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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메이커 정가은

겉으로 보기에 정가은은 말 하나, 행동 하나 신중하지 못해 이슈메이커가 되어버린 철없는 엄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On June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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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브라톱 H&M, 레더 쇼트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 데님오브벌츄, 후프 이어링 아르뉴.

나는 열혈 엄마

촬영 내내 정가은은 바빴다. 짬짬이 딸 소이 양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다음 날 있을 방송 녹화 내용을 확인했다. 첫 번째 촬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사이엔 SNS 라이브 방송으로 자기 소식을 전했다. 또 그다음 짬엔 지인과 자신의 활동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식이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도 그녀는 꽤나 차분하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마쳤다. 아무튼 분명한 건 정가은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열심히 사는 '열혈녀'라는 거다. 그래서 그녀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다소 맹랑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엄마니까요. 저는 딸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어요. 올해 마흔두 살이고, 곧 쉰이 될 텐데 그때 제 딸은 기껏해야 초등학생이죠.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방송도,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닥치는 대로 다 하는 거예요. 한편으론 좀 쉬고 싶기도 해요. 딸을 낳기 전에 다녀온 여행이 가장 최근 여행이에요. 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데…. 딸을 두고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게 엄두가 안 나네요.


아이를 낳고 나서 의도치 않게 삶이 많이 바뀌었죠?
어떻게 보면 크게 변한 건 없어요. 단지 즐기던 취미 생활을 못 하는 정도죠. 달라진 게 있다면 나를 위해서만 살았던 제가 지금은 딸 위주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거예요. 삶에 큰 의욕이 없던 제게 삶의 이유가 생겼다는 것도 변한 점이고요. 출산 전엔 힘들면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약했다면 지금은 '내가 없으면 내 딸은 어떡해? 죽을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악착같이 버티죠.


한마디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거네요.
딸이 저를 보고 웃어줄 때 너무 행복해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촬영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갔는데 딸이 저를 보면서 "엄마, 오늘 너무 예쁜데?"라고 말하면 힘든 게 사르르 녹죠. 누워 있는 제 뺨에 딸이 뽀뽀를 퍼부어주면 '아 이래서 사는구나' 싶어요. 임신 기간에 심적으로 힘들어 많이 울었거든요. 정서적으로 우울한 아이가 태어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잘 웃는 아이로 자라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소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정말 애교가 많아요. 사람들이 자기를 예뻐해주는 게 좋은가 봐요. 저보다 더 연예인 체질인 것 같을 때도 있죠. 딸이 지금처럼 따뜻하고 바른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요. 공부엔 욕심 없어요. 성적으로 딸을 평가하고 싶진 않거든요. 그보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고, 진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회인이 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엄마인 제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어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솔직히 어떤 게 친구 같은 엄마인지 모르겠어요. 음, 막연하게 생각하면 남자친구에 대해 다 이야기할 수 있는 편한 엄마랄까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는 단언하지 않으려고요. 딸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불같이 화를 내면 어떡해요.(웃음)


딸을 위해 엄마로서 노력하는 게 있다면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딸만큼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1년 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예전엔 영어 공부를 시작해도 늘 작심삼일이었는데 딸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1년째 끈질기게 공부하고 있네요.(웃음) 딸을 위해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체력이 좋아야 더 잘 놀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기 싫어도 운동을 하러 가게 되더군요.


이혼 후 달라진 건 없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딸을 생각하면 후회스러운 순간도 물론 있지만 적응하고 있어요. 제게 남편이 없는 것뿐이지 딸에게 아빠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딸과 함께 전남편을 종종 만나요. 한 달에 두어 번 만나면서 딸에게 아빠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고, 가족이라는 걸 알려줘요. 솔직히 딸이 제가 이혼한 걸 잘 모를 줄 알았어요. "아빠가 바빠서 집에 잘 못 오는 거야"라고 가르쳤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나도 아빠 없잖아"라고 말해 깜짝 놀랐어요.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는데, 이혼 당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아요.
사실 이혼이 모두 마무리된 후에 말씀드렸어요. "이런 결정을 해서 죄송하다"고 했죠. 그런데 부모님은 "네가 그런 결정을 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라며 이해해주셨어요. 이유를 묻지 않고 믿어주신 거죠.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요. 저는 딸이 친구들과 다투고 와서 울고 있으면 마음이 찢어지는데, 저희 부모님은 오죽하시겠어요. 이제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니까 더 슬프고 죄송하더라고요.


