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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2016년을 보내주어야 할 때다. 아쉽지만 그래도 뜨거웠던 2016년의 기록.

On December 29, 2016

1 Oh! My Hot Guys
2016년이 낳은 스타는 단연 송중기다. 군 전역 후 출연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그야말로 ‘초대박’을 기록하면서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도 극빈 대우를 받을 정도의 한류 스타가 됐다. “사과할까요? 아니면 고백할까요?” 달달한 그 멘트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기자뿐이랴. 2016년 하반기는 박보검의 시대였다.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출연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성공하면서 대세 중의 대세가 됐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응팔>의 저주’도 박보검을 비켜간 셈이다. 송중기와 박보검이 여심 스틸에 성공했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가 있다. 바로 JTBC <뉴스룸>의 손석희다. JTBC 보도국 사장으로 취임한 지 3년 차인데 그동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녹음 파일 공개, 어버이연합의 뒷돈 정황 공개, 세월호 참사를 집중 보도하며 존재감을 키우다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특종 보도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이 됐다.


2 기승전 SNS
스스로 기획하고 방송하고 홍보하는 ‘1인 미디어’가 신생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SNS 문화가 트렌드를 바꿨기 때문이다. SNS에 자신의 라이프를 공개하고 과시하면서 인기를 얻은 사람들, 즉 ‘영향력 있는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보다 유명한 셀러브리티가 됐고, 아프리카TV를 기반으로 방송해온 인플루언서들은 이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강남패치’다. 인터넷 연예 매체 ‘디스패치’의 ‘패치’와 ‘강남’의 합성어로, 유흥업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인스타그램에 폭로성 사진과 글이 올라오면 신고한 이들에 의해 계정이 폭파되고, 또다시 새로운 계정이 만들어지기를 거듭하더니 아예 사이트까지 생겼다. 확인되지 않은 신상을 마구잡이식으로 폭로한 ‘강남패치’의 운영자는 결국 구속됐다.


3 살균제 공포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문제가 ‘공포스럽게’ 느껴진 한 해였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손상증후군(기도 손상, 호흡 곤란·기침, 급속한 폐 손상(섬유화) 등의 증상)이 일어나 주로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들이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수치로만 1백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고 잠재적 피해자는 2백2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참사는 ‘옥시 게이트’로도 불린다.

옥시 사태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공포가 엄습했다. 바로 ‘메디안 사태’다.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개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인 것. 아모레퍼시픽은 즉각 사과하고 시중에 유통된 전 제품을 회수 조치했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의 유독 성분은 치약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에도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4 드라마 혁명 tvN
“뭐 하면서 힐링해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맥주 마시며 드라마 보기”를 꼽는다. 싱글이라면 십중팔구다. 집에서 TV를 보며 웃고 우는 시간이 최고의 힐링 타임인 것이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명품 드라마가 대거 등장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화에 기여한 방송사는 단연 tvN이다. ‘tvN스러운’ 캐스팅 감각과 연출이 시청자의 오감을 만족시킨 것이다. 무전기 신호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가 함께 미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수사물 <시그널>,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판타지적 소재가 버무려져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또 오해영>은 마니아들의 영역으로 알려졌던 장르물이 더 이상 특정 시청자층에게만 사랑받는 분야가 아님을 증명했다.

이 밖에도 60~70대의 이야기를 그리며 감동과 여운을 남긴 <디어 마이 프렌드>가 안방극장을 울렸고, 노처녀 영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이야기를 그린 <막돼먹은 영애씨>는 15번째 시리즈를 방송 중이다. 이처럼 tvN은 올 한 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르물을 쏟아내며 ‘드라마 혁명’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5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지난 9월 28일 첫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며 ‘청탁금지법’이라고도 부른다. 1인당 식사비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접대 비용을 제한한다는 법이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현재 법원에서는 김영란법 1호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가 자신의 고소 사건을 담당한 춘천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4만5천원 상당의 떡 상자를 전달했다는 혐의다. 올여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또 다른 이슈는 전기요금 누진세다.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요금 단가가 올라가는 제도다. 더운 날씨만큼이나 국민을 열 받게했다. 상점이나 공장 등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가정이나 학교에는 적용된다. 만약 가정에서 하루에 5시간 정도 에어컨을 사용해 600kWh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21만7천원이 나오는 반면, 산업용 전기는 같은 양을 써도 누진세가 없어 전기요금이 6만4천원만 부과된다.


