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e_moment_
건축사무소 리얼라이프디자인을 운영하는 건축가 부부 정호건·박민초 씨는 1년여 전 주택살이를 시작했다. 한적한 주택단지에 자리한 부부의 집은 청고벽돌과 적삼목으로 마감한 단정한 외관과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너른 마당을 갖췄다. 집에 들어서면 한옥의 마루를 연상시키는 작은 거실 공간과 밖으로 이어진 중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자 집의 중심을 잡아주는 공간으로 자연을 끌어들인 구조가 인상적이다.
“TV가 중심인 집이 되지 않으려고 거실도 작게 설계했고 TV도 놓지 않았어요.” 이 중정을 중심으로 주방과 부부의 작업실이 양옆에 위치하고 그 외 침실과 욕실, 드레스 룸, 2층의 다락 공간을 배치했다. “주택에 산다고 하면 2층집이나 복층을 로망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저희도 다락이 있지만 생각보다 잘 올라가지 않게 돼요. 그래서 주요 공간은 1층에 전부 배치하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공간만 2층에 두었어요.”
주택이기에 단열과 방수는 물론, 채광과 환기에 특히 신경을 썼고 그에 따라 각 공간의 창 크기도 맞춰 설계해 빛이 잘 드는 ‘햇살 맛집’이다. 크게 낸 창으로 어디서나 보이는 자연 친화적인 풍경은 주택살이의 고됨을 잊게 만든다. “아파트와는 달리 집의 외부 공간을 모두 저희가 관리해야 하거든요. 마당의 풀도 주기적으로 베야 하고, 난방 기구 점검과 배관 청소, 데크 점검 등 주택살이는 곧 체력이라는 것도 살면서 깨닫게 됐어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부부는 직접 집을 짓고 살아봄으로써 어떤 것이 주택에 꼭 필요하고, 어떻게 설계해야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모두 잡을 수 있는지 등도 알게 됐다. 전공자답게 설계는 물론 공간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화이트 컬러로 깨끗하게 베이스를 깔고 원목 바닥, 거실의 마루, 주방의 테라조 타일 등 풍경과 집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소재를 선택했다. 채도가 낮은 그린 컬러는 박민초 씨가 선택했는데, 이 역시 자연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눈이 편안해지는 컬러를 골라 작업실과 침실, 욕실 곳곳에 넣었다. 침실과 다락으로 올라가는 2층에 책장을 짜 넣었는데, 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납이 가능해 유용하게 사용된다.
직접 집을 지었지만 붙박이 가구를 많이 넣기보다는 가구와 소품을 놓아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부러 찾지 않아도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요. 자연을 늘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좋더라고요. 매달 해야 할 일이 있을 정도로 주택살이가 한가하거나 여유롭지 않지만, 땀 흘리며 몸으로 일하다 보면 근심도 잊을 수 있죠.”
이번 겨울에는 직접 김장을 담그기 위해 배추와 무를 텃밭에 심었다는 정호건·박민초 부부. 현실적인 주택살이에 대해 말하면서도 은은하게 묻어나는 여유와 미소가 주택 라이프의 진정한 묘미처럼 느껴진다.
HER FAVORITE
박민초 씨의 감각으로 고른 리빙 아이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뽑은 베스트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