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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뛰자, 러닝 클럽

요즘은 정말 나 빼고 다 뛰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왜 달릴까. 그것도 모여서.

UpdatedOn May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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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할 때면 740번 버스를 탄다. 집 근처에서 출발해 삼성역을 갔다가 승차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이 노선의 백미는 한강을 옆구리에 바짝 끼고 건너는 잠수교 구간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 옆에서 돗자리 펴고 앉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전엔 한강이 정적이라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역동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리 지어 달리며 뜀박질을 재촉하는 러닝 클럽 회원들이다.

러닝 클럽은 한강공원이나 다리, 올림픽공원 등 운동하기 좋은 곳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혼자 달리던 이들, 언젠가 달리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들이 SNS를 구심점으로 모여 뛰고 있다. SNS가 기반이다 보니 참여가 자유롭다.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면 달리고 싶은 사람만 참여하는 식이다.

SNS에서 러닝 클럽의 열기는 뜨겁다. 5월 1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러닝 크루’를 검색하니 관련 게시물이 38만 건에 달한다. ‘러닝 클럽’ 게시물은 1만 건, ‘러닝’은 298만 건이 넘는다. 달리기가 각광받으며 지자체 차원에서 러닝 클럽 회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서울시 광진구는 3월 30일을 시작으로 총 10회에 걸쳐 ‘광진 러닝크루’를 진행하고 있다. 홀수 차례에는 뚝섬한강공원을, 짝수 회차에는 어린이대공원을 달리는데, 3회 차 때는 접수 시작 5분 만에 조기 마감되었다.

집단을 이뤄 달린 경험이 있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 열 맞춰 운동장을 뛰던 기억이다. 숨이 턱에 차서 대열을 이탈했다가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완주했다. 러닝 클럽도 이와 유사하다. 홀로 달리기가 목표한 시간과 거리에 닿으려는 고독한 싸움이라면, 러닝 클럽은 참여자들이 함께 결심과 각오를 다독여 달리게 한다. 그 따뜻한 응원에 퇴근런, 새벽런, 야간런 등 러너들의 달리기 시계는 하루 종일 돌아간다.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도 함께 뛰는 것이 좋다. 몸 풀기부터 달리는 자세, 호흡법에 이르기까지 운동 방법을 알면 효과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일정한 패턴으로 달리는 것뿐 아니라,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하며 쉬지 않고 달리는 인터벌 트레이닝 등 다양한 러닝을 시도할 수도 있다.

러닝 클럽 회원에게 달리기는 놀이인 동시에 멋이다. 운동복을 똑같이 제작해 입거나 ‘찍터벌’도 즐긴다. 찍터벌은 사진 찍는 행위와 인터벌 트레이닝을 합친 말로, 뛰다가 사진을 찍는 것을 일컫는다. 포토그래퍼가 함께 달리면서 러닝 클럽 회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러너가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남긴다. 자기만족의 한 방법이다. 강아지 모양 러닝 지도를 만들어 그 구간을 반려견과 함께 달리고 SNS에 인증하는 ‘댕댕런’,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특정 기관이나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하고 기부를 하는 ‘기부런’도 빼놓을 수 없다.

문득 궁금하다. 사람들은 왜 달리는 걸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답을 찾았다. 검프는 어느 날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그저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마자 집을 박차고 나가 그날부터 달리기에 매진한다. 그를 보고 뛰고 싶다고 느낀 사람들이 뒤따르며 무리를 이룬다. 달리기는 단순하지만 즐겁고, 힘들지만 성취감 넘치는 행위다. 동행이 있다면 10초가 10분이 되고, 작심 3일이 30일로 늘어날지 모른다. 달리는 이들은 말한다. 뛴 이후 삶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 한 발짝 내디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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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옥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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