어떤 딸이에요?
저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엔 짐이 되는 건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들어요. 엄마가 딸을 돌봐주고 계시거든요. 편찮으신 아빠 간병하랴, 마흔두 살 딸 뒷바라지하랴, 네 살 난 손녀 키우랴. 엄마가 요즘 가장 힘들 거예요. 최근엔 "밥 좀 챙겨 먹으라"는 엄마의 말이 잔소리처럼 느껴져 크게 싸웠어요. 딸이 밥 잘 챙겨 먹고 다니는 걸 보는 게 엄마 마음인데…. 저도 제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듯이 우리 엄마도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투정을 부리게 되네요. 엄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 힘든 걸 말해보라고 해도 없대요. 엄마는 딸에게 부담을 줄까 봐 힘들어도 안 힘들다고 하는 거겠죠.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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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 테드베이커, 체크 재킷 플라스틱 아일랜드, 블랙 워커 앤아더스토리즈, 골드 드롭 이어링 디블루메.

너무 화려하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같이 순댓국에 밥 말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털털하고 꾸밈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죠.

논란을 대하는 방법

정가은의 SNS를 들여다보면 사실 특별할 게 없다. 친한 언니와 만나 밥을 먹는 한 컷, 방송 녹화 중에 기분이 좋아 한 컷, 딸과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한 컷….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일상인데 간혹 그 일상이 논란이 되곤 한다. 모유를 수유하는 모습을 올린 날엔 온라인에서 하루 종일 그녀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딸이 다친 걸 하소연하듯 올린 날엔 '맘충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그녀가 해명 글을 올리고 나서야 논란이 마무리 됐다.


SNS상의 이야기들이 종종 논란이 되곤 해요.
논란거리가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의 비뚤어진 관심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있어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지하주차장에서 사고가 난 사진을 올리면서 '액땜했네'라고 썼어요. 저는 사고 현장을 수습하면서 상대방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보험회사에 전화한 후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SNS를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사고 난 사람이 뻔뻔하게 글을 올린다'고 화를 내더군요. 현장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예요. 그런 몇몇 댓글을 가지고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가고요. 지금까지 논란이 된 것은 대부분 그런 것들이었어요.


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어요?
저라고 왜 답답하지 않겠어요. 순간순간 욱해 정말 싸우고 싶던 적도 있고, 기자들에게 전화해 아니라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지금 놓인 환경이 워낙 바쁘고 힘드니까 그런 거에 일일이 대응할 여력이 없어요. 그래봤자 뭐가 남겠어요.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악플 단 사람들의 계정에 들어가보면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더군요. 속으로 '아,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어서 나한테 푸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안타깝기도 해서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SNS는 관심받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 관심으로 먹고살고 있으니까 악플도 받아들여야죠, 뭐. 요즘엔 제가 싸우지 않아도 팬분들이 싸워주시더라고요. '네가 뭔데 정가은 SNS에 와서 욕을 하느냐'고 지적하는 팬 덕분에 기운이 납니다.(웃음)


쿨한 성격 때문일까요. 주변에 친구가 많아요.
요즘엔 주변에 이혼한 친구가 많네요. 이런 걸 동병상련이라고 하나요.(웃음) 요즘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리포터 하지영 씨예요. 아이를 정말 잘 돌보더라고요. 딸도 '지영 이모'라고 하면서 잘 따르고요. 김경화 아나운서와도 친해요. 이혼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놓았죠. 경화 언니는 겉으로 보기와 달라요. 까칠한 도시녀 같은데 알고 보면 수더분한 매력이 있죠. 꾸밀 줄도 모르고 감각도 없는 저를 '연예인'처럼 만들어주는 게 언니이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이 좋아요?
너무 화려하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같이 순댓국에 밥 말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털털하고 꾸밈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죠. 요즘에 SNS를 보면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처럼 화려하게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을 좇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아요.(웃음)


화려한 외모와는 반전의 면모네요.
그래서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의외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고급 레스토랑을 좋아할 것 같고, 파티를 좋아할 것 같은데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죠. 연예인 하기엔 좀 힘든 성격이기도 해요. 방송 관계자나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막 순댓국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요.(웃음)


연예인 생활은 어때요?
전 기본적으로 이 생활을 좋아해요.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그만큼 힘들어요.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들어야 할 땐 정말 괴롭죠. 제 이혼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어요. 정작 당사자인 저는 가만히 있는데 말이죠. 고현정 씨가 어느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비를 맞아야 하는 직업이다. 비를 맞고 싶지 않으면 스스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요. 전적으로 공감해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면 연예인 활동을 하지 말아야죠. 전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좋아서 그런 힘든 것도 감수하고 사는 거예요.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마음 같아선 고정 출연 프로그램이 몇 개 더 늘었으면 좋겠는데…. 뷰티 프로그램도 하고 싶고요. 근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웃음) 최근엔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나중에 '진작 할걸' 하고 후회할까 봐 하게 됐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거예요. 왜냐고요? 나는 엄마니까요.


엄마가 된 정가은은 지금 누구보다 강하다. 아마 그녀는 앞으로도 딸을 위한 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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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2019년 06월호
2019년 06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