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간과 영양 섭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오전 11시 1분과 오후 3시 13분, 밤 9시 31분, 하루 세 번의 시간대에 유독 식욕이 왕성해진다 - 영국 조사기관 서플먼츠
식욕이 너무해
‘한 입만 먹어야지’로 시작해 식욕과의 전쟁에 나서지만 결국 텅 빈 접시 바닥을 보며 장렬히 전사한다. 수많은 다이어터는 한결같이 이 같은 실패담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의지박약을 탓하곤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난히 식욕이 당기는 때가 있지 않나? 내 의지를 흔들어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만드는 시간대가 늘 찾아왔단 말이다.
영국의 한 연구 발표는 “하루 세 번, 유독 식욕이 왕성해지는 시간대가 있다”며 다이어트 루저로서의 패배감을 달래준다.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가 전적으로 당신만의 책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는 영국 조사기관 서플먼츠가 영양학자들과 함께 식사 시간과 영양 섭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내용인즉, 오전 11시 1분과 오후 3시 13분, 밤 9시 31분, 하루 세 번의 시간대에 유독 식욕이 왕성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것. 심지어 해당 시간에 음식을 먹으면 하루 최대 750kcal를 더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대체 왜 이 시간대는 우리를 탐식에 빠지게 하는 걸까?
그때가 궁금하다
식욕이 왕성해지는 오전 11시 1분과 오후 3시 13분, 밤 9시 31분은 식사 시간과 관련이 깊다. 특히 아침을 거른 경우 공복 상태가 지속돼 뇌의 식욕 중추가 자극되는데 11시경이 되면 배고픔의 자극이 최고치에 달해 폭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벼운 마음으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딱 하나만 먹자’ 하고 뜯은 빵이나 과자, 간식은 밥을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와 당분을 섭취하게 만든다.
수많은 연구에서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아침 식사는 꼭 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영국 바스 대학 건강학과 연구팀은 “아침 식사를 한 사람일수록 오전에 더 활동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칼로리 소모량이 많다”고 했고,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학과 예일 대학 공동 연구팀은 “아침 식사를 두 번 하는 것이 안 먹는 것보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또 점심 식사를 한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업무나 가사에 따른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는 오후 3~4시경에 군것질 거리가 당기기 마련이다. 서플먼츠가 꼽은 오후 3시 13분은 평균적으로 보통의 사람들이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간인 것이다. 이때 뇌에서는 ‘자극 유발자’로 매콤하고 달달한 음식을 먹으라고 명령한다. 설탕을 비롯한 단순 당질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뇌의 에너지원이 되므로 피로감을 느낄 때면 더욱 단것을 갈구하게 된다. 당분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돼 먹으면 먹을수록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마저 드니 이 식욕을 누가 능히 참아낼 수 있을까?
밤 9시 31분이 되면 마지막 위기가 찾아온다. 저녁 식사를 충분히 했는데도 잠자기 전 TV를 보며 휴식을 취할 때 유독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결심과 함께 탐욕스럽게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 자신의 모습을 종종 발견했을 것이다. 모든 긴장이 풀리는 밤 9시 31분은 누구라도 식욕을 뿌리치기에 가장 힘든 시간대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라이프스타일이나 바이오리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직장인이든 전업주부든 학생이든,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시간대에 세끼 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보자면 대개 오전 11시 1분과 오후 3시 13분, 밤 9시 31분에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이다.
식욕과의 전쟁
그런데 식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닌가. 생명 유지를 위한 육체적 반응을 나쁘게만 볼 수 있느냐는 말이다. 이에 WE클리닉 조애경 가정의학과 원장은 “식사 후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 지나면 허기가 느껴진다. 그러므로 식사 시간을 따져 봤을 때 앞서 언급한 식욕이 왕성해지는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찾아올 터.
하지만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답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뜨끔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식욕을 억제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포만감과 허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은 백설탕이나 밀가루, 흰쌀, 맥아당 등이 들어간 당질 식품을 먹으면 조절 기능에 교란이 생긴다. 하지만 식이섬유와 단백질, 필수지방산이 함유된 양질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한다면 식욕을 조절하기가 어렵지 않다.” 조 원장은 식욕이 커지는 피크 타임에 빵이나 초콜릿, 과자 등의 단순 당질을 먹지 말고 비교적 오랫동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육류, 두부 등 양질의 단백질 식품을 섭취하라는 해답을 제시한다.
하루 세 번, 식욕이 왕성해지는 시간에 방울토마토나 견과류, 달걀 등 식이섬유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한다면 식욕 조절이 어렵지 않다고 조언한다. 결국 자극적인 음식은 가까이할수록 더 큰 갈망을 선사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주체할 수 없는 식욕 때문에 상실감을 느꼈다면 무작정 자책하기보다 음식의 종류를 가리고 자극적인 맛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하나, 진짜 식욕과 가짜 식욕을 구별해야 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진짜 식욕은 조금씩 허기가 증가하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등 육체적 반응이 일어 무언가를 먹고 나면 만족감을 느낀다. 반면, 가짜 식욕은 실제로는 배고프지 않은데 감정적인 허기로 인해 식욕이 느껴지는 경우다. 스트레스나 욕구 불만 등의 감정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무언가를 계속 먹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껴 결국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세 번, 비슷한 시간에 왕성해지는 식욕이 가짜 식욕이 아닌지 체크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물론 자극적인 음식과 영원히 이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큰 법. 양질의 식단을 가까이하면 하루 세 번 찾아오는 위기의 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TIP ! 하루 세 번 식욕이 당길 때, 이건 맘껏 먹어라!
백설탕이나 밀가루, 흰쌀, 맥아당 등이 들어간 당질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래 식품은 포만감이 들 때까지 맘껏 먹어도 좋은 음식이다.
GI 지수 낮은 식품
통곡물빵, 고구마, 현미밥, 푸른채소, 견과류, 무가당 요구르트 등
저지방 고단백질 식품
닭 가슴살, 두부, 달걀흰자, 생선 등
포만감 주는 과일이나 채소
방울토마토, 바나나, 브로콜리, 자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