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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쿠킹톡 셰프의 식탁 6탄

이상필의 ‘풍년’ 다이닝

오곡백과가 풍성한 결실의 계절. ‘요리계의 에디슨’ ‘창작 요리사’라 불리는 이상필 셰프가 맛과 향이 더욱 깊어지는 제철 식재료로 색다른 가을 플레이팅을 제안한다. 사과와 배, 쌀로 입안 가득 퍼지는 가을의 풍년을 만끽하시길!

On November 01, 2015

“과일과 곡식이 풍부한 가을은 요리사들에게 기회의 시즌인 것 같아요. 재료가 풍부하니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거죠. 저는 메뉴 자체는 클래식하지만 레서피가 신선하고 재밌는 걸 연구하는 편이에요. 오믈렛 안에 초콜릿을 채운다거나 과일에 캐러멜 리퀴드를 입혀 디저트로 내는 식으로 새롭게 말이죠.”


이상필 셰프가 존경하는 상훈 뒤샹브르 셰프의 한국인 수제자는 이상필 셰프와 (좌측)조계형 수셰프 딱 두명 뿐. (중앙)조원배 수셰프는 이상필 셰프가 요리를 시작한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오랜 관계다. 그 인연으로 피읖 레스토랑 오픈도 함께 했다.

이상필 셰프가 존경하는 상훈 뒤샹브르 셰프의 한국인 수제자는 이상필 셰프와 (좌측)조계형 수셰프 딱 두명 뿐. (중앙)조원배 수셰프는 이상필 셰프가 요리를 시작한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오랜 관계다. 그 인연으로 피읖 레스토랑 오픈도 함께 했다.

지난달 강민구 셰프가 당신을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요리사”라며 추천했다. ‘이상필 셰프’는 어떤 요리사인가?

 

차별화된 요리를 추구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나만의 예술을 하겠노라며 먼 나라 요리를 하는 건 아니다. 메뉴 자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레서피는 정형화되지 않은 조리법으로 새롭게 시도하려고 한다. 스스로 설정한 요리의 콘셉트가 ‘낯설게 하기’다. 사람들이 내 음식을 맛보고 ‘이게 뭐지?’ 싶은 낯선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그러나 하나씩 맛보다 보면 원래 알고 있는 익숙한 재료의 조합이라는 재미를 주고 싶다. 그만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상필 셰프는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요리를 선호한다. 정형화 되지 않은 레서피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만큼 유쾌한 요리가 탄생된다.

이상필 셰프는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요리를 선호한다. 정형화 되지 않은 레서피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만큼 유쾌한 요리가 탄생된다.

중동, 벨기에 등 해외에서의 경험과 ‘팝업 레스토랑’이라는 재밌는 도전도 했던데… 당신의 요리 경력은?

요리를 시작한 지 올해로 딱 15년 차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격증만 있으면 대학에 들어간다는 말에 그 길로 바로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요리계에 입문한 계기가 조금 불순했을지라도 그 당시 또래 친구들과의 경쟁속에서 요리에 대한 승부욕과 열정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전국요리기능대회에서 수상도 하며 요리사의 꿈을 키웠고 국내 호텔에서 주방보조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중동 리츠칼튼 호텔의 한국인 요리사 채용 공고를 보고 날아가 1년간 해외 경험을 쌓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쉐라톤 인천에서 인턴으로 시작해 조리장(chef de partie)까지 2년 11개월 동안 다섯 단계나 진급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늘 새로운 도전과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마침 평소 존경하던 벨기에 레르 뒤 땅 레스토랑의 상훈 뒤샹브르 셰프에게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호텔에 사표를 내고 날아가 3개월간 무임금으로 일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수그러들지 않아 싱가포르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조엘 부르숑과 2015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74위로 꼽힌 잔에서 스타지(무임금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서 일하는) 여행을 했다. 올해 초에는 그간 배우고 익힌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부암동에 내 이름을 따서 만든 ‘ㅍ(피읖)’이란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다. 두 달간 운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때 받은 사랑과 응원에 힘입어 10월 초 청담동에 ‘ㅍ(피읖)’ 레스토랑을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중동과 벨기에 등의 해외 호텔에서 일한 경험과 싱가포르 스타지 여행 덕분에 이상필표 요리에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중동과 벨기에 등의 해외 호텔에서 일한 경험과 싱가포르 스타지 여행 덕분에 이상필표 요리에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최근 개발한 창작 요리는 무엇인가? 당신의 창작 요리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아무래도 요즘은 레스토랑 메뉴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현재 30여 가지의 레서피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인 ‘겨울오믈렛’은 내가 사랑하는 메뉴다. 달걀 오믈렛 속에 따뜻하게 녹인 초콜릿을 넣어 반으로 가르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식의 감성 요리다. 추운 계절에 부드러운 달걀과 달콤한 초콜릿의 조화가 감동적인 ‘케미’를 선사할 거라 믿는다.(웃음)

나는 하나의 요리를 만드는 데 적어도 노트 4장이 필요하다. 혼자 앉아 브레인스토밍을 하듯이 노트에 적어내려 가면 나만의 요리가 탄생한다. 겨울오믈렛도 ‘사람들이 디저트 재료로 뭘 좋아하지?’ ‘달걀, 빵, 초콜릿? 그렇다면 이것들을 하나로 모을 순 없을까?’ ‘어떤 성질을 이용해야 최상의 맛을 내는 상태로 유지할까?’ ‘뜨겁게 할까, 차갑게 할까?’ 식으로 쭉쭉 써 내려가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달의 요리로 찬바람 부는 계절인 만큼 양손에 들고 호호 불어서 먹기 좋은 찐빵을 제안했다.

