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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의 행복론

자신이 행복한 걸 모르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맑고 깨끗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은 귀여운 소년 같았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다스려준 베스트셀러 <떠남>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는 하버드 박사 타이틀보다는 선교사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네 아이와 함께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각자 터득한 특별한 삶의 방식은 신선했다. 우울증을 겪는 아내 대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은 진정한 ‘내려놓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On October 09, 2013

이용규 선교사를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이 우울증에 빠져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고백을 했다. 아무에게도 힘든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시기에 알게 된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읽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최근 새로운 고백서 <떠남>은 그래서 반가웠다.

첫 책을 출간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어떠셨나요? 기분이 좋았죠. 제가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마음의 상처를 입고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제 책을 읽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고백을 해주실 때 좋았습니다.

몽골에서의 생활이 궁금한데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불편한 것투성이였죠. 추운 겨울에는 석탄 연기가 자욱해 창문을 열지도 못해요. 애들도 집 안에만 있어야 할 정도죠. 신선한 야채는 구하기 어려워요. 다른 식재료도 마찬가지고요. 무엇 하나 좋은 것 없는 다소 불편한 환경이었지만 불행하지는 않았어요. 몽골을 떠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많이 울었어요. 그곳에서 맺은 소중한 관계 때문이었죠. 지금도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몽골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죠.

아쉬움은 없으세요? 선교를 위한 대학교 사역은 끊임없는 경제적 투자를 해야 해요. 늘 어려웠지만 고비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곤 했죠. 첫 책을 낼 때도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책이 사랑을 받아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죠. 제 통장에 돈이 쌓이고, 그 돈은 사역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쓰였어요. 그런 시간을 거치며 내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다 들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제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은 그리 많지 않아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책을 보니 신앙적 깨달음이 가정의 위기와 같이 왔다는 고백이 있어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가족이 몽골로 갔어요. 가족 모두 낯선 몽골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었죠. 둘째 아이가 돌 정도 되었을 때 아내가 몹시 힘들어했어요. 제가 선교일도 많고 책을 출간해 강연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였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의지하고 온 남편은 바쁘기만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울며 보채는 둘째 아이를 침대로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더군요. 순간적인 행동에 아내도 놀라면서 우울증의 강도가 더해졌어요.

부인께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본인이 스스로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식사를 못 했어요. 물만 먹어도 토하고 음식을 삼키지 못했거든요.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죠. 나중에 아내가 고백하는데, 창문 밖에서 자꾸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거예요. ‘뛰어내려, 죽어버려, 너 같은 건 죽어야 해’라는 말이 계속 들리는데 그 말이 그렇게 솔깃하고 달콤할 수가 없었다고 해요. 저는 그때 정말 바쁜 시기였고, 첫 책도 반응이 좋아 주변 분들에게서 책을 읽고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는 감사 인사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제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기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책하고 나하고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요.

지금은 괜찮으시죠? 아내가 한참 고생했어요. 주변 사람들도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그런데 그런 아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는 것 같아요. 힘들어하던 아내가 다행스럽게도 일주일동안 신앙 캠프를 떠나겠다고 하더군요. 그 안에서 그동안 자신이 가짜 신자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요. 좋은 크리스천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큰 자신을 본 것이죠. ‘난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잘해야 돼’라는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겠죠. 아내 모습을 보면서 생각하게 됐는데, 우울증은 자기 연민이 강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 것 같아요.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남에게 나쁜 모습도 보여주기 싫고, 힘든 마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거죠. 너무 힘든데 좋고 예쁘고 착한 모습만 보여주려다 보니 견딜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결국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인정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아내 역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면서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남편으로서 어떠셨어요? 깨달은 게 많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보면서 많이 반성했지만, 여자와 남자는 너무 다르다는 것도 그 당시 깨닫게 됐어요. 결혼 11년차를 넘기면서 비로소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저는 아내가 힘들어할 때 스킨십이 제일 좋은 방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내는 저의 스킨십을 자꾸 거절했고, 그런 아내에게 저는 상처를 받았죠. 상냥하고 애교 있던 아내의 변화가 당혹스러웠어요. 많은 시간을 보낸 뒤 알게 됐죠. 아내는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칭찬받고 공감을 나누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는 것을요. 지금은 아주 좋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더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느껴요.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내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보여주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카카오톡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살짝 내용을 들여다보니 보통 부부의 대화 내용과는 달랐다. 남편을 걱정하고 아내를 염려하는 장문의 편지가 빼곡했다. 두 사람의 상대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났다.

책을 보면 신혼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구절이 있어요.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신혼 때가 좋았는데’라고 말하죠. 그런데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신혼 때도 물론 좋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수많은 일을 겪어왔잖아요. 다시 돌아가서 겪기에는 힘든 일도 많았고요.(웃음) 신혼 때가 절정이고 그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이라는 말을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생명’이거든요. 생명의 특징이 뭐예요? 성장하는 거잖아요. 성장이 멈추는 것 같다, 잘 자라지 않는 것 같다면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거고요. 물을 잘 주지 않았거나 햇볕에 너무 노출했다거나 가끔 영양제도 챙겨줘야 되는데 신경 쓰지 못한 거죠.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큰 축복을 받게 되는데 말이죠.

