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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감독’과 ‘천만 배우’의 만남!

이준익 감독·설경구

‘1천만 감독’과 ‘1천만 배우’가 만났다. 영화계에서 사람 좋기로 유명하고,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이며,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 씀씀이로 주위에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공통점을 지닌 감독 이준익과 배우 설경구. 오랜 활동 끝에 이제야 처음 함께 작업한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느낌, 그리고 영화 촬영을 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대해 들었다.

On December 13, 2013


3년 만의 만남이다. 2010년 <평양성>의 실패 후 농담처럼 “영화계를 은퇴하겠다”라고 한 말이 화근이었다. 이후 연일 ‘이준익 감독 은퇴’는 화제에 올랐고, 거듭된 실패로 자연스럽게 제작이 지연됐지만 영화에 대한 마음을 늘 품고 있던 이 감독은 3년 만에 그의 주특기인 ‘따뜻한 시선’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영화 <소원>은 단란한 가정의 어린 딸이 성인 남성에게 무차별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후 장애를 지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2008년 한국 사회가 공분했던 ‘나영이 사건’이 그 배경이다. 소재 자체가 무거운 탓에 시나리오는 여러 사람을 거친 후 마법같이 이준익 감독 손에 전해졌다. 그간의 이준익 감독 작품은 해학이 돋보인 유머러스함, 혹은 가슴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믿음은 갔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한 번쯤 정면으로 이런 사건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만들어보고 싶었죠. 굉장히 민감한 소재라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이라도 불손한 태도가 영화에 담길까 봐 노심초사도 했어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공손하고 정중하게, 모든 상황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죠. 사회적으로 민감한 성폭행 소재를 영화에서 다룰 땐 주로 고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달라야만 했어요. 피해자의 내일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죠. 이 가족이 정말로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고, 그것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원>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이준익 감독이 깊이 있는 연출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감성이 돋보이는<왕의 남자>(2005)로 1천만 관객을 모았다면, 설경구는 매번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신들린 연기력을 보이며 <실미도>(2003), <해운대>(2009) 등 두 편의 주연작으로 1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는 올해 초 영화 <타워>로 시작해<감시자들> <스파이>의 성공에 이어 영화 <소원> 등에서 ‘흥행 배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준익 감독의 꼭 3년 만의 작품’과 ‘연기파 배우 설경구의 신들린 연기’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앞서 두 사람은 온 마음을 담아 영화 촬영과 연기에 임했다. 이 진심과 마음이 전해졌을까? <소원>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입소문을 타고 현재까지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고, 영화와 같은 경험을 한 피해자 가족이 손편지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한 사실이 알려져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저도 가장 가까이서 제 아이를 배려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어 앞으로 더욱 제 아이에게 좋은 모습으로 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봅니다. 영화 <소원>을 본 사람들… 그리고 보지 않은 모든 사람들까지도 피해자와 피해 가족에게 ‘괜찮아’라고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따사로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내일을 꿈꿔봅니다. 영화 소원을 만들어주신 이준익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설경구)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의 눈빛은 행복해 보였다. 이들에게 <소원>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라고 하자, 한 작품을 통해 이 감독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설경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준익 감독이 따뜻하고 눈물을 많이 쏟는 사람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서 그래요.” 옆에서 껄껄 웃던 이 감독은 “우리 둘 다 똑같아. 그래서 이 영화가 잘 표현된 거야. 알아?”라고 툭 던졌다.

