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6.5를 대표하는 네 가지 메뉴
먼저, 입맛을 돋우는 김치 플레이트를 소개합니다. 바질, 아스파라거스, 샬럿을 활용해 각각 붉은 김치, 동치미, 장김치를 담갔죠. 이 김치는 따로 먹어도 좋고, 다른 음식과 곁들여도 좋습니다. 한 입에 쏙 넣기 좋은 두 가지 핑거 푸드를 준비했는데, 전복장김치김밥은 다진 묵은지와 참기름을 넣은 밥을 감태로 감싼 뒤 콜리플라워 동치미와 전복장김치를 고명으로 얹고 콜리플라워 퓌레로 장식했어요. 김치튀김은 새우 살을 다져 김칫소처럼 양념한 후 백김치와 김으로 말아 튀겨 낸 메뉴로, 동치미사워크림을 올려 몽블랑 형태로 완성했죠. 보쌈김치에서 영감을 받은 배추쌈은 다진 돼지고기에 고추장김치와 도라지장김치를 넣어 농밀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바질김치, 샬럿장김치, 아스파라거스동치미가 한데 놓인 광경을 본다. 이국의 재료가 김치로 거듭날 때 일어나는 절묘한 화학작용을 눈에서 입으로, 다시 입에서 눈으로 천천히 감각한다. 분명 새로운 맛인데 어떻게 이토록 이질감 없이 조화롭고 자연스러울까. 알근한 뒷맛에 오렌지 와인 한 잔을 더해 여운을 늘이기로 한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금고 싶은 맛이라서다. 이 모든 미각적 경험을 직조하는 두 사람, 이승미 한식 명인과 이정수 헤드 셰프가 저 너머 주방에서 벌이는 실험에 대해 소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새로운 김치의 모색 (이승미) 김치라는 전통에 새로운 식재료를 더하면 어떨까 상상했습니다. 처음엔 로즈메리장아찌, 고수동치미 등을 만들면서 바질김치까지 닿게 되었죠. 적당히 발효했을 때 더욱 청량해지는 풍미가 매력적인 바질김치는 나이,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정수) 명인님의 김치를 토대로 새롭지만 익숙하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김치 요리를 선보이는 게 제 몫입니다. 김치의 범주를 확장해 현대적 요리로 만드는 일이죠. 일례로 보쌈김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배추쌈은 레드 와인으로 조리한 돼지고기와 장김치를 볶아 소를 만들고 배추로 곱게 싼 음식인데, 담음새만 보면 어떤 맛일지 짐작하기 어려워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 우리가 몰랐던 김치 (이정수) 김치의 잠재력은 놀랍습니다. 흔히 고춧가루를 이용해 소를 만들어 배추나 무와 담그는 게 김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선 김치를 크게 붉은 김치, 동치미, 장김치 세 가지로 나눕니다. 장김치를 얘기할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이 계세요. 간장, 고추장, 된장 등 발효 식품으로 절인 김치를 아우르는 표현이 바로 장김치입니다. 온6.5에선 전복장 등으로 만든 장김치를 맛볼 수 있죠. (이승미) 지난해 한식 페스티벌 총괄 셰프로 아르헨티나에 방문했을 때 파프리카백김치를 선보였어요. 현지 사람들의 반응과 관심이 한국에서보다 뜨거워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그곳 식당에서 예기치 못한 김치 요리를 맞닥뜨리기도 했어요. 한국과는 거의 대척점에 위치한 머나먼 나라에서 김치를 맛봤을 때, 새삼 위대한 음식이라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 김치가 더 넓은 세계, 더 다양한 세대와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 한식이 이어 준 인연 (이승미) 처음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머니 영향이 큽니다. 많은 손님을 성의껏 대접하려고 다양한 발효 음식을 만드셨거든요. 이를테면 취나물김치 같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덕에 자연스레 한정식 파인다이닝으로 흘러 들어가 실무를 쌓게 됐고, 대형 호텔 한식 파트장으로 근무하다가 현재 온6.5와 김치 브랜드 은달33을 운영하는 CICW에서 이정수 셰프를 만났습니다. (이정수) 저 또한 어머니 음식을 보고 배우며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했고, 해외 곳곳을 여행하며 요리에 필요한 감각을 익혔습니다. 특히 외국에 체류하는 동안 한식당에서 일하면서 한국 음식에 깊이 매료되어 한식 파인다이닝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마침 김치를 확장해 새로운 미식 경험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아 이승미 명인님과 손을 맞추게 되었죠.
# 주방에서 가장 귀한 것 (이정수) 온6.5의 주방은 집 같습니다. 명인님이 어머니처럼 직원을 챙겨 주시거든요. 늘 흥겨운 기운을 음식에 전달하기 위해 웃으며 일합니다. 우리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요리사의 손입니다. 요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한식은 손맛이잖아요. (이승미) 주방에서 사람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기물이나 도구는 매뉴얼대로 조작하고, 고장 나면 수리하거나 새것을 들이면 됩니다. 조리 공간의 구성원은 그렇지 않죠. 끊임없이 소통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안전하고 건강한 주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언젠가, 김치 여행 (이정수) 세계 150여 개 도시를 둘러봤을 만큼 여행을 좋아합니다. 이제껏 다녀온 모든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의 요리가 탄생한 셈입니다. 요즘 제가 동료들과 즐겨 찾는 미식 여행지는 서울 경동시장입니다. (이승미) 전국을 다니는 동안 별별 식재료로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북 영덕에 갔을 때 대게 우린 물을 사용해 배추김치 담그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동시에, 대게를 김치 양념에 버무려 겉절이 형태로 내면 더 맛깔스럽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언젠가 꼭 한 번 주방 식구들과 함께 김치를 중심으로 한 음식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승미 명인과 이정수 셰프가 즐겨 찾는 미식 공간
(이승미)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을 마주한 채식 라이브 다이닝 두수고방을 좋아해요. ‘내가 식재료가 되고, 식재료가 몸을 통해 내가 된다’라는 정관 스님의 메시지를 힘 있게 전달하는 곳이에요.
(이정수) 제가 근무했던 비채나를 소개하고 싶어요. 서울 롯데월드타워 81층에 위치한, 세계 최고층 한식 파인다이닝인 이곳은 6년 연속 미쉐린 스타를 받았죠. 한식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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