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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뭘 잘하는지 스스로 알게하라!

강의를 할 때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묻는다. “너는 뭘 잘하니?”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습 과목을 이야기한다. “그거 말고 네가 특별히 잘하는 게 뭐야?” 그때부터 아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표정이다.

On February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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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남보다 더 잘하는 과목’은 경험했어도 스스로 ‘내가 잘하는 나만의 재능’을 생각해볼 기회가 별로 없다. 무엇이든 주어지는 대로 그저 남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자신이 잘하는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망설이거나 머뭇거릴 새 없이 일단 해야 했으니까. 부모가 옆에서 부추기니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겨를 없이 그냥 해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아이에게 과제를 주었을 때 해보지도 않고 주저하면 그런 아이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도전 의식 없이 뒷걸음질치는 것 같아 부아가 나기도 했다. “용기를 내야지. 다른 애들도 다 하잖아. 너도 할 수 있어. 해보지도 않고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엄마 눈치를 보느라 제 마음을 솔직히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 키우고 나니 이제 보이는 일이다. 이후 기회가 되어 학부모 대상의 강의를 나갈 때마다 부모들과 함께 읽어보는 시가 있다. 이규경 시인의 ‘용기’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세상에나. 못한다고 말하는 게 용기라고? 그렇다. 못한다고,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얼마나 큰 용기인가.

학교나 학원가에서 진로·진학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요즘 아이들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고 걱정한다. 절실하게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다. 대충 남들이 좋다는 직업, 대강 전망이 좋다는 진로를 따라서 그렇게 대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영어 회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무리 돈 들이고 시간을 들여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그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절실한 목표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나는 격렬하게 맞장구를 치고 싶다. 영어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면 학습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그 안에서 절실한 목표 의식을 갖는 일, 학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주도 학습이 별것인가? 절실한 목표가 있다면 시작이 절반인 것이다. 절실하면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뭘 잘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부모들은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할까? 내가 선택한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 대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려서는 그렇게 고분고분 엄마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던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선 뒤 늘 충돌 양상이었다. 때론 어른인 내가 치사하리만큼 아이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종종 아이에게 받는 푸대접이 서러워 짜증도 났다. 수도 없이 속상함을 경험하면서도 나는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종종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서 엄마인 나를 아프게 하려는 사춘기 아이의 시도에 결코 항복하지 않았다. ‘너는 그래라, 나는 그래도 계속 대화를 시도할 거야’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무한한 인내심으로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는 자신이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었다. 대화를 통해 나는 아이의 속마음을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방법은 대화일 수도 있고, 오히려 적당한 거리일 수도 있으며, 끊임없는 스킨십일 수도 있다. 부모에 따라, 아이의 특성에 따라 방법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진심을 알아차릴 연결고리를 마련하자. 곰곰이 아이의 특성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글쓴이 유정임

MBC FM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02월호
2020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