“얘는 정말 무서워요. 이런 짐승 같은 애는 처음 본다니까? 난 다음 작품도 또 설경구랑 할거야!”(이준익)

“나도 당연히 오케이! 얼마나 빨리 찍는지… 감독님이랑 하면 1년에 3편은 찍을 수 있을걸요? 하하.”(설경구)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이 뚝뚝 묻어났다. 서로에 대해 얼마만큼의 깊이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뢰가 얼마나 큰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서 어느 날 갑자기 몸과 마음에 폭행을 당한 딸아이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눈물과 웃음으로 치유의 방법을 찾아가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짐승이구나… 아!’라고 얼마나 탄식을 했던지. ‘너 짐승 같아!’ 너무 무서워요. 배우 설경구가 감독에게 무섭다는 게 아니에요. 배우는 감정을 갖고 현장에 와야 하잖아요. 현장에 와서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것은 너무 얄팍하지. 그런데 어떤 날은 나를 쳐다보지를 않아. 말도 막 더듬고.(웃음) 아예 15분 동안 벽을 보고 있기도 해요. 그 감정을 꼭꼭 담아두더니 혼자 열심히 줄넘기를 해. 손빨래를 하고. 테스트 촬영도 없이 그냥 쭉 촬영해. 그게 짐승이죠.”(이준익)

“감독님! 줄넘기는 데뷔 때부터 쭉 해온 습관이에요. 나의 초심은 숙소에서 손빨래를 하는 거예요. 아! 나 정말 감독님 때문에 미치겠네. 들어보세요. 이 줄넘기 얘기를 지금 며칠 동안 계속 하는데 너무 지겹다고요!(웃음) 줄넘기 내공으로 연기한 거 아니라고요! 하하. 그런데 솔직히 이런 촬영장 처음이었어요. 북받치는 감정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데, 감독님이 너무 웃기는 거야. 진중함이 없어요. 감독님이 너무 현장을 즐겁게 해줘서 솔직히 힘들었어요. 배우가 감정을 좀 잡으면 분위기를 잡아줘야지, 목소리도 너무 컸어요. 그게 말이 돼요? 감독님이 분위기 메이커였다니까요.”(설경구)


장난끼 많은 감독과 투박한 배우의 환상궁합
두 사람의 대화를 한참 듣다 보니 꼭 오래된 부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직접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서로 잘 알고 있는 듯 때로는 애처롭게 바라보기도 했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더니 칭찬 릴레이를 쏟아냈다.

“설경구가 날이 서 있는데, 나까지 그러면 현장이 어떻게 돼요. 원래 분위기 메이커는 감독이 해야 돼요. 내가 분위기 잡고 있어봐, 배우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어. 나는 그냥 까불이? 그냥 웃음 코드지.”(이준익)

“이 영화 정말 따뜻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73일밖에 촬영을 안 했어요. 감독님이 대부분의 컷에 바로바로 오케이를 하다 보니 배우 입장에선 너무 불안했던 거죠. 어찌 됐든 연기는 배우가 하는 거잖아요. 아무튼 그런 걸 노린 건지 정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하. 한번은 카메라 감독이랑 나랑 둘이 몰래 찍었어요. 감독님은 오케이 사인을 하고 다른 장면을 이어가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뭔가 더 필요할 것만 같은 거죠. 그래서 감독님한테 ‘우리끼리 잠깐 얘기 좀 할게요’라고 하고 둘이 몰래 다른 장면을 하나 더 찍었어요. 결국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그 장면이 들어갔어요. 하하. 첫 호흡에 이렇게 만족스럽기는 아마 처음일 거예요. ‘이준익의 마법의 힘’을 온몸으로 느꼈던 2013년이었던 것 같습니다.”(설경구)

탁 트인 공간에서 크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나가던 중년의 여성들은 이런 배우와 감독의 모습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연신 “내가 이번에 설경구의 연기 비법을 제대로 알았어”라고 쳐다봤고, 설경구는 또다시 툴툴거리며 “아! 아니라고 했죠! 내가 몇 번을 말해! 줄넘기가 비법이 아니라고! 에이 참! 다시 안 만나줄 거야!”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옆에 있던 돌멩이 몇 개를 들어 던지는 시늉을 하자, 이준익 감독은 두 손으로 가리더니 “에이~그러지 마~”라며 애교 섞인 모습을 보였다.