6 Only ME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시대다.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두고 우리는 ‘혼술족’ ‘혼밥족’ ‘혼영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등장은 사회적 문제와도 결부돼 있다. 1인 가족의 증가,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등이 또 다른 트렌드를 낳은 것. 최근 방송된 드라마 <혼술남녀>는 근사한 와인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집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소한도의, 최소의’ 등의 뜻을 지닌 ‘미니멀(minimal)’과 ‘주의(ism)’가 결합된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바로 그것. 특히 유명인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가령 생활 속에서 필요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음식의 절제, 마음의 순화, 그리고 삶의 목적까지 바꾸는 단순함과 절제의 미덕이 그것이다.


7 낯 뜨거운 연예계 추문
김현중의 친부 논란으로 시작한 올해 연예가 이슈는 스타들의 성추문 논란으로 정점을 찍었다. 유상무의 성폭행 논란 이후 연예계 성 스캔들은 박유천, 이진욱에게까지 번졌다. 지난 7월 한 달 사이 5명의 스타가 성폭행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 평소 훈훈하고 젠틀한 이미지의 스타들이었기에 대중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유상무는 자신이 맡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이민기가 출연을 논의하던 드라마는 전면 스톱됐다.

광고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진욱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는 이진욱의 소환 조사 일정에 맞춰 CF 촬영 스케줄을 미뤘다. 유부남 엄태웅도 성매매 혐의에 연루됐고, 정준영도 동영상 스캔들에 휘말렸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불륜 논란도 있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영화감독과 배우로 만나 1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혼 조정은 정식 재판을 거치치 않고 부부가 협의에 따라 이혼을 결정하는 절차다.


8 지방의 누명
2016년에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신기한’ 다이어트법이 공개됐다. 바로 ‘고지방 다이어트’. 정확한 명칭은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다. 살을 찌게 하는 최대의 적으로 알고 있던 지방의 섭취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존 다이어트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고지방 다이어트는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어 지방 섭취를 70퍼센트 정도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탄수화물 섭취는 줄여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려진 지방이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에, 삼겹살 매출이 급등하고 버터 제품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자기 몸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찾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비로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9 지진 비안전지대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한 규모였다. 당시 사람들은 대피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번 지진으로 인한 도내 인명 피해는 48명, 재산 피해는 4천4백여 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10월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남쪽 2㎞ 지점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한 것. 기상청 관측 사상 첫 지진이다. 충남 보령, 전남 신안군 등 전국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에 대비해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숙지하자. 첫째,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는 건 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에 해당되는 대피 요령이다. 한국은 콘크리트 건물이 많으므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피하는 것보다는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대피하자. 둘째, 지진이 발생하면 갑자기 정전되는 경우가 있으니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 탑승 중에 지진이 났다면 모든 버튼을 눌러 신속하게 내린 뒤 비상계단을 이용해 대피한다. 이미 갇혔다면 인터폰으로 구조 요청을 한다. 셋째,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 요원이 올 때까지 침착하게 행동하자.


10 신조어의 탄생
요즘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OO 이즈(is) 뭔들’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OO이면 뭔들 안 좋겠느냐?’는 뜻의 신조어다. 2016년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신조어가 탄생했다. 긴 말을 짧게 줄이는 것, 듣도 보도 못한 말을 만들어내는 것, SNS를 통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낳은 새로운 문화다.

‘아재 개그’라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다. ‘아재’는 사전적으로 ‘아저씨의 낮춤말’이지만 요즘 세대가 쓰는 ‘아재’라는 표현은 현 세대에 뒤처져 최신 유행을 좇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흔히 옛날 개그를 ‘아재 개그’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젤예’.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의 줄임말로 “솔직히 내 여자친구가 세젤예 아니냐”라는 말이 종종 들리곤 한다. 올해 가장 많이 쓰인 신조어는 ‘사이다’다. ‘통쾌하다’ ‘속이 시원하다’ 는 뜻으로 “우리나라가 마지막에 역전골 넣은 거 진짜 ‘사이다’다”와 같은 말로 쓰인다.

국립국어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만 2백77개의 신조어가 탄생했다. 2016년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조어의 폭풍 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소년의 언어 교육에 좋지 않다는 시각이지만 반대로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2016년 12월호
2016년 12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