사랑은 생명이라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마다 사용하는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특이한 앱도 다운받고 새로운 기능을 찾는 등 이것저것 시도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통화와 메시지만 사용하는 분들도 있고. 그 차이인 것 같아요. 사랑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야 하거든요. 매일 통화와 메시지 버튼이 익숙하다고 익숙한 것만 하다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잖아요. 새로운 것이 불편하다고 시도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고요. 같은 사람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상대적이잖아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노력이 중요해요. 사람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고 사랑은 곧 관심이니까. 상대를 다양한 관점에서 지켜보고, 마음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대상이 바로 가족이고, 부부 사이죠.

사람은 늘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죠.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상대가 나를 더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상대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점점 더 욕심을 갖게 되죠. 그럼 상대방은 점점 힘들어지고 상대의 마음이 성에 차지 않는 다른 한쪽은 더 배가 고파지는 거예요

결혼에 대해 가장 많이 해주시는 말씀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누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하고 바라는 마음이 문제인 것 같아요. 사람은 늘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죠.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상대가 나를 더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상대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점점 더 욕심을 갖게 되죠. 그럼 상대방은 점점 힘들어지고 상대의 마음이 성에 차지 않는 다른 한쪽은 더 배가 고파지는 거예요. 오랫동안 배고픔을 느낀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상대를 먹잇감으로만 보게 되겠죠. 잡아먹고 싶어 물고 뜯고 하게 되면서 “왜 나를 충족시켜주지 않는 거야!” 하며 소리치게 되고요.
재밌는 얘기 하나 할까요? 제가 혼자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절대 주례는 하지 말자’였어요. 그런데 딱 한 번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결혼이 있어 주례를 맡게 되었죠. 하지만 주례를 하면서 제 경험을 얘기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목 놓아 울었어요. 신랑신부와 하객은 반응이 없는데 말이죠. 그때도 마무리로 이런 말을 했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하면 아픔을 경험할 수 있다. 결혼은 한 사람을 깊이 있게 알아가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대에 대한 마음을 성장시켜야 비로소 감정의 진화를 느낄 수 있다. 행복을 좇을수록 불행해진다.”

1996년 세 살 아래인 교회 후배와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8년 동안의 유학 생활은 힘들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인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혼 후 4년 만에 큰아이 동연이를 얻고, 둘째 서연과 하연 그리고 6개월 전 정연이를 얻었다. 미국 동부에서 8년, 몽골에서 9년을 보내면서 정식으로 14번 이사했다. 2년에 한 번꼴로 이사한 셈이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아이들도 달라졌다. 장난감을 사더라도 다음에 이사 갈 때 가지고 갈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부피가 큰 인형보다는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것을 주로 구입하곤 한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아 감사함이 크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네 아이를 외국에서 키우는 일이 쉽지 않으시죠? 아이들 성향이 모두 달라요. 성향에 따라 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는 게 힘들죠. 첫째는 소심하고 겁이 많으며 계획적이기보다는 즉흥적인 데 반해 둘째는 강단이 있어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죠. 셋째는 사교성이 좋아요. 성격이 좋고 몸놀림도 빨라 예체능계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명의 아이를 선물 받고는 제 삶의 무게중심이 많이 바뀌었어요. 많이 내려놓게 됐죠.(웃음) 꼼꼼하고 정리가 되어야지만 만족하던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됐어요.

아이 교육에서 부부가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물론 힘들지만 좋은 점도 많아요. 특히 가족애가 끈끈해지죠. 가족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돼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아이들 성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아빠로서 대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거짓된 행동을 할 수가 없죠. 저의 마음을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해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많이 배우고 익혀야 되는 이유는 더 많이 섬기기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넷째를 낳기 직전부터 육아에 전념하셨다고 들었어요. 임신 7개월 무렵부터 아내가 힘들어했어요. 입덧이 심했고 노산이라 심적 부담도 컸죠. 그래서 제가 세 아이를 돌봐야 했어요. 집회 일정을 줄이고 개인 일도 거의 미룬 채 아이들과 함께 지냈어요. 주부습진으로 고생할 만큼 나름 열심히 지냈죠. 집안일이라는 것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가 나지 않잖아요.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이고 넷째 낳고는 목욕에 기저귀 갈아주는 일도 도맡아 했죠. 처진 몸을 이끌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나님에게 엄살을 부리기도 했어요. 엄살을 부리면 답을 주시는 분인데 그때는 묵묵부답이셨어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씀이셨죠.

그에게 신앙에 대해 물었다. 신앙의 핵심은 ‘관계’라고 했다. 신앙이 깊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관계도 깊어질 수 있다. 감정적인 친밀감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 때문에 서울에 머물며 인도네시아에 있는 아내와 떨어져 지내지만 서로의 마음은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아내의 지금 상태를 알 수 있게 됐다.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묻어나기에 조금의 관심만으로도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확률 제로’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남들이 가는 길에 도전하는 것은 싫다면서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시기에 그는 몽골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인도네시아로 발길을 옮겼다. 몽골에서는 대학 부총장이었지만 지금은 학생이다. 학생으로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 들어 설렌다고 했다. 그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행복은 물리적 환경에서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 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나를 지켜봐주는 은혜로운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껴보세요.‘ 왜 나만 힘들지’라는 생각을 버리시고, 지금 왜 내가 힘든지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나중에 큰 기쁨을 맛보기 위해 지금 상황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누구와 함께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은혜로운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용규 선교사는…
1967년생. 서울대 동양사학과 학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하버드대학에서 중동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몽골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크리스천 대학인 몽골국제대학에서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인도네시아로 터전을 옮겨 대학 사역을 준비 중이다.

CREDIT INFO
취재
조정현
사진
규장출판사 제공
2013년 02월호
2013년 02월호
취재
조정현
사진
규장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