장난스럽기만 한 이준익 감독과 깎아놓지 않은 원석 그대로의 투박한 느낌을 갖고 있는 설경구.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은 ‘따뜻한 온기’를 풍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시사회 현장은 조금 특별하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언론 시사 후 기자와 관계자들은 박수를 친다. 처음에는 상당히 이상한 분위기였지만, 몇 년을 지난 사이 그것은 당연한 일처럼 되어버렸다.

“제가 인복이 많은 거죠.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어서 굉장히 쾌활한 사람으로 보이죠? 그런데 이렇게 웃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견딜 수가 없는 거지. <소원>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게 나예요. 그동안 살면서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런 점에서 설경구랑 잘 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하하. 우린 슬픈 남자들이지만, 절대 드러내놓고 막 울지는 않아요!”(이준익)

“살아온 시간들…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이제는 조금 편안해진 것 같기도 해요. 한없이 미안한 것도 많고, 그래서 더 잘하려고 노력도 하고…. 대중에게 알려진 배우라는 점에서 축복도 받지만 반대의 면도 있죠. 하나둘 헤쳐 나가며 잘 견디고 있어요.”(설경구)

다른 듯 닮은 구석이 많은 두 남자. 이제야 인터뷰를 하면서 시원하게 웃고 떠들고 있지만 촬영하는 동안, 그리고 영화를 언론에 첫 공개하는 순간까지 그들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감정의 깊이가 남달랐기 때문일 터. 특히 이준익 감독은 본인 역시 눈물 때문에 촬영 도중 몰래 숨어버린 사연을 털어놨다.

“이런 현장은 정말 처음이었어요. 슬픔을 참고, 눈물을 너무 참으면 몸에 쥐가 나잖아요. 그 느낌 알고 있나?(웃음) ‘너무 처절하고 슬픈 상황으로 비치지 않게, 가족의 모습을 통해 따스한 온기를 전하자’ ‘소원이는 슬픈 아이가 아니야’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소원이랑 (설)경구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럴 수가 있어야지. 법정 장면에서 경구가 소원이를 안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다 내가 숨어버렸어. 그런데 더 재미있었던 것은 뭔지 알아요? 얼굴 클로즈업도 되지 않는 배경에 있던 보조 출연자들까지 너무 많이 울었다는 거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이준익)

“아! 내가 또 폭로할 게 있어요. 감독이 울고만 있고 컷을 안 해.(웃음) 정말 최대한으로 몰입해서 소원이와 교감을 했어요. 난 그 순간만큼은 소원이가 진심으로 내 딸이었으니까. 그런데 또 너무 울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눈물을 참느라 몸 구석구석이 너무 아픈데, 감독님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요. 한참을 찾았더니, 가구 뒤에서 울고 있더라니까요.”(설경구)

이번 영화 때문에 두 사람이 흘린 눈물은 아마 그동안의 것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당시 촬영 현장만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두 사람 역시 소원이와 같은 여자아이를 키워본, 감독과 배우이기 전에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을 많이 소비했지만, 최대한 감정의 자극은 빼려고 노력했다.

“상업영화의 무기는 자극이잖아요. 특히 이런 범죄와 관련된 영화 같은 경우 자극의 강도가 더욱 심하죠. 아마 어떤 관객은 범인을 잡아서 처절한 응징을 해주기를 바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이게 과연 처방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상업영화임에도 자극을 최소화하자. 너무 많은 설정을 두지 말자. 본능대로, 진짜 가족의 진심과 마음을 담아보자…. 그래서 눈물을 많이 뺐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했던 대로 갔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관객들의 반응 또한 좋았던 것 같고요.”


딸 가진 부모의 마음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이라… 그냥 난 소원이 얘기만 하고 싶어요.”(이준익 감독)

“딸에게 더 많이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죠.”(설경구)

아마도 가족, 딸에 대한 얘기여서 두 사람에게 이 영화는 특별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도 실제 딸을 가진 부모로서 이 영화의 소재를 마주했을 터. 털털한 설경구는 심하게 욕설을 내뱉었을 것이고, 늘 카메라 앞에서 허허실실 웃는 모습이 유독 많이 비쳤던 이준익 감독 역시 “에이! 이런!”하며 탄식을 내뱉을 것이다. 아버지 이준익은 가족애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유명한 아버지를 둔 가족, 딸의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불편해했다. 이것 역시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사적인 얘기는 노! 하하.”

