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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사생활

이혼소송 중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 가운데 일부가 ‘편법 증여’된 것임을 자인했고, 삼성의 후계자 장남 이재용 회장은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 역시 이혼소송 중이다.

On September 21, 2017

이혼 판결 불복 항소 임우재

지난 7월 20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의 이혼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 사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아들 임 아무개 군의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이 사장에게 넘겼다. 이 사장에게 1조2천억원의 재산 분할을 요구했던 임 전 고문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했다. 또 자녀에 대해 공동친권을 요구했다. 재판 도중 이 사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편법 증여’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지만 시효가 끝나 처벌은 불가능하다. 단, 국회가 재벌이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강제로 환수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 재산은 국고로 환수될 수 있다.

이 사장이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심사를 위해 법원에 제출한 재산은 약 1조7천억원. 만약 해당 재산이 결혼 후 형성됐다면 이 사장은 임 전 고문에게 절반에 가까운 재산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결혼 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특유 재산’일 경우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법원은 이혼을 결정하면서 1조6천9백억원이 넘는 이 사장의 주식에 대해선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특유 재산이므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수입이 전무하던 시점인 1995~1997년 사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다액의 돈을 증여 받아 삼성 계열사 주식을 취득했고, 또 혼인 전인 1996년 12월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 받은 16억 1천3백만원으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즉 이 사장은 개인의 노력과 관계없이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것과 다름없다. 특히 이 사장이 헐값에 상속받은 에버랜드는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삼성물산 주식으로 전환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 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과 함께 조 단위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 이혼소송을 준비해왔다. 표면적인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지만 그 이면에 부친의 막대한 재산이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망 임 전 고문은 항소한 상태지만, 다윗(임우재)이 방대한 조직을 등에 업은 골리앗(이부진)을 이길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재계 일각에선 임 전 고문이 항소를 중도 포기하고, 이 사장과 협의해 위자료를 더 받는 쪽으로 소송을 일단락 지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지만 이 사장 측의 입장이 완고해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징역 12년 구형’ 선고 앞둔 이재용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법정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7일 검찰로부터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법조계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거운 형량이었다. 사실 특검 구형을 앞두고 삼성 내부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일부 혐의가 무죄로 나올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왔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증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는 것을 보고 그와 유사한 방어 전략을 짰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정 밖에서 “법리상 이 부회장은 무죄다”라는 여론전을 펼쳐왔다. 삼성과 가까운 재계 인사들 역시 특검의 공소장을 “객관적인 사실이나 증거 수집 없이 각종 정황을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일부 친박계도 이 같은 주장을 설파했지만 결국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았다.

눈길을 끄는 건, 이 부회장이 현재 변호인단 외에 또 다른 변호인단을 꾸려 법원의 최종 유죄 판결에 대비한 전략을 준비 중이라는 것. 실제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은 이 부회장의 유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재판을 참관하며 2심 변호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삼성은 재판 과정에서 특정 법무법인에 전권을 주지 않고, 제한된 일부 정보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의 최종 선고 공판은 8월 25일이다.

전망 삼성 측은 무죄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특검이 12년을 구형하면서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형법상 징역 3년을 초과하는 실형에 대해선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유죄 판결 시 수감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는 구속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뇌물을 준 사람이 유죄라면 뇌물을 받은 사람도 자연스레 유죄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국내 5대 법무법인 소속 한 법조인은 “이 부회장의 유·무죄와 관계없이 경영권 승계가 요원해져 삼성 쪽이 받게 될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고,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수 공백에도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SK 최태원 이혼소송 ‘재산 분할 쟁점’

지난 7월 22일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조정 신청을 낸 SK 최태원 회장 역시 노 관장과의 재산 분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 회장은 이 사장과 마찬가지로 재산 95% 이상을 주식 형태로 갖고 있고, 이마저도 선친인 고 최종현 SK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노 관장 측은 SK가 성장한 배경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가 있었으므로 경영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인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뤄졌으나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되었기 때문에 인수에 있어 초석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 측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로 포기했다가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인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재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소장에는 재산 분할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최 회장은 이혼 조정 신청을 통해 노 관장의 이혼 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 관장이 이혼을 거부하면 조정이 불성립됨과 동시에 정식 재판을 거쳐 이혼 가능 여부를 다투게 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은 동거인 김 아무개 씨의 존재다.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최 회장에게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이를 기각할 수 있다. 특히 노 관장 측이 이혼소송에서 이를 문제 삼을 경우 삼성의 사례처럼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망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노 관장. 하지만 실제 이혼소송에 돌입하면 재산 분할에서만큼은 노 관장 측이 불리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SK 측에선 노 관장이 최 회장과 10년 가까이 사실상 별거 생활을 지속하면서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임우재 전 고문과 달리 회사 내 직책을 맡은 적도 없다. 반면 노 관장 측에선 SK텔레콤만은 예외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SK 전직 관계자는 “당시 선경이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SK텔레콤을 인수했고, SK텔레콤의 가공할 현금 동원 능력이 SK가 성장하는 ‘시드머니’가 됐다”고 주장했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취재
강현석(<일요신문>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임준선·최준필·고성준(일요신문)
2017년 09월호
2017년 09월호
에디터
이예지
취재
강현석(<일요신문>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임준선·최준필·고성준(일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