학년 때에는 유일한 동양인 학교 대표로 뽑혀 댄스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 3학년 때 다시 학교 대표로 출전해 또 1등을 하면서 동네에서 유명해졌다. 지금도 나는 안무를 외우거나 특정한 춤을 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내 몸으로 어떤 선을 그린다고 상상하는 편이다.

#인기
인기가 높아졌다고 변하고 싶지 않다. 인기가 떨어지면 또 변해야 하니까. 처음 가수가 되고 싶었을 때 유명해지거나 인기를 원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춤이 좋고 노래하면서 표현하는 무대가 좋았다. 그런 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인정받을 수 있는 가수가 되려고 했다. 만약 인기에 연연했다면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인기나 대중이 느끼는 호감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지금의 인기와 관심도 언젠가는 사그라지겠지만 처음 가수를 꿈꿨을 때 노래나 춤을 향한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행복한 가수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불안
지금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건 기대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자꾸 생각하다 보니 더 그렇다. 기대와 두려움은 어찌 보면 비슷한 감정의 서로 다른 면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기대한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두려움은 종종 현실이 된다. 그래서 둘 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이 뒷문으로 슬며시 들어오는지 아는 것이다.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스며드는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기대나 두려움, 알고 보면 둘 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이 결국 이루어진 것이다.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어떤 성과든 기대한 것보다 크게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진리
듣는 것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말이 바로 '진리'다. 진리만 있으면 이 세상 어떤 거센 바람도 버틸 수 있다. 영원한 것,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지금껏 살면서 너무 아팠고 그래서 더 진리를 찾아 헤맸다. 지금도 철학자와 영적인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들으며 진리를 찾는 여정에 있다.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배운, 내 안에서 천천히 소화시킨 이 진리를 세상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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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게 '그 끼를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살아왔는지' 묻곤 한다.
끼는 참았다가 한순간 발산하는 게 아니다. 그냥 뭐랄까, 내 왼팔 같은 존재다. 항상 같이 있는 존재.
주로 오른팔을 쓰지만 필요할 때 왼팔이 움직이는 것일 뿐. 끼는 그런 거다.

#아내
아내와는 온라인 채팅으로 만났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 지하철 층계를 올라가다 한참을 서서 그냥 돌아갈까 생각도 했었다. 그동안 채팅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전부 기대와 달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만났는데 한눈에 반했다. 이국적이어서.
아내를 사랑하지만 사랑 때문에 아내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보다 아내의 영혼이 더 슬프다고 느꼈고 그를 보호하고 싶었다. 언젠가 아내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같이 산다는 건 함께 서브마린으로 들어가는 거야. 서브마린은 철저히 고립된 공간이잖아. 우리밖에 없어. 만일 아주 작은 금이라도 간다면 우리는 서브마린과 함께 가라앉을 거야." 누군가와 궁전에 사는 것보다 아내와 반지하방에서 살기를 바랐다.

#타잔
내가 아이에게 붙여준 별명, 타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부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런 아이를 자꾸 가르치려는 것이 문제다. 아이는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아이에게 "이게 틀렸어, 이러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내가 틀린 것이다. "안 된다"고 말했을 때 아이가 눈치를 보며 따르겠지만 사실 그건 아이에게 기회와 능력만 된다면 나와 멀어질 기회를 자꾸 쌓는 것이다. 아이와 1년에 한 번 정도 싸우지만 늘 내가 먼저 사과한다. 지금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그가 나를 피하지 않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를 먼저 찾는 것, 아무 일 없을 때에도 아빠를 생각하는 것이다.

#감동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 팬미팅에서 커다란 함성을 들으며 팬들의 사랑을 느꼈을 때다. "팬들의 사랑이 파도처럼 나를 덮쳐와서 숨을 쉴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내 아이를 볼 때도 그렇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뭐가 뭔지도 몰랐고 이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와 나의 관계가 깊어진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보다 훨씬 더, 매일매일 감동이 더해간다.

#균형
인생이란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명성은 인생의 균형을 맞춰주는 도구 중 하나다. 가난함 역시 인생의 균형을 잡아준다. 뒤늦게 찾아온 명성 때문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난 가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무얼 말하는가' 보다 '누가 말하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대부분 세상에 이미 있던 이야기인데도 새삼스레 주목받는 것처럼." "가서 배워라. 너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게. 그러고 나서 더 배워라. 네가 남을 무시하지 않게." 그의 일기는 잔잔하면서 강하다.

그는 '리베카'를 부르던 20대를 거쳐 서빙 일을 하던 최근, 그리고 기적을 만든 지금까지 변함없이 겸손하고 솔직하다.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그는 지금의 기적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지금의 관심이 언젠가는 사그라질 것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다.

*<양준일 MAYBE_너와 나의 암호말>(모비딕북스)에 더 많은 양준일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발췌
<양준일 MAYBE_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모비딕북스)
사진
김보하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발췌
<양준일 MAYBE_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모비딕북스)
사진
김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