이준익 감독은 대신 ‘자유로운 영혼’답게 오토바이 예찬을 끊임없이 늘어놨다. 평소 커피를 즐기고 작업실에 드럼, 베이스 등 각종 악기를 놓고 지인들과 연주하는 것을 즐기며,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그다. 이 모든 것은 젊은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자유로운 생각이 가져다준 자연스러운 취미이다.

“바람이 좋아요. 바람이 안 불면 제가 직접 만들면서 그걸 즐길 정도니까요. 오토바이를 타고 해외 일주를 떠나는 프로젝트도 오랫동안 구상해왔어요. 이스탄불에서 파리까지, 그다음엔 이스탄불에서 압록강까지 가는 뭐 그런 거죠. 언젠가는 꼭 실현해보고 싶은 저의 소원이죠.”

이준익 감독과 달리 설경구의 딸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늘 화제다. 인기 그룹 JYJ를 좋아하는 사춘기 딸 덕에 배우 아빠 설경구는 JYJ 공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딸이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는 것은 물론, 급기야 최근 JYJ가 속한 엔터테인먼트로 이적까지 했다. 배우로서의 활동에 앞서 아빠인 설경구에게 중요했던 것은 JYJ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그는 농담 섞인 말로 “사실 이 소속사는 우리 딸이 연결해준 거죠”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래도 아빠가 배우인데, 공연 티켓은 쉽게 구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매니저들한테 부탁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예 JYJ 소속사 대표와 우리 딸이 직접 연락할 수 있게 해줬고, 자연스럽게 나까지 친해졌죠. 이제 JYJ는 나랑 한 식구죠. 하하. 그런데 딱히 계약서도 없어요. 난 자유 소속이라고요.(웃음)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았고, 딸아이도 많이 좋아하고, 무엇보다 JYJ 애들이랑 친해져서 좋아요.”

아무리 바쁜 일정 속에서도 JYJ 공연이 있는 날은 무조건 스케줄을 비우는 게 아빠 설경구의 철칙이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딸과 딸의 친구들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는다. 딸아이만 보내도 될 것을 본인이 꼭 따라가는 데는 남다른 이유도 있다.“내가 같이 가야 JYJ 애들이랑 우리 딸과 그 친구들이 잠깐이라도 만나는 시간을 갖게 해주죠. 제 영화 시사회 때는 우리 딸 주위에 JYJ 애들이 다 앉아 있답니다. 하하”

올 한 해 열심히 뛴 설경구는 또다시 힘차게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배우 설경구를 알린 이창동 감독과 차기작을 검토 중인 것. 배우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는 설경구는 “많이 쏟아낸 만큼 이제는 다시 담을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씩 웃었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의 경우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 몇 개월 만에 빠르게 준비한 영화는 꽤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앞서 ‘은퇴설’로 한 번 홍역을 치른 터라 미래의 일에 대해 조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난 오래 준비하면 잘 안 되더라고요.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요. 20년 전에 <키드캅>’이라는 영화를 말아먹고 10년 후 <왕의 남자>가 터졌죠. 그사이 세 작품 망하고. 이제 터질 사이클이 왔어요. 충분히 비워냈으니까 마음껏 담아야죠. 우리 영화를 관객들에게 많이 보라고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해요. <소원>은 관객들에게 울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이 영화는 클라이맥스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관객들마다 클라이맥스가 다를 것이라 생각해요. 슬픈 영화의 모범 답안 같은 영화죠. 그 진심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이준익)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영화의 소재를 떠나 일상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마주 앉아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더없이 훈훈하다.

CREDIT INFO
기획
정은혜
취재
남혜연(<스포츠서울> 기자)
2013년 11월호
2013년 11월호
기획
정은혜
취재
남혜연(<스포츠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