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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용만 회장 차남 결혼하던 날

지난 6월 1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차남이 결혼식을 올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결혼식에 본지 기자가 참석했다.

On July 03, 2014

화창한 목요일 오전, 이른 시각부터 결혼식을 준비하는 손길로 성당 앞은 분주했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이미 정장을 갖춰 입은 두산그룹 관계자들이 성당 앞에 하얀색 천막을 치고 하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결혼식을 알리는 꽃이 만개해 있었다. 이날은 대한상공회의소와 두산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용만 회장의 둘째 아들 박재원(30)씨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결혼식은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보통 명동성당에서 이루어지는 혼인성사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혼주인 박용만 회장이 “개인적인 일로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해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한 비공개 결혼식을 준비했다.

평소 두산그룹 임직원들의 경조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박 회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뜻밖이었다. 두산그룹 일가는 창업주 때부터 독실한 천주교 집안인데, 이번 비공개 결혼식을 위해 명동성당 측에서도 일체 함구하며 적극적인 배려를 해주었다. 결혼식에는 양가 가족과 친척, 일부 지인들만 하객으로 초대받았으며, 청첩장은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하객들로부터 축의금이나 화환도 일절 받지 않았다.

평일 낮 비공개 결혼식
오전 10시 30분쯤, 박 회장을 비롯한 양가의 직계가족은 성당 안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촬영을 하는 일반적인 결혼식장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 이현주씨는 단아하면서도 참한 외모였다. 그녀는 결혼식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예비 신랑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 회장의 아들 재원씨도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훈남이었다. 평소 트위터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용만 회장은 신랑, 신부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메이크업아티스트 이경민과 배우 황신혜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박용만 회장 내외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 최유라와 가수 조영남.


하객석에는 혼례 절차를 알리는 순서지가 미리 배부됐다. 순서지의 앞면에는 박 회장의 장남인 빅앤트 인터네셔널 박서원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뉴욕에서 배운 그래픽디자인 실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순서지 안쪽에는 ‘다 같이 부르는 축가’의 악보도 있었는데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로 삽입된 곡이었다.

“재원이하고 현주하고 둘이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동행”으로 시작하는 노랫말이었는데 작사자가 박용만 회장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이번 결혼식을 위해 각별히 신경 썼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박 회장은 하객석에 놓여 있는 순서지를 하나하나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들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여느 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

이번 결혼식에는 ‘비공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하객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석채 KT 전 회장,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재계 인사는 물론이고, 평소 친분을 갖고 있던 조영남, 최유라, 양희경, 김제동, 황신혜, 이경민, 송윤아 등이 하객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하객으로 참석한 배우 이윤지는 박서원 대표와 친분이 있는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박용만 회장은 하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부 측 하객으로는 jtbc<유자식 상팔자>에 출연하고 있는 조민희·권장덕 부부가 아들 태원 군과 함께 결혼식장을 찾았다. 성형외과 의사인 권장덕 원장이 치과 의사인 신부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것. 신부의 아버지는 현재 서울 시내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치과 교정술로 신망이 높다.

세간에는 신부의 집안이 평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신부의 외조부는 코오롱상사 사장이었던 고 이원달씨로, 코오롱그룹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결혼식장을 찾은 한 하객은 “신랑과 신부가 미국에서 만났다고 들었다.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전부터 이미 양가의 어머니들끼리 안면이 있던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빅앤트 인터네셔널 박서원 대표는 이혼해 현재 싱글이다. 그는 지난 2005년 6월 LS그룹 계열사인 한성의 장녀 구원희씨와 결혼한 바 있다. 이번 차남 재원씨의 결혼으로 두산그룹은 코오롱그룹과도 인연이 생긴 셈.

결혼식이 시작되자 명동성당 안은 새롭게 시작하는 부부를 축하해주기 위한 하객들로 가득 찼다. 결혼식은 명동성당 고찬근 주임신부의 주례로 천주교식으로 치러졌다. 이번 결혼식은 음악회에 가까웠는데, 콘셉트를 ‘음악 혼배 미사’로 정한 것. 평소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피아니스트 노영심을 중심으로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강혜정, 첼리스트 강찬욱 등이 함께했다.

주례 사제의 주례사가 끝나고 박용만 회장은 결혼식을 찾아준 하객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아이들 결혼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과 사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우리의 삶의 모습도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의 행복은 도구나 지식으로 얻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아이가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도와주십시오. 또 자신들이 가진 사랑과 행복을 주변에 더 많이 나누는 삶이 되도록 도와주시고,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예식의 마지막 순서인 신랑, 신부의 행진 차례. 하객 전원은 악보가 인쇄된 예식 순서지를 꺼내 들었다.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결혼식을 위해 특별히 박용만 회장님께서 작사가로 데뷔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부르실 곡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입니다. 박 회장께서 결혼하실 때 꼭 이 곡에 맞춰 퇴장하고 싶으셨대요. 자식의 결혼식에 이렇게 적용하시는 분은 지금까지 없으셨어요.(웃음) 이분이 기쁨을 가지고 평생 잊지 못하시도록 큰 소리로 노래를 같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피아니스트 노영심)

그렇게 1천여 명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은 끝이 났다. 하객들은 대성당 옆에 마련된 식당에서 정갈하게 준비된 갈비탕을 먹었다. 꼭 신랑, 신부와 관계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와서 먹고 마실 수 있는 피로연이었다. 시작하는 부부가 사랑과 행복을 이웃과 더 많이 나누기를 바란 박 회장의 뜻이기도 했다. 재벌가의 결혼식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랑이 가득한 예식이었다.

피로연이 진행된 식당 입구에는 신랑, 신부를 모델로 한 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조혜원
2014년 07월호
2014년 07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