이달의 요리로 찬바람 부는 계절인 만큼 양손에 들고 호호 불어서 먹기 좋은 찐빵을 제안했다.

오늘의 미션은 ‘가을 오곡백과의 맛을 극대화한 요리’다. 어떤 메뉴를 준비했나?

가을의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에 캐러멜 리퀴드와 와인 리퀴드를 입혀 플레이팅한 디저트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식감을 더한 요리다. 제철 과일도 매일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물릴 수 있으니 맛을 배가하는 무언가를 더해 디저트로 즐기면 좋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요리는 쌀을 이용한 버섯찐빵이다. 찬 바람 부는 계절인 만큼 양손에 들고 호호 불어 먹기 좋아서다. 찐빵 소는 양송이버섯으로, 찍어 먹는 소스는 전복으로 만들어 가을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ission!
가을의 맛을 극대화한 풍년 밥상

제철 재료를 십분 활용하는 요리를 선호하는 이상필 셰프는 “요리사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지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 강민구 셰프는 그에게 ‘가을 제철 재료의 맛을 극대화한 요리’를 미션으로 주었다. 창작 요리사 이상필 셰프가 제안하는 가을의 맛은 이것!

폭신한 가을 향기

버섯쌀찐빵


재료 반죽(물 500ml, 찹쌀가루·맵쌀가루 300g씩, 강력분 400g, 설탕 100g, 드라이이스트·버터 50g씩, 베이킹파우더·소금 10g씩), 버섯소(양송이버섯 220g, 양파 1/2개, 마늘 10쪽, 퓨어 올리브 오일·소금·후춧가루·로즈메리 약간씩), 소스(유자 1개, 전복 4개, 물·진간장 160ml씩, 식초 150ml, 청주 50ml, 가츠오부시 10g, 다시마 5g)


만들기
1. 냄비에 물과 유자, 전복을 제외한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80℃에서 끓인 뒤 식힌다.
2. 유자는 과육을 분리해 믹서에 곱게 간 다음 ①과 고루 섞어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3. 전복은 깨끗이 씻은 뒤 숟가락을 사용해 껍데기에서 살을 분리한 다음 내장만 떼어 믹서에 곱게 간다.
4. 볼에 ②와 ③을 넣어 고루 섞은 뒤 체에 밭쳐 건더기는 버리고 남은 액체 소스만 쓴다.
5. 볼에 분량의 반죽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은 뒤 소분해 ‘공굴리기’를 한다. 반죽이 마르지 않게 비닐 팩에 넣어 상온에서 10분간 휴지시킨다.
6. 양송이버섯과 양파, 마늘은 잘게 썰어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볶는데, 이때 양송이버섯이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소금과 후츳가루로 간한 뒤 로즈메리를 잘게 뜯어 향을 더한다.
7. ⑤의 반죽을 치댄 다음 적당한 크기로 떼어 동그랗게 펴서 가운데에 ⑥의 소를 넣고 잘 여민 뒤 김이 오른 찜기에 넣어 찐다. 그릇에 담아 ④의 소스를 취향껏 뿌려 낸다.

달달한 감성 디저트

캐러멜&와인 과일 절임


재료
사과·배 1개씩, 바닐라 아이스크림 1~2스쿱, 스펀지케이크 적당량, 캐러멜 에스푸마 거품(우유·생크림 250g씩, 설탕 125g, 달걀노른자 90g, 트리몰린 65g, 우유가루 7g, 판젤라틴(5g) 2장), 캐러멜 리퀴드(설탕 150g, 물 80ml), 시나몬 와인 리퀴드(화이트 와인 250ml, 설탕 230g, 시나몬 스틱 1개)

만들기
1. 캐러멜 에스푸마 거품 재료 중 설탕을 냄비에 넣고 중간 불에서 저어가며 끓이다가 녹으면 약한 불에서 걸쭉해질 때까지 캐러멜라이즈(설탕을 황갈색으로 녹이는 것)한다.
2. ①에 분량의 우유와 생크림을 2~3회로 나눠 넣어가며 연한 크림색이 될 때까지 섞은 뒤 우유가루와 달걀노른자를 넣어 고루 섞는다.
3. 판젤라틴은 10분간 물에 불린 뒤 손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중탕으로 녹여 ②에 트리몰린과 함께 고루 섞는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 뒤 크림 휘핑기에 담는다.
4. 캐러멜 리퀴드도 ①과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다.
5. 시나몬 와인 리퀴드 재료 중 설탕과 와인을 냄비에 넣고 끓여 알코올이 날아가면 시나몬 스틱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여 식힌다.
6. 사과와 배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거나 꽃 모양, 원 모양, 별 모양 등 깍지로 모양을 내 자른다.
7. 사과와 배는 각각 밀폐용기에 담아 사과에는 ④를 붓고 배에는 ⑤를 부어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8. 그릇에 ⑦을 담고 그 위에 ③을 뿌린 다음 아이스크림과 스펀지케이크를 담아 각자의 스타일대로 완성된 요리를 플레이팅한다.

 

11월의 셰프
이상필 셰프가 추천한 ‘릴레이 쿠킹톡, 셰프의 식탁’ 7탄의 주인공은 레스토랑 ‘프라이빗 133’의 장경원 셰프입니다. 모던 한식 요리를 선보이는 장경원 셰프의 식탁은 <우먼센스>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혜 기자
사진
김연지
장소협조
피읖
2015년 11월호
2015년 11월호
기획
김은혜 기자
사진
김연지
장소협조
피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